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성과급제 폐지 약속 지켜라
〈노동자 연대〉 구독
4~5월 문자 메시지로 각 교사들에게 2018학년도의 차등성과급 등급이 전달됐다. 교사들은 자신이 S급 교사인지, B급 교사인지를 확인하며 희비가 엇갈리고, 씁쓸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서야 했다.
박근혜 정부가 퇴진하자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이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 폐지’를 약속했으니 학교 현장에서 성과급쯤은 사라지겠구나 기대했다. 사실,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은 성과연봉제 폐지가 분명치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차등지급률만 축소하고(7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성과급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최고·최하 등급 간 격차가 132만 원). 또, 박근혜 정부가 만든 ‘교원업적평가’도 유지하며 근무평정(인사)과 성과급(보수)을 연계해 교사들의 목줄을 틀어쥐고 있다.
성과급제는 차별을 강화한다. 기간제교사의 성과급은 거의 직무급제에 버금간다. 단지 ‘기간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교사의 최하 등급보다 못한 금액을 지급한다. 기간제 교사 사이의 성과급 차이까지 고려하면, 최고 등급과 최하 등급을 받는 교사의 임금 격차는 무려 258만 원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사코 성과급제를 유지하려는 이유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교사들의 저항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나 대입제도 개편안 같은 교육 불평등 완화 공약은 이미 실종됐다. “4차 산업혁명 인재양성” 운운하며 친기업적 교육을 강조하고, 초1에서 고1까지 일제고사를 부활시키려 한다.
성과급제 유지는 임금 억제책이기도 하다. 소수 교사는 임금이 올라갈 수 있지만 대다수에게는 임금 상승이 억제된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의 이윤 회복을 위해 노동자 전반의 임금을 공격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의 임금 체계를 공격해 민간부문의 임금 삭감을 쉽게 하려 한다. 교원 성과급제 유지도 그 일환이다.
성과급제 개선?
올해 정부의 성과상여금 지급 지침에 나온 2020년 행정예고(안)은 정량평가를 95~100%로 구성해 평가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려는 듯 보인다. 특히 정량평가 기준에서 “힘들고 기피하는 업무(담임, 부장, 학교폭력 업무 등) 담당”을 위주로 우수등급을 주겠다고 한다. 언뜻 합리적 방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피 업무 위주로 높은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기피 업무’란 학교나 개인 상황마다 다를 것이며, 기피 업무를 맡은 교사가 그 업무를 제대로 하는 것이 예정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교육은 학교 노동자들의 협력적인 활동으로 이뤄지므로, 개인의 교육 노동 성과를 정량화해 평가하는 것 자체가 온당치 않다. 기피 업무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정부 지침 자체가 개인의 교육노동을 정량화해 평가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반증한다.
정부는 성과급제와 업무 연계를 ‘기피 업무’ 우대로 포장하지만, 본래 균등한 수당으로 줘야 할 급여를 악용해 교사들을 더욱 쥐어짜려는 것이다. 교사들이 보직과 학교 폭력 등의 업무를 기피하게 만드는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 성과급이 아니라 교사 수를 늘리고 행정을 맡을 정규직 노동자를 더 충원해야 한다.
올해로 공무원에게 차등성과급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다. 전교조는 성과급제 폐지와 균등 수당화를 요구하는 20만 교사-공무원 선언을 추진한다. 학교별 균등분배도 조직한다.
지난해 전교조가 추진한 차등성과급 학교별 균등분배에 교사 9만 5000여 명이 참여했다. 사상 최대 참가였다. 전교조는 올해도 교사들의 균등분배를 조직해 성과급 차등지급을 무력화하고, 정부에 성과급제 폐지를 압박해야 한다. 물론, 성과급 폐지 투쟁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학교별·지역적으로 존재하는 전교조 조직력의 불균등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향후에 전국적 균등분배를 조직하는 것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