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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판매자 벌금형 무죄 선고:
“동지들의 연대 덕분에 끈질기게 싸웠고 승리했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5월 거리에서 〈레프트21〉을 판매하다가 연행돼서 ‘불법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 그런데 7월 28일 재판에서 우리 여섯 명 전원은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았다! 우리가 승리했다!

우리는 무죄다 7월 28일 열린 <레프트21> 판매자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지난해 5월 7일 서울 강남역에서 <레프트21> 신문을 판매하던 시민 6명을 경찰이 강제 연행하고 있다.

판사는 이렇게 선고했다.

“김지태, 조익진 씨는 행사가 다 끝난 후에 그 장소로 간 것으로 보인다.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무죄다.

“신명희, 김문주, 김득영 씨는 그 행사가 설사 옥외집회라고 하더라도, 주최자로 볼 만큼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무죄를 판결한다.

“[마지막으로] 김형환은 옥외 집회를 주최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범행 동기수단·결과·범행 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하다. 따라서 선고를 유예한다.”

방청하던 〈레프트21〉 지지자와 촛불 네티즌 등 50여 명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다섯 명은 무죄, 한 명은 사실상 무죄와 다름없는 선고 유예였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승리, 우리 모두의 승리다.

사실 이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 1년 여간의 재판 기간 동안 정치적·법리적으로 파산 상태였다. 경찰들과 인근 상인 등이 줄줄이 증인으로 나섰지만, 그럴수록 검찰의 말은 앞뒤가 안 맞았고 억지라는 점이 드러났다.

검찰은 ‘미신고 집회’를 이유로 우리를 기소했지만, 사실 이것은 명분일 뿐이었다.

우리 여섯 명이 〈레프트21〉을 판매하다 연행된 지난해 5월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고와 지방 선거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던 때였다. 정부는 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진보적 주장과 정부 비판을 억눌러 이런 위기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우리를 기소하고 8백 만 원의 약식 명령을 내린 것은 이런 맥락에서 벌어졌다. 이것은 명백히 언론 탄압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었다. 실제 우리를 연행한 경찰 이종순은 “한국에는 국가보안법이 있다. 사상 검증을 해야 한다”고 협박했다. 검사도 〈레프트21〉의 급진적 주장을 노골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탄압에 결코 무릎 꿇지 않았고 강력하게 맞서 싸웠다.

궁지에 몰린

우리는 경찰의 협박과 폭력에 결코 굴하지 않았고 검찰의 황당한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판매 사실을 조작하려던 검찰의 거짓말을 폭로했고,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검찰 논리의 모순을 공격했다.

제대로 된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궁지에 몰린 검찰은 급기야 우리가 연행에 항의한 것도 집회로 몰았다. 어찌나 어이가 없는 주장이었던지 판사조차 “보통 그런 상황을 집회로 보진 않지 않느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더구나 검찰 측 증인조차 우리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심지어 한 증인은 “누구나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공개적으로 우리를 옹호했다.

사실 범죄의 온상인 검찰이 우리에게 죄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정말 웃기는 일이었다. 위장전입, 병역기피, 탈세에 ‘스폰서 검사’ 의혹까지 받고 있는 검찰총장 후보 한상대는 검찰이 얼마나 더러운 범죄 집단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이 투쟁을 사회적 투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데 있다. 우리는 광범한 지지와 연대를 건설하고자 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등 각계 인사 2백여 명이 항의 서한에 서명했다. 심지어 일부 민주당 국회의원들까지 항의 서한에 서명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같은 언론단체들은 법원에 검찰을 비판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 알렉스 캘리니코스, 독일 국회의원 크리스틴 부흐홀츠 등 50여 해외 진보적 인사와 단체 들도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첫 재판 때부터 법원 앞에서 1백 명이 모인 항의 집회를 벌였고, 폭우가 쏟아지던 선고 재판 당일에도 50여 명이 모여 ‘무죄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끝까지 저항했다. 이 기자회견은 미디어 행동,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노동당,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다양한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재판부는 이런 광범한 지지와 연대를 보면서 큰 압력을 느꼈을 것이다.

거리와 집회 등에서 투쟁하는 노동자와 학생 들이 보내 준 지지도 컸다. 우리는 십시일반 모인 투쟁 기금 덕에 재판을 치를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의 지지는 우리가 투쟁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준 힘이었다. 우리의 투쟁을 응원해 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한 가닥 체면

물론, 재판부는 검찰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을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우리가 “신문 판매를 빙자한 미신고 집회를 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수용했다. ‘미신고 집회’를 했지만 “무죄”라는 모순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우리의 저항에 압력 받은 재판부가 많은 부분 우리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그나마 이명박 정부와 검찰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타협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판결 내용은 검찰이 향후에도 정당한 〈레프트21〉 거리 판매를 방해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지는 않은 미흡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정말 유감이고 아직 완전한 승리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미신고 집회’를 했다는 검찰과 이에 대한 재판부의 타협을 우리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이명박 정부 시대에도 광범한 지지를 건설하며 단호하게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특히 레임덕 위기에 처한 이명박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마녀사냥을 확대하고, 소환과 기소를 남발하며 반동적 발악을 하는 와중에도 얻은 승리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지난해 5월 거리에서 <레프트21>을 판매하다가 연행돼서 ‘불법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 선고를 받았던 <레프트21> 판매자 6인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곳곳에서 〈레프트21〉을 판매하며 이 체제와 정부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이어질 검찰의 항소에 맞서며 ‘미신고 집회’ 부분까지도 완전히 떨쳐내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뜨거운 연대와 지지를 통해 우리의 승리에 큰 도움을 준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동지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계속될 우리의 투쟁에 계속 연대와 지지를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