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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3차 수임기구 회의 의견 전달:
“도대체 진보대통합이 어디로 가는지 혼란스럽습니다”

8월 4일 오후 2시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민주노동당 수임기구 3차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시작하기 전 20여 명의 당원들이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와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고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대로된 통합진보정당 건설" " 민주노동당 수임기구 3차 회의가 열린 8월 4일 오후 대방동 여성플라자 앞에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보대통합을 바라던 민중은 도대체 배가 어디로 가는 건지 혼란스럽고 민망하기까지 합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 대구 등에서 모인 당원 20여 명이 참여했다.

수임기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병수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당혹스럽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우리는 함께 진보대통합의 배를 타고 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비록 좌충우돌할 지라도 그 목표를 향해 합심해서 가면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역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장이 키를 돌린 겁니다. 우리 당원들과 진보대통합을 바라던 민중은 도대체 배가 어디로 가는 건지 혼란스럽고 민망하기까지 합니다.

“지역에서도 진보대통합을 위해 진보신당 지역위원장과 민주노총 지역본부장과 함께 잘 노력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2차 수임기구 회의 이후로는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장은 국민참여당이 들어오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이전과 달리 요즘은 진보대통합 자체가 썰렁한 분위기가 됐습니다. 기대도 사라지고 우리도 애당초 얘기하던 진보대통합 기운을 느끼고 얘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차 수임기구 회의 자료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공개했지만 거기에는 애초 회의 자료에 포함됐던 내용이 다 들어있지는 않았습니다.

“비록 우리가 수임기구 내에서 소수파이긴 하지만 진정한 진보대통합을 위해 노력해 봅시다.”

권혁태 서울 양천구 위원장은 당 지도부가 “지나치게 조급하고 당원의 의사는 묻지 않고 있다” 하고 비판했다.

“이런 전략적 문제를 불과 몇 주 만에 결정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만 설사 그것이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진보신당과 통합이 일단락될 때까지는 이 논의를 미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반대로

김인식 서울 중구 위원장도 “당 지도부가 당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하고 지적했다.

“당원이 된 지 12년이 됐는데 당 지도부 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든 것은 처음입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민참여당 문제는 민주노동당의 지난 12년 역사에서 가장 중차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8년 분당 때만큼이나 말이죠. 그런데 이런 문제가 당원들의 토론도 없이 여론조사로 대체되는 것은 무척 우려스럽습니다.

“사실 1999년에 우리가 민주노총 여론조사해서 민주노동당 만들려고 했다면 과연 창당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이런 당을 만들어낸 겁니다.

“진보대통합을 한다는 정책당대회 결정이 내려지고 진보신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전 정부 관료 출신 인사들까지 포함돼 있는 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데 불과 두세 달이 걸렸다는 것은 이 논의가 얼마나 당원들과 소통없이 추진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무엇을 위한 원내교섭단체입니까? 민주노동당은 자본가 정치와는 다른 노동자 정치를 내세우며 지지를 획득해야 합니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이와 정반대로 가는 것입니다.

“8월 하순에 당대회가 있을 것입니다. 결과는 예정돼 있지 않습니다. 단지 국민참여당 통합 반대뿐 아니라 제대로 된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수임기구 회의가 열리기 전 이정희 대표에게 의견서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당원들의 연서명을 전달했다. 의견서에는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8명의 전현직 민주노총 임원들과 21명의 민주노동당 지역 간부들, 그리고 유팔무, 허석렬, 홍영두 교수 등이 서명했다. 연서명에는 이날까지 4백 명이 넘는 당원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이 수임기구 회의가 열리기 전 이정희 대표에게 의견서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당원들의 연서명을 전달하고 있다.

한편, 신석진 보좌관(이정희 의원실)은 수임기구 회의 직전 갑자기 회의장 밖으로 나와 팻말을 들고 서 있는 항의 행동 참가자들을 향해 어이없는 말을 했다.

“봤어요? 민주노동당 당사 앞에서 시위를 하던 어버이연합 사람들?”

항의 행동에 참가한 민주노동당 당원들을 우익들과 비교한 것이다. 항의 행동 참가 당원들은 신석진 보좌관의 말에 모욕감을 느꼈다며 불쾌해 했다.

당원들의 진지한 비판에 대한 이런 반응은 당권파 지도부의 비민주적 태도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항의 행동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 추진을 원하는 당원들을 규합할 것을 다짐하며 이날 행동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