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본주의 연재:
기후변화는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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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정당성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같은 책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레프트21〉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검토하는 연재를 싣는다.
① 자본주의는 왜 끔찍한 불평등을 낳는가
② 시장은 효율적인가
③ 금융화와 금융자본만이 주된 문제인가
④ 기후변화는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⑤ 국가가 시장의 광기를
통제할 수 있는가
⑥ 왜 전쟁은 왜 끊이지 않는가
재생에너지, 대중교통, 단열이 잘 되는 주택. 이 세 가지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들이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그러나 풍력과 태양에너지만으로도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몇 배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재생에너지의 유일한 단점은 공급이 일정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에너지 분배 단위를 국제적 수준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종류의 재생에너지를 혼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이미 독일 과학자들은 수년 전에 서유럽과 지중해 해안에는 풍력발전을, 북아프리카와 중동 사막에는 태양광과 태양열 발전 시설을 지어서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계획(TREC)을 제출했다. 미국과 유럽이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한 달 동안 은행에 쏟아부은 돈만으로도 이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도입할 수 있다.
교통 부문 역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아무리 연비가 좋은 최첨단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도 한꺼번에 수십~수천 명을 태우고 다니는 버스나 기차보다는 온실가스를 훨씬 많이 배출한다.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편안하도록 대중교통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안전하고, 적어도 대도시와 교외 지역까지는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복선으로 만들고 일반과 급행열차를 섞어서 승객을 적절히 분산시켜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타도 불편하지 않도록 집 근처에 정류장이 있고 환승이 쉬워야 하며 별도의 가족용 공간도 보장돼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값싸게, 가능하면 무상으로 해야 한다. 부자들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대중교통이 만년 ‘2등’ 취급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대중교통에서 벗어나기를 고대할 것이고 대중교통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 소비 형태로 분류했을 때, 난방은 단일 분야로는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모든 나라가 북극에 가까운 북유럽 국가들처럼 열이 새지 않도록 건물을 짓는다면 난방 부분에서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싼 값에 이런 집들을 보급하려면 건설 회사들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주류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대다수 NGO들조차 이런 제안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석유와 자동차 기업들이 정치와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려고 돈을 퍼붓는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지 않고도 기후 재앙이 도래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더 비현실적이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경제에 미칠 충격, 궁극적으로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예컨대 자가용 생산을 규제하면 자동차 노동자들의 고용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쓸데없이 크고 비싼 승용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대중교통 수단들을 생산하도록 한다면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지키고 지구도 구할 수 있다. 오히려 대대적인 교통 개편 과정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이는 발전 산업이나 건설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운동이 체제의 핵심부에 정면 도전하는 것을 막으려고 노동자들을 이간질시킨다. 일부 노동자들은 화석연료 경제로부터 혜택을 입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최근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심야노동 반대 투쟁은 탄소 경제의 핵심부에 있는 노동자들도 착취당하고 고통받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보여 줬다. 온실가스 배출 1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노동자들도 화석연료 경제로부터 혜택을 받기는커녕 실질임금 하락과 살인적인 노동강도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은 자본가들과 그들의 후원을 받는 정부다.
따라서 기후정의 운동은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연결돼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스스로 이런 요구를 내걸고 기후정의 운동의 중심 세력이 되도록 고무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세계 체제고, 기후변화가 세계적 현상이기 때문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마르크스의 말은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운동에서도 절실한 구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