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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평가 논쟁:
중도층 견인론이 노리는 것

4·11 총선 결과를 두고 ‘좌클릭’한 민주당이 중도층 유권자를 박근혜의 새누리당에게 빼앗겨서 패배했다는 평가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한겨레21〉은 “박 위원장의 진짜 훌륭함은 중도층을 지지자로 끌어왔다는 점”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박근혜 비MB 차별화는 기만적인 것이었다. 그는 대중의 표적이 된 일부만 공천에서 배제했을 뿐, 이명박이 저지른 한미FTA와 4대강, 불법 사찰 등의 앞잡이들을 모두 공천했다.

박근혜가 중도층을 흡수했다는 주장은 사실 관계에서도 맞지 않다. ‘박근혜당’의 과반 확보는 다른 우파 정당들의 지지가 새누리당으로 집중된 결과다.

4년 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전국 정당 비례 득표는 6백42만여 표였다. 여기에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 표를 더하면, 우파 3당의 정당 득표는 9백85만 표였다.

이번에 새누리당이 얻은 정당 득표는 9백12만 표였고, 자유선진당을 더하면 9백81만 표다.

반대로 야권연대 정당들의 정당비례 합계나 지역구 득표 합계도 새누리당보다 더 많다.

결과적으로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이 아니라 ‘우파의 여왕’이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박근혜가 선거적 성과를 거둔 것은 민주당의 한계 때문이다.

“김용민 막말 파문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은 30퍼센트 미만이고, 정권심판론, 민간인 불법 사찰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은 그 두 배”(〈한겨레21〉)였다. 결국, “부동층의 4분의 3가량이 야권 성향인데 이런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한 것”(서강대 서복경 교수)은 민주당의 책임인 것이다.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에서 사람들이 진정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김진표는 “왜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실패했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는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직후 민주당 일각에서 나온 ‘안철수 대망론’도 이런 맥락이었다.

안철수는 비록 기성정치인과 다르다는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민주당 왼쪽이라기보다는 중도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스스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밝힌 바도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안철수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도 그는 광주에 가서 ‘정당보다 인물을 찍어 달라’고 했는데, 누가 봐도 이는 통합진보당 후보와 겨루고 있는 새누리당 이정현을 돕는 것으로 보였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도 “안[철수] 원장이 야권 대선 경쟁에 합류해야 중도는 물론, 합리적 보수 성향 표심까지 끌어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총선 결과가 보여 주는 바는, 민주당처럼 알맹이와 진정성 없는 진보 시늉으로는 반MB 부동층을 끌어내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도층을 얻겠다’며 우클릭하면 우파만 더욱 더 유리해질 것이다. 오히려 통합진보당의 상대적 약진에서 진보적 대안을 갈구하는 정서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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