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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강령 후퇴를 비판하는 목소리 -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배신감을 느낍니다”

저는 2002년에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임기를 끝내고 나서, 그동안 평당원으로 남아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사회주의 강령을 삭제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민주당이나 국참당 같은 자유주의 개혁 세력들이 있지만, 이들은 노동자‍·‍민중에게 희망이 되지 못했습니다. 저는 학생운동 출신도 아니고 이념적으로 많은 공부를 한 사람도 아니지만, 20년 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이 점을 느꼈습니다. 자본주의를 뛰어넘어야만 노동자가 살 수 있고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하고 그 이전에도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감옥에도 다섯 번이나 갔다 왔습니다. 어제 한진중공업에서 [노동자들이] 절규하는 모습도 봤는데, 경찰력 투입도 세 번이나 당했던 사람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정말 노동자를 대변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대변할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민주노동당이 창당할 때 정말 열심히 뛰었어요. 노동자‍·‍민중이 주체가 돼서 이 세상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민주노동당을 만들었던 거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시절엔 2년에 걸쳐서 임기 3분의 2 기간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 교육을 했습니다. 강력한 진보정당이 존재해야만 우리의 삶이 바뀔 수 있다고요.

보건의료노조는 ‘무상의료’를 목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 공공의료 확대를 요구하며 투쟁해 왔습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바로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천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조합원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자본주의에선 이뤄질 수 없는 문제잖아요?

변혁을 이야기하고 자본주의의 폐해를 뛰어넘자고 이야기하면서, 사회주의 강령을 삭제한다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고 봐요. 사회주의 강령은 진보의 가장 큰 기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이 강령에서 사회주의 부분을 삭제하고 ‘노동자‍·‍민중 주체’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고 후퇴한 데서 가장 큰 책임은 민주노총에 있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똑바로 못 하니까 이 지경까지 오게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합 진보정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노총이 주체가 돼서 진보정당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와 원칙이 뭔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합니다. 강령도 다시 검토하고 제대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민주노총이나 지역본부에 계시던 몇몇 분들에게 전화해 보니, 다들 저와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이분들에게 ‘근데 왜 현직에 있으면서 가만히 있었냐’고 질타를 좀 했습니다.

민주노총에 계신 분들이 바로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때, 다들 동의하시더라고요.

민주노동당 지도부라는 사람들은 당원들을 너무 무시하고 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당원들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았잖아요.

이 당을 만들 당시에, 당명을 ‘민주노동당’이라고 할 거냐, ‘진보정당’이라고 할 거냐를 두고 정말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당명 하나를 갖고도 그렇게 많은 논의를 했습니다.

결국 ‘노동’이 들어가야 한다고, 노동자 중심의 당이 돼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그게 민주노동당의 정신이거든요. 어떤 정당이 돼야 하는지, 당의 방향성과 지향이 어때야 하는지 하는 점들이 당명에 녹아 있는 겁니다.

당이 원칙을 퇴색하고 우경화하는 것이 우려스럽기도 하고 배신감도 듭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적 인기를 얻으면서 너무 쉽게 당원들과 민중을 배신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분당 당시에 심상정 비대위원장이 ‘데모당’, ‘민주노총당’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을 때 정말 분노했었죠. 그런데 우리는 데모당이고 민주노총당입니다. 그렇게 돼야 한다고 우리가 처음에 만들었던 거예요. 힘이 없으니까 데모하고 싸움하는 거 아닙니까?

이제 사회가 많이 분화돼 자영업자나 중소 상인들을 포괄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기본 축은 노동자‍·‍민중이어야 합니다. 이걸 지키지 못하면 제가 굳이 이 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국민참여당이나 민주당에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정체성이나 지향하는 바는 민주노동당하고 상당히 결이 다릅니다.

우리가 외연을 넓힌다고 하더라도, 우리 중심성을 분명히 갖고 가야 합니다. 민주노총, 농민, 서민. 이런 사람들의 반의반도 지금 당원으로, 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있잖아요.

8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똑바로 세우고 그 가족들까지 중심에 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한 다음에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중요한 주체들을 중심에 세우지도 못하면서, 엉뚱한 데 가서 바짓가랑이 잡고 우리 걸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진보정당은 다른 개혁정당과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그 차이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뛰어넘는 사회주의 정신을 이어가면서, 그것을 실천으로, 정책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