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이름과 사진도 함부로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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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반대 집회에서 신종 검열 자행한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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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오후 열린 “MB 4년 이제 그만! 한미 FTA 폐기! 범국민대회”에서는 정부의 신종 검열이 집회 참가자들을 괴롭혔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집회 시작 전부터 집회장 전역에 40~50명이나 배치돼 참가자들과 집회 주최측을 검열한 것이다.
이들은 집회를 주최한 한미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에게도 집회 명칭 앞에 붙은 “MB, 박근혜, 새누리당 vs 99퍼센트 싸움이 시작된다” 문구에서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심지어 집회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집회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의 팻말 등을 뒤지려고 하며 시비를 걸었다.
선관위 직원들은 결국 10여 명이 몰려와서‘다함께’의 사진 팻말에서 박근혜 사진을 지우라고 요구했다. 이 팻말은 “돈 봉투와 디도스, 쌍용차 죽음의 행진, 한미FTA와 KTX 민영화, 등록금 쥐꼬리 인하 ― 몸통은 이들이다”라는 문구로 이명박과 박근혜 사진을 나란히 올리고 있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김재학 계장은 항의하는 참가자들에게 공직선거법 254조를 들이밀며 “간행물 표현은 자유롭게 해도 되는데, 무상으로 배포하는 리플릿이나 표현물은 안 된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총선에도 안 나가서 법적 후보도 아닌데, 무슨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냐?”고 따졌지만, 선관위 직원들은 “유력한 대통령 예비 후보 아니냐”고 재차 삭제를 강요했다.
참가자들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선거에, 아직 등록하지도 않은 후보를 위해 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돼야 하느냐”고 따졌지만 선관위 직원들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주최측도 하는 수 없이 ‘박근혜’와 ‘새누리당’ 용어를 삭제하며 집회를 시작했고, 문제의 팻말도 선관위가 가져 온 하얀 스프레이로 박근혜의 얼굴을 지웠다. 선관위 직원은 박근혜 얼굴을 지우면서 이명박 얼굴은 써도 된다고 선심 쓰듯이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보인 선관위의 행태는 집권당의 쇄신이 얼마나 사기극인지 보여 줬다.
정치적 비판은커녕 이름과 사진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집단이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나 있는가. 평범한 시민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게 금지된다면, 1퍼센트 특권층과 박근혜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새누리당은, 정말 사람들의 말대로, 간판만 바꿔서 또 5년을 ‘새로 누리려는’ 독재의 후예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