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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 연재 ⑤:
왜 전쟁은 끊이지 않는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정당성을 의심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검토하는 연재의 마지막 순서다.

① 자본주의는 왜 끔찍한 불평등을 낳는가
② 시장은 효율적인가
③ 금융화와 금융자본만이 주된 문제인가
④ 기후변화는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⑤ 국가가 시장의 광기를 통제할 수 있는가
⑥ 왜 전쟁은 왜 끊이지 않는가?

미국의 진보 언론인 톰 엥겔하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미국 지배층을 두고 “전쟁 중독자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 권력자들은 미국인들의 50년치 사회보장비용에 해당하는 돈을 낭비했다.

누가 봐도 이것은 미친 짓이다. 그러나 전쟁의 원인은 단지 일부 전쟁 중독자들의 호전성 때문은 아니다.

자본주의 하에서는 대량살상무기가 지속적으로 생산·사용되는 가장 야만적인 전쟁이 계속됐다. 제1차세계대전에서는 1천4백60일 동안 1천만 명이 죽었다. 그 뒤에 훨씬 더 큰 규모로 일어난 제2차세계대전에서는 도시 폭격 때문에 수천만 명이 죽었다. 그리고 최초로 핵무기가 사용됐다. 자본주의의 전쟁이 특별히 더 야만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주의를 유지시키는 내적이고도 구조적 힘이야말로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자본주의의 핵심인 경쟁은 단지 경제적 경쟁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경쟁하는 다수자본”은 경쟁에서 이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것은 결코 평화롭지 않은 과정이다. 판매시장과 원자재 확보, 생산기지 장악, 투자협정 체결 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자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경쟁

무엇보다 자본가들은 국가 권력에 의존한다. 자본주의 국가는 다른 국가를 이기려고 역시 치열한 경쟁에 나선다.

그런데 경제적 경쟁이 국가들의 경쟁으로 이어지는 무대는 국제기구와 각종 경제협정 같은 수준을 넘어서 군사적 기구와 군대의 영역으로 이어진다.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4분의 1이 경유하는 소말리아 해역에 한국형 구축함 ‘문무대왕함’과 ‘대조영함’을 파견한 것이 아프리카의 에너지 경쟁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자유기업원도 “수출 3천억 불을 돌파한 무역대국 대한민국의 수출입 물동량 중 99.8퍼센트가 통과하는 제주 남방 해로에 제주해군기지가 조속히 건설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붙박이 장롱인 경제적 경쟁이야말로 무장력 증가와 전쟁의 동력인 것이다. 세계가 경쟁하는 열강 사이에서 분할·재분할되는 제국주의 질서를 분석한 러시아의 혁명가 부하린은 “무기의 존재가 전쟁의 주요 원인이고 추동력이 아니라 반대로 경제적 갈등의 필연성이 무기의 존재를 조건지운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20세기 이후 자본주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 유럽 강대국들이 식민지 쟁탈에 열을 올리는 과정에서 제1차세계대전이 터졌다.

제2차세계대전에서는 1939∼45년에 5천만 명이 죽었다. 미국은 영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열강이 되고자 패색이 짙은 일본에 핵폭탄까지 투하했다.

한국전쟁에서는 미국과 소련의 힘겨루기 속에서 수백만 명이 죽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에서 사용한 것보다 더 많은 폭탄을 쏟아부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 두 초강대국들은 세계를 몇 번이나 파멸에 몰아넣을 양의 무기를 만들며 군비경쟁을 했다.

신자유주의도 단지 무역과 기업 자유 확대만을 뜻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등을 통해 힘을 과시하며 다른 국가들이 무역·투자·외채 협상에서 미국의 지도에 복종하도록 강제했다.

무상주택 8백만 채의 건립 비용, 전 세계 어린이 5억 3천만 명의 건강보험 비용, 4천3백만 명의 대학 등록금으로 환산되는 비용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으로 쓰였다. 사람을 살리고 치료하는 데 쓸 수 있었던 돈을 살상에 쓰는 것에 대한 분노는 경제 위기가 깊어질수록 더 확대될 것이다. 이런 분노는 야만의 진정한 원인인 자본주의를 과녁으로 삼아야 한다.

전쟁은 자본주의의 액세서리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내장이며 자본주의의 핏줄이다. 상대를 무너뜨려야만 살 수 있는 피비린내 나는 자본주의적 경쟁의 최종착역이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의 눈망울에 가슴이 저리는 사람들은 전쟁의 원인인 자본주의에도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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