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아들의 편지:
학생인권조례는 원안 통과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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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필자인 김영익 씨는 현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인 김상현 씨의 아들이다. 그는 '비록 아버지이지만 학생인권조례 후퇴에 동의할 수 없다'며 페이스북에 자신의 소신을 올리고, 학생인권조례 원안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 글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수정하고 타협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하며 김상현 교육위원장을 비롯한 서울시 교육위원들에게 원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제가 다니는 대학에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해 비상학생총회가 열렸습니다. 1천 5백여 명이 참가해 총회가 진행 중이었는데, 청소년과 인권 운동 활동가 들이 총회가 열리는 중앙광장 곳곳을 누비며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서명을 받더군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대학 총회 현장까지 누비며 서명을 받는 열정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정적으로 활동해 주민발의를 성사시킨 청소년 활동가들이 지난 16일 저녁에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봤습니다. 같은 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다수의 서울시의원·교육위원 들이 터무니없는 논리로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인권활동가들과 성소수자 들의 농성 현장에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논의하는 내용을 들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한나라당 정문진은 “동성애를 인정해 준다면 에이즈에 걸려 아이 출산을 하지 못한다” 하고 헛소리를 남발했습니다. 동성애는 전염병이 아니라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이라는 상식, 동성애가 HIV 감염의 원인이 아니라는 상식조차 없는 이런 자는 “교육”위원회를 맡을 자격이 없습니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 곽재웅은 “부모는 때려서 자녀를 지도할 수도 있다. 두발과 복장 규제를 할 수 없으면 교사가 지도를 못한다” 하고 망언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기본적인 인권 의식조차 갖추지 못한 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비상식적인 말을 내뱉고 있습니다. 왜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춰야 하는 건가요?
한편으로 저는 곤혹스럽기도 했습니다.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발목을 잡은 이들 중에 제 아버지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아버지인 민주당 소속 김상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따른 추가 예산 문제 등을 문제삼고, 더 나아가 원안 그대로 통과할 수 없고 문제 있는 부분을 많이 수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원안의 상임위 통과를 보류시켰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원안 중에 어떤 부분이 수정돼야 하는지 저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인권 활동가들이 우려하는 대로, 성소수자 차별 금지나 임신 및 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을 삭제해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누더기로 만들 생각이신가요? 이런 식으로 몇몇 조항을 빼 버리면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발의한 진정한 의도가 왜곡되고, 학생 인권은 교문 안으로 결코 들어갈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성소수자나 임신한 학생은 계속 차별받아도 좋다고 확인해 주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물론 보수 우파들의 거센 압력, 주변 유력 인사들의 견해, 교육위원장으로서 좌·우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는 생각 등 김상현 교육위원장에게 가해질 온갖 압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위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학생 인권을 위해 하루 열두시간 이상 서명을 받았던 청소년들의 열정을 고려해 주셔야 합니다. 보수 우파들의 광기 어린 공격에 상처 받은 인권 활동가들의 눈물을, 주민 발의에 서명한 서울 시민 10만여 명의 의사도 존중해 주셔야 합니다.
특히 성소수자들이 받는 차별이 말 그대로 ‘살인적인’ 것임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주변의 냉대와 폭력에 시달리다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는 성소수자들마저 있습니다. 구조적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동시에 용감하게 그 구조에 맞서 싸우고 서울시의회 점거 농성에 나선 성소수자들의 용기를 보셔야 합니다.
만약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서울시의회가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원안대로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민주당 스스로 자신들도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꼴통’ 보수정당임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