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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은 줄이고 일자리는 늘리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위해:
공동 파업과 정치 투쟁을 건설하자

자본주의 이윤 경쟁은 낮에 노동하고 밤에 잠을 자는 인간 삶의 패턴을 바꿔 놨다. 자본가들은 설비 효율을 늘리려고 밤샘 노동을 도입하며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했다.

야간 노동의 폐해는 지난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사회적으로 알려졌다. 독일 수면학회는 심야 노동이 노동자들의 수명을 13년 단축시킨다고 경고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원은 ‘교대제 노동자는 심혈관계질환 위험성이 40퍼센트나 높다’고 밝혔다.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도 수면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유럽 보건기구가 ‘야간 노동은 2급 발암 요인’이라고 규정했겠는가.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은 노동시간 단축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 사회적 투쟁이다.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노동시간은 살인적이다. 법에 명문화된 ‘주 40시간 노동’은 꿈같은 얘기다. 한국 노동자들은 OECD 전체 국가의 평균 1천7백49시간에 견줘 7백51시간이나 더 일한다.

노동자들은 원해서 이런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기본급이 전체 임금의 40퍼센트도 안 된다. 이런 기형적인 임금 체계로 인해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고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나는 기아자동차에서 19년을 일했는데, 기본 시급이 7천 원, 통상 시급이 9천 원밖에 안 된다. ‘현대·기아차의 귀족 노동자’라는 보수언론의 저주가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은 인간다운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이런 현실을 바꾸려고 오래 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노조는 이미 2005년에 사측과 이를 합의했다.

그런데 사측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합의를 지키지 않았고, 무려 7년이 지났다.

7년

그리고 마침내, 기아차에서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6일까지 2주간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범 운영됐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노동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오랫동안 심야 노동에 지쳐 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평상시에 우리는 11시간 맞교대를 하고 오전 7시 반에 퇴근한다. 집에 도착해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빨라야 오전 10시다. 내가 있는 화성 공장의 경우엔 출퇴근 시간만 2시간가량 된다.

눈가리개를 하고 잠을 청해도 숙면은 불가능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주말을 제외하면 아이들 얼굴 보기도 힘들다. 단란한 가정은 사치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야간 근무를 하다가 주변 동료들의 얼굴을 보면, 마치 1천 년은 살아 온 산송장들 같다. 특히 새벽 시간엔 내가 일을 하는 것인지 컨베이어 벨트에 녹아드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는 오늘의 현실이다. 그것이 바로 노동의 소외다.

컨베이어 벨트는 인간의 생체 리듬을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아프거나 말거나, 새벽이나 낮이나 그저 정해진 대로 똑같이 돈다.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은 자본의 이윤 잔치를 위해 평균 20년 가까이 이런 야만적인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해 왔다.

이번에 실시한 주간연속 2교대제 시범 운영은 이런 끔찍한 현실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 줬다.

기아차 노동자들은 수년간 빈껍데기였던 합의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래서 올해 임단투(임금·단체협약 투쟁)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반드시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합원들은 사측의 어떤 핑계도 용납하지 않을 태세다.

일자리, 노동강도, 임금

물론, 자본의 입장에선 생산량이 20퍼센트가량 줄어드는 것을 순순히 응할 리 없다. 그래서 사측은 휴일 축소, 노동강도 강화를 통한 생산량 만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자들은 줄어든 생산량·시간 만큼의 임금을 월급제를 통해 보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임금이 20퍼센트 정도 감소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생산성을 향상하고 임금을 보전하면 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노동계급이 1백 년 넘게 싸워 쟁취한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를 왜곡하며 고통만 가중시키는 꼴이다.

예컨대, 10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을 8시간에 해내려면 노동강도를 엄청나게 높여야 한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애초의 의도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노동강도가 강화된 만큼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돼 개선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은 전혀 이룰 수 없다.

따라서 신규 인원 충원, 노동강도 강화 반대, 임금 삭감 반대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현대·기아차 자본은 지난 10년간 세계 5위 자동차 기업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8조 2천5백51억 원이나 된다. 사내 보유 현금성 자산만 해도 7조 1천6백56억 원이다. 정몽구와 정의선은 지난해 주식 배당만 6백35억 원을 챙겼다.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할 비용은 충분한 것이다.

금속노조와 특히 현대·기아차지부는 ‘주간2교대 챙취,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공동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어떤 주간연속 2교대제인가’ 하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규 인원 충원을 더 공세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정규직 채용을 1만 명 이상 늘리라고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지지, 특히 청년들의 지지를 획득하며 전 사회적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말하고 있지만, 이를 믿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벌써부터 탄력 근무제를 말하고 ‘귀족 노동’ 운운하는 등 노동유연화와 노동조건 후퇴를 압박하고 있다.

사실 정부·여당은 지난해 한미FTA 날치기에 맞선 저항과 조직 노동자들의 결합을 우려해 양보하는 시늉을 했던 것이다. 2백만이 넘는 청년 실업 문제와, 1천만 비정규직 문제, 조직 노동자들의 오랜 노동시간 단축 요구 등이 결합되는 것도 싫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주간연속 2교대제 쟁취 투쟁은 노동시간 단축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전 사회적인 문제와 연관돼 있다.

따라서 현대·기아차 노조 등 금속노조는 노동시간 단축과 대규모 신규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정치적으로 싸워야 한다. 이때 강력한 공동 파업이 중요하다. 그래야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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