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21〉 판매자 재판 2심 최후진술:
“우리는 체제와 정부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 연대〉 구독
〈레프트21〉 판매자 6인은 지난해 5월 7일 강남역 인근에서 〈레프트21〉을 판매하다 연행돼 벌금형을 받은 후, 대책위를 구성하고 1년 반 넘게 법정 투쟁을 벌여 왔다.
검찰은 신문 판매 행위를 ‘미신고 집회’로 둔갑시켜 탄압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6인은 좌파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에 맞서 단호히 싸웠고, 이 투쟁은 국내외 진보 인사들 등 광범한 지지를 끌어냈다.
결국 법원은 올해 7월 28일 1심 선고에서 5명에게 무죄를, 1명에겐 선고 유예를 판결했다.
그런데 검찰은 악랄하게도 항소했고, 2심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내놓지 못했다.
12월 7일 열린 마지막 재판에서 6인은 판사가 진술을 제지하는 데도 굴하지 않고 단호하게 최후진술을 이어나갔다.
다음은 최후진술문들을 축약한 것이다.
김지태, “99퍼센트를 대변하는 신문 판매는 정당합니다”
검찰은 솔직해져야 합니다. ‘〈레프트21〉의 정부 비판 주장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런 주장이 가뜩이나 불만 많은 사람들에게 울려 퍼지도록 용인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의 진정한 쟁점은 ‘정부 비판적 신문의 거리 판매를 처벌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명백히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언론·표현의 자유의 문제입니다.
정부의 1퍼센트 만을 위한 정책에 반대해 99퍼센트를 대변하는 신문을 판매한 일이 ‘범죄’일 수는 없습니다. 또 섹검, 떡검에 이어 벤츠 검사 등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검찰이 과연 우리를 비난할 자격이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체제와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공모’를 계속할 것입니다.
김형환, “우리 모두는 무죄입니다”
경찰과 검찰은 〈레프트21〉의 급진적 주장이 유통되는 것을 가로막으려 합니다. 그래서 경찰은 우리를 연행하며 “사상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고, 1심 때 검사도 〈레프트21〉의 주장이 문제 있다는 식으로 말했던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G20 정상회담 당시 서초경찰서도 G20에 비판적인 〈레프트21〉 거리 판매를 불허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언론 통제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레프트21〉은 노동자·서민의 관점을 대변한다는 원칙에 따라 기업 광고와 정부 후원을 받지 않고, 직접 독자에게 판매하는 신문입니다. 이것은 독자와 소통하려는 시도입니다.
진정 법원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면, 저를 비롯해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신명희, “우리는 이미 이명박의 위기를 경고했습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적 공격은 언젠가 부메랑이 돼 정확히 자신의 정치적 심장으로 향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의 이런 경고를 무시한 이 정부는 지금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한미FTA 날치기 처리와 디도스 공격은 이명박 정부 자신이 민주주의 파괴의 장본인이라는 점을 입증해 보였습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가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우리 6인의 재판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김문주,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울 것”
다수 대중이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에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중심에는 〈레프트21〉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기적으로 거리에서 신문을 팔았습니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김득영, “우리는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실체는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착취하고 억압할 자유, 정부에 대한 비판을 틀어막을 자유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 보다 나은 삶을 향한 대중의 염원은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랍에서 혁명이 일어난 것을 보십시오. 아랍의 불길은 유럽을 거쳐 미국에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와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레프트21〉은 끔직하고 야만적인 체제의 본질을 들춰내는 좌파 언론의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며, 저는 그 신문을 계속 판매할 것입니다.
조익진, “99퍼센트의 저항과 진실을 알릴 것”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부자 감세를 강요했고 높은 물가와 실업을 감내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경제는 더 악화됐습니다. 나아진 것은 부자들의 주머니 사정뿐입니다.
그래서 99퍼센트의 저항의 외침은 한국 민중의 가슴에도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대변하는 ‘약자들의 진실’입니다.
저희는 진실을 알리고 확산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함께 갑시다! 선고 재판
12월 30일(금) 오후 1시 50분
서울중앙지법 4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