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토론에서 황당한 인종차별적 주장을 보기좋게 반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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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헌법재판소는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한’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국익을 위해 그 정도는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자유로운 임노동 관계’라는 자본주의 핵심 원리조차 사치라는 기가 막힌 판결이다.
이 판결 직후 KBS 1라디오 〈KBS 열린토론〉은 ‘외국인 노동자 이직횟수 제한 논란, 쟁점과 파장’이라는 주제로 패널 토론을 열었다. 이날 토론에는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팀장과 한 중소기업 업체 대표, 경북대학교 채형복 교수, 그리고 필자가 참가했다.
기업주를 대표한 자들은 헌재의 판결을 쌍수 들어 환영했다. 이 사안에서 이들의 입장은 정부의 입장과 전혀 차이가 없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충분히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데 직장마저 자유롭게 옮기게 해 주면 더 높은 임금을 좇아 움직이며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 ‘시장’
나는 이주노동자 임금은 정부 통계로도 한국인 대비 70퍼센트에 그친다고 반박했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직장을 옮기는 당연한 권리를 이주노동자들에게 불허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라고 반박했다. 채형복 교수도 국익 논리로 보편적인 인권을 부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기업주측 패널들은 고용허가제로 고통받는 노동자는 거의 없다는 말을 늘어놨고 또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은 천국과 같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도 폈다.
이에 전화로 토론에 참여한 한 시민은 “한국은 노동 천국이 아니라 노동 지옥”이라며 반박했다. 나도 “이 열악한 작업장들이 천국이라면 왜 한국인들은 실업난 속에서 천국의 일자리를 마다하는가?” 하고 반문했고 ‘당신들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해서 값싸게 부려먹겠다는 심사’라고 비난했다.
사측 패널들은 나중에는 중소기업이 어려운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둥 죽는 소리를 해댔다. 대구에서 방송을 듣다 전화로 참여한 한 시민은 “한국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속 시원하게 반박했다.
또 이 시민은 사측 패널이 이주노동자를 “걔들”, “얘들”이라 부른 것을 비판했고 결국 이 패널은 사과를 해야 했다. 이 토론회 내내 사측 패널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 – 게으르다, 신의가 없다, 병을 가지고 들어온다 등등 – 을 쏟아냈다. 쏟아내는 말들이 온통 거짓말과 편견 덩어리들이라 일일이 다 반박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채형복 교수도 사측 패널들이 이주노동자를 존엄성과 권리가 있는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나는 이 토론에서 정부와 언론, 사장들이 늘어놓은 인종차별적 주장들을 끊임없이 반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