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불법파견과 원·하청 공동 투쟁: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통합 협의기구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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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사측이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이행하기는커녕 시간을 끌고 꼼수만 부리고 있다. 이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강력한 단결 투쟁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올바르게도 정규직 노조 문용문 지부장은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원·하청 공동 투쟁을 강조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원·하청 노동자 1천여 명이 함께 집회를 해 좋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우파 현장 조직 ‘현장혁신연대’는 “전원 정규직화가 아닌 현실적인 정규직화 방안”을 찾으라고 압박하지만, 이것은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에 도움이 안 된다. 이경훈 전 집행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요구 수준을 낮추라고 압력을 넣고 투쟁에 찬물을 끼얹은 게 엊그제다.
그런 점에서, 문용문 지도부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등 비정규직 3지회(울산·아산·전주)의 8대 요구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문용문 지도부는 ‘정규직 노조 운영위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이것은 설득할 문제지 후퇴하고 타협할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는 이미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요구이지 않은가.
정규직화
문용문 지도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1사1노조를 공약하며 당선했다. 그래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그의 당선을 기뻐했다.
당시 울산 비정규직지회는 사측의 탄압과 전망 부재 등 때문에 거듭 위기를 맞으며 노조 재건과 지도부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더욱 문용문 지도부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이럴 때,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노조로 직가입시키고 공동 투쟁을 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올해 초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 판결도 직가입을 통한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통합의 좋은 기회였다.
정규직 노조가 직접 손을 내밀어 한 노조로 단결하자고 호소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도 크게 높아졌을 것이다. 그것은 문용문 지도부가 선거 때 한 약속을 지키는 길이기도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문용문 지도부는 1사1노조를 향후 과제로만 제시하고 직가입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물론, 좌파 활동가들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주요 현장 조직들이 이 문제에서 의미있는 세력이 되지 못했다. 다함께 울산지회도 직가입을 주장하기는 했지만, 너무 굼떴다.
이를 지켜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조에 확신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바로 2년 전 정규직의 연대가 실현되지 못해 투쟁이 패배한 뼈아픈 상처도 아물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는 사이, 최근 울산 비정규직지회가 오랜 어려움 끝에 지도부를 선출했다. ‘선(先) 원하청 공동 투쟁, 후(後) 1사1노조’를 주장한 박현제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선택을 거슬러 ‘정규직 노조로의 직가입’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면서,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간 통합을 통한 1사1노조 추진을 제기하는 게 옳다.
지금 정규직 민주파 현장 조직들과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원칙적으로 1사1노조에 동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비정규직 3지회는 “원하청 공동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나의 노조로 전진하자”고 제안했고, 문용문 지부장도 비정규직 지회와의 토론을 통해 1사1노조를 추진하자고 했다.
따라서 원·하청 노동자가 공동 투쟁을 진행하면서, 노조 통합(1사1노조)을 추진하기 위한 기구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4월 16일 정규직 노조 대의원대회에서부터 이런 논의를 시작하고 결의한다면 좋을 것이다.
일부 좌파는 “나쁜 1사1노조”와 “좋은 1사1노조”가 있다며 사실상 1사1노조에 반대하는 부적절한 태도를 취하지만, 조직 통합이 더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지를 획득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왜 보려 하지 않는가. 지난 투쟁의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 주는 바는 정규직의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