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곤경에 빠진 유럽연합 지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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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21~24일에 열리는 맑시즘 2011 연사로 방한할 예정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 61호에 실렸던 기사다. 최근 미국발 위기로 유럽의 경제 위기 문제가 떠올라 여전히 시의성이 있는 이 기사를 다시 게재한다.
때로는 옛날 농담이 현 상황과 더 잘 어울릴 때가 있다. “디나이얼[부정]은 이집트 강 이름이 아니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지역] 정치인들이 사는 나라 이름이다.”
이것은 〈파이낸셜 타임스〉의 한 칼럼이 그리스 위기 해법을 놓고 유럽 정책 입안자들이 빠진 엄청난 혼란을 표현한 말이다.
고작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연합은 자신을 ‘규범을 따르는 열강’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즉, 미국처럼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를 추구하지만, 미국과 달리 무력보다는 설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런 주장은 철저히 파산했다. 유럽연합의 최대 성과인 경제·통화연합은 유로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2퍼센트에 그치는 단 한 나라[그리스]의 문제조차 집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결책을 놓고 서로 갈등하는 세력들이 동의하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평범한 그리스인들을 희생시켜 그리스 재정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들은 또한 그리스가 외채를 디폴트[채무불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볼프강 문차우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 디폴트는 유로존의 금융 안정과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역동적 과정의 출발이 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부정’이 시작된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그리스가 외채를 갚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들은 또한 긴축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점을 인정한다. 공공 지출을 줄이는 것은 상품과 재화 소비도 줄이며 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당연히 그 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빚의 크기를 상대적으로 더 크게 만들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은행과 기타 집단 들에게 그리스 국채를 차환[‘롤오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다시 말해, 그리스 채권자들은 대출금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이 돈을 그리스에 다시 빌려 줘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물
이 해결책은 세 가지 장애물에 직면했다. 첫째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다. 황당하게도, 이들은 여전히 국가와 기업의 신용상태를 평가할 권위를 가진 집단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들은 2000년대 중반 경제 거품이 커지고 있을 때, 나중에 휴지조각이 된 온갖 금융 파생상품들을 ‘건전’한 것으로 평가했던 자들이다.
그중 하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최근 차환이 사실상 ‘선택적 디폴트’와 다를 바 없다고 발표했다.
둘째 장애물은 독일 정부다. 국내 여론이 구제금융에 적대적이기 때문에 독일 정부는 그리스에 대출한 집단이 ‘헤어 커트’를 감수해야 한다고, 다시 말해, 빌려 준 돈을 다 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덕분에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유럽중앙은행 ─ 셋째 장애물 ─ 과 충돌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총리 장 클로드 트리셰는 독일과 프랑스 정부의 제안에 결사반대한다.
트리셰는 그런 조처를 취하면 금융시장이 유로존의 약체 국가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약체 국가에 속하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이미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위원회와 IMF ‘삼인조’에게 지속적으로 손을 벌려야 했다.
최근 이런 ‘감염’이 유로존에서 셋째로 경제 규모가 큰 이탈리아로 확산되는 듯이 보인다. 이탈리아 국채 판매 과정에서 이자율이 9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한편, 트리셰 본인은 약체 유로존 국가들의 목을 바짝 죄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5퍼센트로 올렸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기준금리는 아직 역대 최저 수준인 0.5퍼센트다.
트리셰는 물가상승을 억제하려면 이런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조처는 엄청난 부채 부담으로 허덕이는 유로존 국가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 그들이 갚아야 할 부채의 크기를 더 크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부정’이란 단어는 유로존의 집단적 상황을 표현하기에 너무 온건한 단어다. 지금 유로존은 서로 대립하면서 거의 자기 파괴 행위를 하고 있다. 유로존의 다양한 행위자들은 상황을 부분적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그것을 총체적 해결책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죄르지 루카치가 고전인 《역사와 계급의식》에서 지적하듯이, 자본주의는 사회의 각 부분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운영하려 노력하지만, 체제 전체는 비합리적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