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퍼센트’의 일부인 이주노동자 단속ㆍ추방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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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월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집중 단속하려 한다. 이번 단속은 다시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한국 경제 불안정 속에 예고돼 꽤나 우려스럽다. 경제 위기 때마다 이주자들은 사람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한 속죄양이 돼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미국 세관은 일주일 만에 미등록 이주자 3천여 명을 ‘범죄 경력’을 빌미로 체포해 추방했다.
2008년 경제 위기 때 이명박 정부도 ‘이주노동자 고임금’ 운운하며 이주노동자 임금 삭감 방안을 내놨고 정부 차원의 외국인범죄대책본부를 설치해 단속을 펼치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조장했다. 2008년 들어 추방된 외국인 수는 그 전년도에 비해 6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경제적 처지도 함께 악화됐다. 2007년 63억 원이던 체불임금 신고액이 2008년 들어 급격히 늘기 시작해 최근 몇 년은 매년 2백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거의 1백억 원가량 체불임금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체불임금까지 포함하면 이 액수는 훨씬 늘어난다.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면, 사업주들이 이를 이용해 이주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횡포와 폭력
집중 단속이 시작되면 출입국 단속반의 횡포와 폭력도 극심해진다. 언제나 이 기간에 단속 때문에 크게 다치는 이주노동자들이 속출했고 심지어 사망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 마석의 한 공장에서는 단속반이 무단으로 쳐들어와 가스총을 들고 사람들을 위협해 끌고 가는 사건이 있었다. 집중 단속이 시작되면 이런 일이 전국에서 매일 일어난다.
이것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10월 7일, 모로코인 여성은 여수출입국사무소에서 조사를 받다가 엄청난 분노와 절망감 때문에 5층에서 투신했다. 그녀는 전 재산을 털어 어렵게 마련한 가게를 남편과 운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부가 사소한 위반 사항을 빌미로 한 달 안에 출국하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연기해 달라고 간절하게 요청했지만, 당국의 답변은 “귀찮게 하면 보호소에 구금했다 강제출국 시키겠다”는 협박뿐이었다. 그녀의 투신 뒤에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그녀와 남편의 출국을 연기해 주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위해 외국인 체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내쫓아 한국 노동자들의 처지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는가? 한국의 대기업들이 경제 위기의 한복판에서도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때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더욱 줄었고 고물가로 월급봉투는 더 얄팍해졌다.
사실 이주노동자 통제의 진짜 목적은 저임금의 온순한 노동력 수급 관리에 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을 경제 위기로 고통 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의 표적으로 내몰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99퍼센트’의 이익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활동가 프랭크는 “우리 이주노동자도 99퍼센트 (일부)다” 하고 말했다. 이 말이 진실이다. 이주노동자들도 우리처럼 경제 위기에 고통받는 사람들이고, 정부의 인종차별 정책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주노동자들과 단결해 ‘1퍼센트’에 함께 맞서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야만적 단속에 반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