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9일, 기대하였던 진보대통합을 결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진보대통합을 결의하는 그 자리에서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사회주의 가치를 지향하고자 하는 강령이 삭제되었습니다. 강령 개정 소위원회의 “만약 특정한 입장만을 반영하도록 강령 전문이 개정된다면 당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겠느냐의 문제의식이 공유됐다”는 결론도 무시되었습니다.
제대로 심의되었느냐는 측면에서도, 전날의 강령토론회에서 대다수 지정 토론자들이 정치적 견해를 초월하여 심각한 반대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발제자까지 “꼭 이번에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당대회에서 찬반 토론도 책임 있게 이루어지지 않은 채 다수결로 마무리됨으로써 많은 부족함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자본주의 공황이 장기적으로 진행됨으로써, 민중들이 자본주의의 불안정성과 비인간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에 대한 고민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진보대통합의 미래에 대해서도 우려됩니다. 반자본 지향이 삭제된 진보대통합 정당이 반신자유주의- 6.15선언 이행을 제대로 밀고 나갈 수 있을까? 보수 양당 체제로 포섭되어 가는 출발이 되는 것이 아닌가? 또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것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명료한 문제의식 없이 가능할까? 라는 점에서 우려됩니다.
1987년 11월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노동법 개정” 요구와 더불어서 피로 쓴 “노동해방”이라는 현수막을 전면에 걸고 행진하였습니다. 그러한 노동운동의 성과들이 자본주의의 극복,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의 계승이라는 민주노동당 강령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민중들에게 과도기적인 정부의 상이 뭐냐 라는 것에 답해야 한다는 고민에는 공감합니다. 이는 현재의 강령에도 가다듬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자주적 민주정부라는 것이 사회주의 가치 지향과 대립하는 것으로, 그래서 [사회주의 가치 지향을] 삭제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파를 초월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정책당대회의 강령 개정 저지 운동의 성과를 이어서 전체 민중 진영이 함께 대응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진보대통합 운동과 더불어서 더 힘차게 전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민주노동당 지도부에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