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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운동 중간 평가: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 내다

최근 한진중공업 노조 지도부 선거에서 정투위(정리해고철폐투쟁위원회) 후보가 투쟁을 배신했던 채길용 전 지회장을 누르고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차해도 신임 집행부는 과반의 지지를 얻어 당선했고, 채길용의 성적은 꾀죄죄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서울 도심 한복판을 누빈 4차 희망버스

이것은 희망버스가 장기투쟁과 혹독한 탄압으로 지쳐 있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줬다는 것을 보여 줬다. 차해도 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희망버스가 우리 조합원들에게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나 신념 같은 것을 갖게 했습니다.”

선거 직전 조남호는 야당 권고안을 수용하면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권고안이 정리해고 철회를 담고 있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지만, 적어도 조남호가 ‘3년 뒤 복직을 고민해 보겠다’는 데서 뒤로 밀렸다는 점은 명백하다. 조남호는 권고안을 수용하며 울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힘으로 밀어붙이면 통한다’는 나쁜 선례”라고 우려한다.

김진숙 지도위원도 말했듯이, 이런 성과를 만들어낸 데 “희망버스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다.” “물대포 쏠 거, 연행될 거 알면서도 … 산을 둘러 몇 시간을 걸어서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온 사람들이 “엄청난 역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아직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전국적 정치투쟁으로 발전한 이 운동은 의미있는 성과들을 만들어 냈다.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다섯 차례 수만 명이 참가한 희망버스는 “정리해고 철회하라”는 김진숙 동지와 85호 크레인의 연대 호소에 대한 응답이었다.

기륭 투쟁과 비정규직 1만 인 선언 등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비없세’(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활동가들은 경제 위기 고통에 신음하는 수많은 이들의 분노와 연대의 갈망을 잘 대변했다.

“IMF 이후 자본의 이윤만을 위해 잘려 나간 우리 이웃들이 수백만입니다. 그들 대부분이 삶의 벼랑으로 몰려 9백만 비정규직 시대가 되었습니다. 김진숙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쌍용차 노동자들은,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은,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재능교육 비정규직들은 그런 이 시대의 절망에 맞서고 있습니다. … 우리 모두, 우리 시대 전체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희망버스를 타러 가요’, 송경동)

이것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불안정한 삶과 부정의한 사회에 불만을 쌓아가던 청년·학생 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 자발적으로 참여한 노동자들도 많았다. 그래서 희망버스는 사람들이 더는 연대하고 투쟁하려 하지 않는다는 주장들을 정면 반박했다.

공감

김진숙 “희망버스가 엄청난 역사를 만들어 냈다.”

희망버스는 노동자 투쟁에 폭넓은 연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줬는데, 탐욕스런 재벌과 고통받는 노동 대중 사이의 양극화 심화가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다. 주주들에게 1백74억 원의 배당금을 나눠주고 지난 10년간 4천억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인 조남호가 85호 크레인의 절규를 외면하는 모습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오죽 했으면, 한나라당과 조중동조차 조남호를 꾸짖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희망버스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하고 외쳤다. 그리고 이것은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이 보여 주듯, 변변한 복지도 없고 고용 불안이 심각한 사회에서 ‘해고는 살인’이라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친민주당 개혁주의자들은 이 구호가 “너무 나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시장 경제에서 정리해고는 불가피하다”고 했고, 그래서 희망버스가 “재앙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조차 조남호가 영업이익을 쌓아 놓고도 노동자들을 해고했다고 비판하는 판에,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체제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타협을 추구하는 입장이 운동의 전진을 방해한다는 점을 보여 줬다.

한편, 민주노총·금속노조 지도부는 희망버스가 가져 온 기회를 더 적극 부여잡아야 했다.

재능지부 유명자 지부장은 “[희망버스에서] 자신감이 들었다. 이 마음 갖고 가서 한참 동안 힘차게 투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지도부가 민주당을 중재자로 끌어들이려 하기보다 희망버스에 조합원들을 대거 조직했다면 이런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노총·진보정당 지도부는 아쉽게도 희망버스와 별도로 집회를 잡는가 하면, 민주당과 함께한 ‘희망 시국대회’에선 요구 수준을 “한진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낮추기도 했다.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 수준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방식은 운동의 전진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활동가들은 희망버스와 같은 정치운동과 연관을 맺으면서 자신감을 높이고 투쟁을 전진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희망버스가 보여 준 가능성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투쟁을 넘어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정치투쟁으로 계속돼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시작된 ‘99퍼센트 저항’과 함께하면서, 그 안에서 투쟁을 전진시킬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