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폐지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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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지난 10여 년간 교원에 대한 임금 인상 분 중 상당액을 성과 상여금 확대로 대체해 왔다. 올해부터는 학교 간 차등 성과급까지 도입돼 임금 격차는 최대 1백52만 5천5백 원에 이른다. 교과부는 이 차등 폭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따라서 성과급은 폐지돼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성과급은 교육 현장을 더 반(反)교육적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학교 간 차등 성과급 평가 기준으로 제시되는 방과 후 보충 수업 개설률, 일제고사 성적 향상률 등은 학생 인권 조례에서 금지하는 강제 보충과 야간자율학습, 일제고사 대비 파행 수업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학생과 교사 모두를 숨막히게 할 것이다. 이미 일제고사 대비 수업으로 초등학생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이 화제가 되지 않았던가.
둘째, 성과급은 교사들의 노동 강도를 높인다. 이미 교사들의 주당 평균 수업 시수는 1996년보다 평균 2시간 정도 늘었다. 더구나 많은 교사들은 수업뿐 아니라 끊임없는 행정 업무에 시달린다. 성과급은 ‘일을 더 한 사람이 돈을 더 번다’는 생각을 부추길 수 있고,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하는 시간이 아니라 전시성 행정업무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셋째, 성과급은 교사들을 이간질해 단결해 싸우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2009년 개정교육과정, 자율형 사립고, 고교 등급제, 일제 고사 등 이명박 정부의 다양한 교육 개악 정책에 맞서 싸우려면 수많은 교사들이 단결야 하는데, 성과급은 이것을 방해한다.
넷째, 학교 간 차등 성과급은 학교를 서열화시킬 것이다. 교과부는 학교간 차등 성과급 평가 기준 중 가장 중요한 준거로 일제고사 성적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환경이다. 따라서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를 평가해 성과급을 주게 되면 열악한 지역의 학교는 더 열악하게 만들 것이다. 또 학교 성과급이 교원 평가제와 연결된다면 사회·경제적 조건이 나은 지역을 선호하게 만들어서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할 것이다.
따라서 차등 성과급 폐지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사실 교과부는 성과급 도입 초기에 하위 등급으로 분류된 교사 30퍼센트에게는 아예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으려 했고, 최하위와 최상위 등급 간의 격차도 세 배 이상이었다.
이런 계획에 비하면, 정부는 자신이 의도한 바를 완전히 이루지는 못했다. 그것은 지난 10여 년간 전교조가 차등 성과급에 지속적으로 맞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전교조는 성과급 반납, 교사 간 균등 액수로 성과급 분배, 호봉순으로 성과급 분배 등의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2006년에는 9만 명이 반납 투쟁에 참여해 1천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급 반납이나, 균등·호봉순 분배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 방식은 성과급을 ‘우선 받고, 이후에 분배’하는 방식이어서 성과급 자체는 일단 받아들인다.
그래서 교과부는 2006년에 ‘성과급을 호봉순으로 분배하면 징계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세웠고, 2010년에는 ‘성과급을 균등 분배하면 교장을 징계하겠다’고 압력을 넣었다. 전교조의 힘이 약한 학교에서는 이런 압력 때문에 교육부의 지침대로 성과급을 지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자신이 받은 높은 등급의 성과급을 재분배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도 생기게 된다.
교과부는 이런 약점을 야금야금 비집고 들어와 성과급을 점차 확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에 했던 반납이나 분배가 아니라 ‘성과급 전면 폐지’와 ‘수당화’다. 이것은 모든 교사들이 단결하는 데 유리하다. 그동안 성과급 지급에서 제외됐던 기간제 교사들의 권리도 되찾을 수 있다.
물론 전교조 지도부도 이런 요구를 내걸긴 했지만, 실천적으로는 그에 맞게 투쟁을 건설하기보다 분배나 반납을 중심으로 싸워 왔다. 이것은 올해에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러나 상반기에 무려 10만4천여 명이 성과급 반대 서명에 동참할 정도로 교사들의 불만은 매우 높다. 이럴 때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전교조 지도부가 교사들의 불만을 받아 성과급 폐지와 수당화를 요구하는 전국적 투쟁을 건설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