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자에게도 봄은 오는가 ― 김광일에게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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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항쟁은 옳았다. 만약 촛불항쟁이 없었다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가 유통되고 있었을 것이다. 1퍼센트의 이윤을 위해 99퍼센트의 건강을 담보물로 삼았던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이 위험천만하다는 촛불항쟁의 정당성이 입증됐다.
따라서 “광우병 괴담” 운운하며 촛불항쟁을 공격했던 자들이야말로 “괴담 유포자”였다. 그 “괴담 유포자”들은 여전히 광우병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괴담”을 늘어놓고, 스스로 한 약속조차 쓰레기통에 처박고 있다.
촛불항쟁이 옳았던 이유가 어디 그뿐이랴. 촛불항쟁은 ‘명박산성’을 쌓으며 국민과 불통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에 맞서 웅장하게 싸웠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촛불항쟁이 요구했던 민영화 반대는 이제 철도노조의 파업 계획으로 연결됐고, 정부의 방송장악에 맞선 촛불항쟁의 여파는 방송사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피어나고 있다. “미친 교육”에 맞선 촛불항쟁의 여진은 보수 교육감들을 줄줄이 낙선케 했다.
그러므로 촛불항쟁과 함께한 나는 옳았다. 그래서 나는 부당한 탄압에 맞서 조계사를 빠져 나와 기약 없는 수배 생활을 시작했고, 촛불항쟁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평가하는《촛불항쟁과 저항의 미래》라는 책도 썼다.
물론 수배 생활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저항과 투쟁에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고통이었다. 가족과 지인과의 격리도 참을 수 없는 아픔이었다. 불러본 지 너무도 오래돼 지인들의 이름을 잊어버릴까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이름을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게다가 돈 봉투, 디도스 공격, 민간인 사찰, 파이 시티 등 온갖 범죄자들은 떳떳하게 다니고, 범죄의 몸통들은 안전하게 보호받는 걸 보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꼈다.
진정한 범죄자들은 보호받고 나는 왜 여전히 수배 중인가?
간간이 들리는 반가운 소식에 기뻐하기도 했다. 함께 촛불항쟁을 조직했고, 조계사에서 수배자 농성도 함께했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의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당선 소식도 그랬다. 그런데, 여전히 수배자인 내 처지를 보며 착잡한 생각도 들었다.
이제 한 달이 지나면 수배 생활이 4년을 꽉 채운다.
4년, 긴 시간이었다. 수배 생활과 함께 내 30대 삶도 저물고 있다. 4년을 채운 수배가 내게서 빼앗아 간 것들을 되찾고 싶다.
자유의 날개를 달고 다시 청계광장으로, 서울광장으로 날아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리운 가족에게, 동지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따뜻하게 내려쬐는 봄볕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속에 촛불의 온기가 느껴지고, 빛이 보인다. 조용한 밤 귀 기울여 봄비 소리를 듣노라면, 촛불의 함성과 구호 소리가 섞여 있는 것 같다.
수배 생활이라는 겨울이 끝나고, 나에게도 봄날이 필요하다. 그래서 촛불항쟁을 기억하며, 나를 잊지 않은 이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민다.
수배자인 나의 자유를 되찾는 것뿐 아니라, 촛불항쟁 탄압 때문에 고통 받았던 이들 모두 원상회복과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연대와 우애로 충만했던 촛불항쟁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기도 하다. 자유의 날개를 달고 봄날을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