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경쟁의 격화와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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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오바마는 ‘한미FTA가 기존의 군사·안보 동맹에 경제 동맹을 더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한미FTA는 단지 경제적 이익을 위한 협정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시종일관 ‘한미FTA를 통해서 한미 경제동맹과 안보동맹을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 정부가 연평도 때문에 한미FTA에서 놀라운 양보를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7일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톰 도닐런은 “세계에서 미국의 힘과 영향력은 우리의 경제력에 직결되며, 3개 자유무역협정의 의회 승인은 국제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안보 전략의 핵심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하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한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었고 최대 교역상대였으나 2003년 이래 중국과 일본에 밀렸고 올해 7월 1일 한·EU FTA 잠정발효 이후에는 EU에도 추월당했다” 하며 한미FTA를 동북아시아에서 중국 등 다른 제국주의 열강과 경쟁하는 데 지렛대로 쓰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런 정책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실제 미국은 FTA를 추진함에 있어 외교·안보적 사항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왔다. 미국 최초의 양자 간 FTA인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의 중동정책을 반영한 결과이다.”(《한국의 FTA 전략》, 삼성경제연구소)
미국의 안보전략문서는 “오늘날 무역협정은 냉전시대 안보조약과 동일한 목적을 수행한다”고 명시했다. 즉 미국이 추진하는 ‘전략적 유연성’, 군사력 증강과 FTA가 연결돼 있는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도 한미FTA를 통해 미국과 지정학적 동맹을 강화하면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는 위치에 서고 남북관계에서도 더 주도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미FTA를 ‘낳은’ 노무현 정부는 이것을 ‘동북아 중심 국가’로 불렀고 한미FTA를 ‘키운’ 이명박 정부는 ‘신아시아 외교’라고 불렀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지지층의 반발도 무릅쓰며 한미FTA를 추진했고, 이명박 정부는 자동차 부문 등에서 일부 양보하면서까지 재협상 타결에 매달렸다.
그러나 이런 안보 동맹 강화는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며 남북한 상호 포격 사태 같은 긴장을 더 부추길 것이다. 2008년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은 더 커졌고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로 진출을 확대하는 등 지정학적 경쟁에서도 미국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적 경쟁을 심화할 한미FTA 비준을 저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