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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로 ‘기층의 여론을 수렴했다’고 우길 셈인가?

최근 참여당 통합에 대한 금속노조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는 참여당과 통합 추진을 정당화하는 데 이를 이용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새세상연구소의 여론조사도 ‘기층 대중조직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기만적으로 생색을 내려는 시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정말로 당원·조합원 사이의 민주적 토론은 거부하면서 여론조사로 그것을 때우려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참여당과 통합이라는 쟁점은 노동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진보정치의 핵심을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당원·조합원들을 적극적으로 토론에 동참시켜 찬반 의견을 들어야 마땅하다.

사실, 10년 전 민주노동당 창당은 자유주의 세력도 대안이 될 수 없고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선진적 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지, 단순히 노동자들의 여론을 조사해서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3퍼센트 안팎의 득표를 하면서도 거듭 독자적 후보를 낸 것도 척박한 땅에서 진보의 씨앗을 뿌리려는 의식적인 노력이었다.

꼼수

게다가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려고 한다. 당장 ‘금속노조의 여론조사에서 57퍼센트가 참여당과 통합에 찬성했다’며 큰소리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의뢰자의 의도를 반영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의뢰인이 여론의 ‘정확한’ 답변이 아닌 ‘듣기 좋은’ 답변을 얻고자 하면 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여론조사의 비밀》) 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발표하는 이명박 지지율 여론조사가 신뢰를 못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통 질문 자체가 특정 방향의 응답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새세상연구소 여론조사도 그런 의도가 노골적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참여당이 연석회의 합의문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부각한 반면, 진보신당은 합의문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각하며 질문하는 식이다. 금속노조 여론조사에서도 ‘참여당과 통합 찬반’을 직접 묻지 않고, ‘참여당을 비롯한 다양한 정치세력’이라고 해서 더 많은 찬성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금속노조의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노동자들의 의식은 단순하지 않다. 금속 노동자의 88.7퍼센트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참여당과의 통합에 찬성하지 않은 사람도 43퍼센트나 됐다.

또, 진보신당 당원인 금속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참여당과 통합 찬성이 절반 이하였다. ‘이명박에 맞서 정치 총파업이 필요하다’는 답도 85퍼센트나 됐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은 이런 점은 전혀 주목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은 여론조사라는 꼼수를 통해 참여당과 통합을 패권적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당원·조합원과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토론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