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슈로 떠오른 ‘희망의 버스’:
7월 30일 부산으로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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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3차 ‘희망의 버스’가 예고된 가운데, “연대 투쟁으로 희망을 만들어 보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유성기업·쌍용차 등 노동자들은 동조 단식과 자전거 행진 등을 벌이며 연대를 호소하고 있고, 노동·사회·시민 단체와 정당을 비롯해 종교계·학계·문화계·언론계·법조계 등 수많은 이들이 참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박노자·홍세화·김규항 등의 인사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적잖은 사람들이 부산과 서울에서 연일 촛불집회도 이어가고 있다. 한진중공업 회장 조남호의 국회 소환과 경찰청장 조현오 파면을 요구하는 범국민 서명도 시작됐다.
이런 연대는 국제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노엄 촘스키·월든 벨로·알렉스 캘리니코스 등 저명 인사들이 연대의 뜻을 밝혔고, 〈르몽드〉·〈BBC〉·〈CNN〉·〈알자지라〉 등 국제 언론도 투쟁 소식을 보도했다. 최근엔 국제금속노련을 비롯해 독일·호주·필리핀·일본·이탈리아·노르웨이·캐나다·파키스탄·벨기에 등에서 노동자들의 연대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와 재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85호 크레인을 바닷가로 끌고 가 강제로 김진숙 지도위원과 노동자들을 끌어내리려던 경찰은 여론의 압력에 밀려 일단 멈춰야만 했다.
물론, 이들은 야비한 비난을 쏟아내며 투쟁의 대의와 정당성을 깎아내리려고 안달이다.
청와대와 경총은 “노사 자율”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훼방 버스’는 오지 말라”고 맹공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이채필은 “외부세력[이] 정치 이슈화[하면] 안 된다”며 “관련 없는 사람들은 빠지라”고도 했다.
저들은 “노사가 진통 끝에 이룬 합의”를 존중하라지만, 파업 철회와 정리해고 수용을 담은 6·27 합의는 배신자 채길용 집행부의 의사였을 뿐이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집행부가 우리를 버렸다”며 치를 떨었고, 지금도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외부 세력?
더구나 ‘희망의 버스’로 모인 이들은 결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85호 크레인은 이미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신음하는 수많은 이들의 분노와 저항의 상징이 됐다. 송경동 시인의 말처럼, “희망의 버스는 수백만 정리해고자들의 아픔과, 사회적 죽음에 다름 아닌 9백만 비정규직의 절망에 종지부를 찍기를 기원하는” 이들의 “열망의 버스”이자 “연대의 버스”다.
그래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는 한 작업장의 노사 관계를 뛰어넘는 “전국적 정치 이슈로”(한나라당 김형오)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보수 언론들이 제 아무리 넘쳐나는 쓰레기, 휴가철 장사 피해 등을 트집 잡으며 “부산 시민들이 반대한다”고 사실을 왜곡해도 이 도도한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퍼센트는 한진중공업 사태의 책임이 이명박 정부와 사측에 있다고 답했다. 오죽 했으면 국무총리 김황식까지 “1백74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나눠가지는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겠는가.
정부와 부산시가 온갖 치사한 방법으로 ‘희망의 버스’ 반대 플래카드를 부착하고 관변단체를 동원해 집회를 훼방놓고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다 아는데, 그 입으로 “외부 세력” 운운하는 것은 정말 웃기지도 않다.
한심한 손학규
그 점에서, ‘희망의 버스’에 오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민주당 대표 손학규는 한심할 뿐이다. 부산 지역의 민주당 구의원은 ‘희망 버스’를 비난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자본가들의 눈치를 보는 민주당은 기껏해야 노사 중재를 시도하며 조남호에게 청문회에 출석하라는 채근만 하고 있다. 물론, 오만방자한 살인해고 주범 조남호는 당장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살인해고를 철회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노사 간 ‘중재’가 아니라, 강력한 연대와 투쟁 건설로만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희망의 버스’의 의의를 “노사 대화하라는 시민의 목소리”라고 규정한 것은 부적절하다. 조합원들이 크레인에서 절규하고 있는데 단식 농성이나 하며 민주당과 정책 협의에 매달리는 민주노총 지도부도 비판받아야 한다.
진보 진영은 3차 ‘희망의 버스’에 더 많은 사람들을 조직해 노동자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조남호와 이명박 정부의 목을 더 거세게 조여야 한다. 〈한겨레〉의 말처럼, “희망 버스는 더욱 거대한 태풍으로 진화”해야 한다.
3차 ‘희망의 버스’에 많은 이들이 함께 올라 타자. 그리고 우리의 힘을 집중해 부산 시내를 가로질러 강력한 행진을 벌이고, 저들의 야만과 위선을 낱낱이 반박하고, 이 더러운 세상을 향한 분노와 연대의 희망을 보여 주자.
조직 노동자들이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금속노조의 파업, 대규모 집회, 희망 버스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며 “이제 국민들에게 투쟁을 호소”했다.
연대를 호소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정말 민주노총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는가?
민주노총·금속노조 지도부는 그간 한진중공업 투쟁 연대에 소홀했고, ‘희망의 버스’ 조직에도 책임을 방기했다. 2차 ‘희망의 버스’ 1백95대 중 금속노조가 조직한 것은 단 20대 뿐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조합원 조직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오히려 단식 농성으로 적당히 책임만 면해 보려는 듯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민주당 등에만 기대를 걸고 있다. 7월 21일 한진중공업과 유성기업 등의 문제를 놓고 열린 ‘민주노총·민주당 간담회’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 줬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술회했다. “민주당에 사정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우리가 싸울 테니 이러저런 걸 하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이런 태도 때문에, 일부에선 ‘투쟁을 외주화한 민주노총’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프레시안〉은 “희망 버스를 향한 열정은 왜 민주노총의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붙지 않을까. … ‘차벽’은 민주노총과 희망버스 사이에도 있다”고 했다.
물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희망의 버스’에] 냉담하[고] … 무관심하다”는 〈프레시안〉의 지적은 맞지 않다.
2차 ‘희망의 버스’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꽤 많이 참가했다. 문제는 이들이 조직적으로 참가해서 집단적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그저 개인으로, 한 시민으로 참가했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임금·노동조건 등에 대한 불만은 쌓이고 있는데, 이런 노동자들의 요구가 ‘희망의 버스’와 잘 결합되지도 못했다.
따라서 노동조합 운동의 연대성 약화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활동가들이 나서야 한다.
지금 수많은 노동자들은 ‘희망의 버스’에서 연대 투쟁의 희망, 승리의 가능성을 찾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연대의 불길이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기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활동가들이 곳곳에서 연대 투쟁을 선동하며 더 많은 노동자들을 조직적으로 ‘희망의 버스’로 불러 모아야 한다. 그 속에서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사기를 높여서 더 강력한 투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