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진보정치캠프 논란:
유시민을 진보로 포장하며 계급연합을 응원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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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가 주최하는 진보정치캠프에 국민참여당 대표 유시민을 연사로 섭외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학위장과 부산학위장, 충남학위장 등이 유시민 연사 섭외를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학생위원회(이하 전국학위) 위원장을 비롯한 학생위원회 지도부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당권파(경기동부연합 경향)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함께 유시민을 연사로 세우려는 계획을 밀어붙인 것이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서울학위장과 부산학위장 등이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비판 글을 올렸다.
핵심 쟁점은 유시민을 진보 정치인으로 볼 수 있느냐다. 전국학위 운영위원들 모두 진보의 기준을 ‘6·15 지지, 신자유주의 반대’로 본다. 그러나 유시민이 이 기준에 충족하는가 하는 점에서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다.
6월 22일 전국학위 운영위에서 충남학위장은 “노무현 정권 시절 때 비정규직법이 통과됐고, 대학생들도 힘들었다. 반민주·반민중적인 행각을 한 세력을 진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반성을 하고 혁신을 하면 끌어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발언을 봐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지 않는가? 오히려 진보세력을 비판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면서. 이런 걸 볼 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보가 아니다” 하고 옳게 지적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경기동부연합 경향의 운영위원들이 보인 반응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경기학위장은 “진보정치 대통합은 반신자유주의와 6·15정신을 합의하는 정치 세력과의 총단결이다. 국민참여당이 동의를 하니까 하자고 하는 것”이라며 참여당을 반신자유주의 세력으로 포장했다. 유시민이 한미FTA 추진 등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는데도 말이다.
전국학위장도 처음에는 “문제는 우리의 기준이고 거기에 동의하면 견인하고 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 놓고는, 나중에는 “참여당이 기준에서 부족하다면, 그것을 견인하기 위한 우리의 넓은 행보가 필요한 것”이라고 슬쩍 말을 바꾸기도 했다.
노골적 실용주의
참여당과의 통합이나 연합을 염두에 둔 듯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행보를 둘러싼 당 내 논란에 대해서도 전국학위 지도부는 노골적인 실용주의를 드러냈다. “유시민은 대선 지지율 3위다. 지금 이정희 대표의 행보 덕에 같은 급으로 취급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다. 유시민과 적극적 행보를 하면 민주노동당의 입지를 더 높일 수 있는 훌륭한 계기를 대표가 마련하는 것이다.”(전국학위 집행위원장) “유시민과 이정희 대표는 더 자주 만나야 한다고 본다. 맨날 만났으면 좋겠다. 유시민 대표가 유명하다.”(대구학위장)
나아가 이들은 이정희 대표의 행보를 우려하는 강기갑 의원이나 정성희 최고위원 등 당 내 다른 자주파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분열주의자로 낙인 찍으려 했다.
“어떻게 공식적으로 대표님을 욕되게 할 수 있을까?”(대구학위장)
“누가 뭐라고 하던 우리 민주노동당과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전국학위장)
“진보대통합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당 내 단결은 중요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님의 행보를 자제하라는 목소리는 적극 비판되어야 한다. 대표님 의지 따라 똘똘 뭉쳐서 추진해야 한다. 학생당원들은 일치단결된 입장이었으면 한다.”(전국학위 집행위원장)
“눈치 볼 것 없다. 이정희 대표 행보 땜에 진보신당과 깨지는 것을 왜 우려하나?”(대구학위장)
자본가 정치인과의 동맹에 혈안이 돼서 무원칙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계급연합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면서 비판과 토론의 자유를 억누르고 진보진영의 분열까지 조장하는 것이다.
물론 진보진영은 참여당의 평당원과 지지층을 단순히 내치지 말아야 한다. 거기에는 2008년 촛불 이후 급진화된 노동자, 청년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을 진보진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진보진영이 단결과 투쟁 속에서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지, 참여당 지도부를 진보로 포장하면서 계급연합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유시민을 진보 정치인으로 포장하는 기조로 기획된 진보정치캠프가 계급연합을 지지하는 응원 행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