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작은 용산’이라고 불리던 두리반에서 철거투쟁이 승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의 중심가인 명동에서도 철거민들의 투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1977년부터 진행돼 온 명동 재개발 계획이 2년 전부터 다시 추진됐다.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명동지역을 금융특화구역으로 선정해 5천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로 인해, 명동 재개발 지역 상인들은 지난 4월 26일 재개발 시행사로부터 ‘5월 31일까지 명도를 하지 않으면 강제 명도를 단행하겠다’는 통보문을 받았다. 이미 4월 중, 3구역은 강제 명도집행이 끝났지만, 세입자들은 2구역 대책위원회와 함께 3구역의 카페 ‘마리’에 상황실을 마련, 14일부터 생계를 건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그리고 6월 17일 세입자들은 향린교회, 다함께, 두리반 등 여러 활동가들과 함께 오전 서울 중구청 앞에서 명동 세입자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록 6월 19일 용역들에 의해 카페 '마리'가 침탈당했으나,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향린교회 신자들과 두리반에 연대하던 활동가들이 달려와서 항의한 덕분에 되찾을 수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향린교회를 다니면서 주변에 존재하던 상점들이 서서히 문을 닫는 것을 보면서 혹시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향린교회 목사님이 ‘하늘 뜻 펴기('설교'의 향린교회식 표현)’ 시간에 자신이 제대로 배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철거민들의 집회에 연대 발언을 했다는 말씀을 듣고, 내가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티베트인 민수와 그의 부인인 이근혜 씨가 운영하던 티베트 레스토랑 ‘포탈라’마저 철거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의 전공이 중국학이지만, 중국정부의 티베트 점령에 반대하는 신념과 맛있는 티베트, 네팔, 인도음식을 먹겠다는 신념에서 연대하러 자주 간 바 있는데, 이분들로부터 이 투쟁에 함께할 것을 요청받았다.

그래서 나는 티베트음식점과 무엇보다 내가 어렸을 때 다니던 교회가 금융자본에 의한 일방적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에 연대하고 있다.

현재 카페 마리는 두리반 투쟁에 함께한 활동가들과 진보신당, 사회당 당원들과 촛불시민들이 세입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 또한,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 국어교육학과 학생회장, 역사교육학과 학생들, 동국대 총학생회 등의 학생과 다함께 회원, 진보신당, 사회당 당원 등 용산3구역 투쟁이 두리반이 그랬듯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많은 시민들의 지지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홍대 앞 작은 용산' 두리반에서도 공연을 한 예술가들은 이번에도 카페 마리에 와서 공연을 하면서 연대하고 있다.

철거문제에 부닥치기 전에는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던 한 철거민은 "평소에 정치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던 절친한 민주노동당 당원이 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정당한 투쟁에 많은 사람들이 연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철거민에게 자신감을 준 이러한 연대야말로 얼마 전에 있었던 홍대 미화노동자들의 점거파업과 두리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준 바 있다. 이러한 '외부세력'의 연대로 시행사에 고용된 용역깡패들이 계속 건물 주변에 서 있어야 했다.

만약에 이러한 연대가 용산과 두리반에서 그랬던 것처럼 승리로 이어진다면, 건설자본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2년 전에 봤던 용산의 비극과 같은 일이 줄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투쟁에 뜻있는 이들의 연대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