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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이주노동자 파업 무죄 판결:
방어 운동이 거둔 통쾌하고 감동적인 승리

“구치소 밥보다 더 형편없는” 밥을 주며 짐승 취급하는 것에 맞서 파업을 벌였다는 ‘죄’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베트남 이주노동자 열 명에게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이 ‘업무방해’ 죄로 기소한 것에 대해 법원은 이주노동자들도 노동3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며 무죄라는 상식적인 판결을 내렸다. 석방 운동이 ‘무죄 석방’이라는 목적을 성취하며 통쾌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구속된 노동자들은 체포 당시부터 석방 대책위(이하 대책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통역조차 제공받지 못했다. 심지어 검찰의 공소장도 재판이 시작된 뒤에야 받았고 번역도 엉터리였다. 경찰은 노동자들이 읽지도 못하는 한국어로 된 조서에 서명을 강요했다. 그래서 무죄 석방된 한 노동자는 “나는 우리가 무죄를 인정받을 거란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

이번 운동과 승리를 통해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생긴 동지애야말로 보물 같은 성과다.

이 베트남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고 파업에 동참했던 이주노동자들의 지원과, 대책위의 활동이 승리의 결정적 동력이었다. 이미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결성됐음에도, 대책위는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운동을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대책위는 선고 전에 2천 명이 넘는 탄원서를 조직해 제출했다. 건설노조 조합원 수백 명을 비롯해 주요 진보 단체들이 서명에 동참했고 진보적 법학자들도 처벌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탄원 운동은 국제적으로도 조직됐다.

특히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지원을 조직하고 훌륭한 통역자 구실을 한 베트남 결혼 이주자인 원옥금 씨와 건설노조 활동가들의 구실이 매우 돋보였다. 이들은 직접 숙소에 찾아가 베트남 노동자 70여 명에게서 ‘강요에 의해 파업을 한 것이 아니다’는 진술서를 받아 왔다. 이 진술서를 법정에서 제출할 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던 검사의 얼굴을 떠올리면 통쾌하기 그지 없다.

베트남 동료들은 주야 12시간 맞교대를 하면서도 재판 때마다 10여 명 씩 참가해 재판을 방청하고, 면회를 하며 구속된 동료들에게 힘을 주었다.

이들을 변호한 장서연, 조혜인 변호사는 이전 국선변호인이 ‘반성하고 있으니 선처’해 달라고 했던 것과 달리 이들이 무죄임을 적극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구속 노동자들을 여러 차례 접견하고 기숙사까지 찾아가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수집하며 검찰의 거짓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대책위를 주도적으로 이끈 인천의 한국이주인권센터는 센터 업무도 제쳐 두고 한 달 내내 이 활동에 뛰어들었고 인천의 ‘이주노동자운동연대’ 소속 단체들, 이주노조, 다함께도 매우 적극적으로 이 운동에 함께했다.

대책위는 재판 때마다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엉터리 주장을 반박하고 무죄 석방을 촉구했다. 무고한 노동자들을 잡아 가둔 경기경찰청 앞에서 항의 집회도 열었다.

담당 판사는 이런 활동들을 통해 이 사건이 국제적 관심까지 받게 되자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행위는 피고인들에게 도리어 불리”하다며 경고했지만, 대책위는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마지막 심리가 열린 재판에서는 대책위 측 통역자가 방청석에서 재판 공식 통역자의 부실한 통역을 대신했다. 원옥금 씨는 “공식 통역자가 노조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른다. 그러니 제대로 통역할 수가 없다”며 용감하게 재판에 끼어들었다. 검사가 반대했지만 판사는 이 통역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연대와 우애

이런 활동들이 구속돼 있는 베트남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힘이 됐는지는 재판이 거듭될수록 분명해졌다. 한 노동자는 최후진술 때 “우리를 도와주는 한국인들과 변호사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약혼자가 감옥에 갇혀 발을 동동 구르며 대책위에 함께 참여했던 베트남 여성 노동자는 재판이 끝난 후 내 손을 잡고 “정말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렇게 베트남 노동자들과 우리는 연대와 우애를 쌓아갔다. 속 깊게도 인천 건설노조 활동가들이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석방된 후 겪을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을 본보기 삼아 이주노동자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 주고 싶어했지만 그들의 시도는 보기 좋게 좌절됐다. 오히려 정당한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몬 경찰과 검찰의 부당함과 인종차별적 행태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유감스럽게도 노동자들 사이의 소소한 다툼에 대해서는 세 명만 빼고 대부분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판사는 이주노동자들이 징역형을 받아 추방당하지는 않도록 다섯 명에 대해서는 벌금형과 선고 유예 등을 판결했고, 두 명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이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강제 추방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는 법원의 이런 판결 취지조차 거슬러 베트남 노동자들 중 일곱 명을 출입국으로 데려가 재구금해 버렸다. 인천 출입국은 아무 법적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 노동자들이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만 되풀이했다. 이것은 체면을 완전히 구기며 패배한 법무부의 악랄한 보복이다.

석방될 기대에 들떠 있던 베트남 노동자들은 너무나 놀랐고 분노했다. 한 노동자는 울면서 “아무 잘못도 없이 3개월 동안 갇혀 있던 것도 수치스러운데 우리가 왜 또 갇혀야 하는가? 베트남에 돌아가 굶어 죽더라도 당장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대책위는 즉각 법무부와 출입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6월 28일에 열린 규탄 집회에는 인천 지역 건설노조, 금속노조 조합원들 수십 명이 참가해 출입국을 압박했다!

결국 출입국은 일주일 만에 항의에 밀려 다섯 명을 석방했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두 명만 안타깝게도 석방되지 못했다. 이들은 출입국관리법의 부당한 이중처벌 규정 때문에 강제 추방될 처지다. 대책위는 이에 대한 항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대책위 활동은 이미 매우 중요한 성과들을 남겼다. 이주노동자들과 내국인 사이에 분열과 적대를 조장하려는 시도를 보기 좋게 좌절시킨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미셸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그저 불쌍하고 돌봐줘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 조직하고 투쟁해 승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줬다며 크게 고무됐다.

무엇보다 이 운동은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가, 특히 노동자들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이 운동에 노동자들, 특히 건설노동자들이 적극 참가한 것은 정말 고무적이다. 건설연맹이 직접 나서 사측을 압박해 사측 스스로 노동자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쓰게 한 것은 재판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도 열의 있게 연대했다. 한국인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이번에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노동 조건에 처해 있고 어떤 차별을 받는지 생생하게 알게 됐다.

그리고 베트남 노동자들과 연대감과 신뢰가 형성됐다. 이런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 이런 경험은 이후에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의 연대를 건설하는 데 무엇보다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