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역사를 일궈낸 ‘희망버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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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투쟁이 드디어 감동적인 승리의 드라마를 써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어제(11월 10일) 1년 내 재취업, 근속년수 인정, 2천만 원의 생계비 지원, 고소고발·손해배상 청구 최소화 등을 담은 노사합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퇴직금·학자금 등의 문제에서 일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근속과 경력이 인정이 됐다는 건 정리해고가 철회됐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로써 85호 크레인 위에서 1년 가까이 목숨을 건 투쟁을 벌여 온 김진숙 지도위원과 노동자들이 살아서, 이겨서 땅을 밟았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이제 해고자·비해고자 구분이 없어졌습니다. 1백 퍼센트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저나 여러분 모두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여러분,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이고 출발입니다.”
이번 승리는 무엇보다 연대 투쟁의 희망을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5차레에 걸쳐 연인원 3만여 명 이상을 결집시키며 전국적 투쟁을 만든 희망버스는 정말이지 “놀라운 역사”를 만들었다.
‘야권연대’에 대한 무비판적 추수가 아니라 이런 연대와 투쟁이 민주당 의원들을 움직여 권고안을 만들게 하고 한나라당과 조남호가 그것을 수용하게 만든 진정한 동력이었다.
한미FTA 정국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도 호재로 작용했다. 한미FTA 반대 운동과 희망버스, 노동자 투쟁의 결합을 우려한 이명박 정부는 양보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밀렸다. 막바지 협상에는 청와대 관계자까지 참석했다.
지금, 한진중공업 투쟁 승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자신감을 자극하고 있다. 10일 국회 앞 한미FTA 반대 집회에서도 “한진중공업의 승리는 우리 모두의 승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승리가 조직 노동자 운동이 ‘쌍용차 트라우마’를 벗어나서 더 전진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물론 조남호가 뒤통수를 치지 않고 이 약속을 지키게 하려는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런 점에서, 희망버스와 한진중공업 투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것은 의의가 있을 것이다. 본지가 관련 글 두 개를 재게재한다. 더 자세한 평가와 전망은 〈레프트21〉 69호에 게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