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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재개된 우파의 위기와 분열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가 불안정한 ‘남의 지갑 줍기’였다는 것이 금세 드러나고 있다. 우파 결집을 위해 힘을 합쳤던 ‘이명박근혜’가 위기를 겪고 있고 봉합됐던 분열도 재개됐다.

특히, 이명박의 ‘멘토’ 최시중이 불법자금을 받아 대선 자금으로 썼다고 ‘자폭’한 것이 강력한 파장을 낳고 있다.

몸통들의 동요 최시중의 ‘자폭’ 발언은 권력 핵심 실세들도 통치 위기와 레임덕 속에서 불안과 동요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현 정권 수립의 핵심 주역이고 내부의 치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자들 사이에서 심각한 균열이 시작된 것이다.

레임덕 때문에 국가기구에 대한 통제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이런 균열이 시작됐다는 게 더 치명적일 것이다.

실제로 수사권 문제로 이명박과 틀어진 옛 측근 조현오가 경찰청장 퇴임 인터뷰에서 쌍용차 진압과 경찰 인사에 이명박이 관여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MB 최측근 곽승준이 CJ그룹 회장 이재현에게 룸살롱 연예인 성접대를 수차례 받았다는 사실도 터졌다. 이건희·이맹희의 아귀다툼은 지배계급 분열상의 깊이를 상징하는 듯하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것도 2008년 촛불항쟁의 정당성을 재확인시키며 이 정부에 정치적 타격을 주고 있다.

우파 결집 속에 이명박과의 갈등을 봉합했으나, 대중의 반MB 정서를 감안하며 MB와 차별화해야 하는 박근혜의 모순도 다시 커지고 있다.

성추행과 논문 표절 때문에 김형태와 문대성을 탈당시키는 과정에서 박근혜도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 연말 지지자들에게 “의리가 없으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던 박근혜가 자신의 언론특보 출신 측근 김형태를 감싸다 역풍을 맞은 것이다.

새누리당 국회 과반 의석은 이미 무너졌고 여기저기서 박근혜에 대한 도전이 제기되고 있다.

친박의 핵심이라던 유승민마저 “[박근혜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고 비판에 동참했다.

이렇게 ‘박근혜 대세론’이 총선 후 열흘 만에 ‘박근혜 한계론’의 도전을 받기 시작하는 동안, 경기도지사 김문수가 “지금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은] 패배의 길로 간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근혜로는 수도권과 중도층을 흡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발끈한 박근혜 쪽은 김문수가 출마 선언 전 이재오를 만났다며 ‘청와대 음모설’을 제기했다.

결국 〈레프트21〉의 지난 총선 평가 기사에서 지적했듯이 우파의 분열과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더 큰 규모로 터져 나오고 있다.

4·11 총선 결과는 실제 사회적 세력관계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의 무능을 이용하며 우파를 결집시켜서 과반을 차지했지만, 전국적 득표수에서는 오히려 야권연대 정당들에게 뒤졌다.

시한폭탄

새누리당이 이번에 서울에서 얻은 정당 득표는 오세훈이 서울시장 선거 때 얻은 표보다도 적었다.

그런데도 선거 직후 우파는 자신들이 우세하게 나온 선거 결과를 과장·왜곡하며, 이를 이용해 정치 지형을 우경화하고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 했다.

북한 위성 발사를 빌미로 안보 위기론을 부각하며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색깔론 마녀사냥을 벌였다.

통합진보당을 고립시키고 민주당을 우경화시키려는 의도였다.

또 영리병원 확대 조처를 강행했고, KTX 민영화도 강행하려 했다. 언론 파업 탄압도 계속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민주당은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영리병원 등에서 거듭 동요하며 우파와 타협해 온 과거를 반복했다.

‘좌클릭해서 중도층을 놓치고 선거에 졌다’거나 새누리당이 강요한 호전적 대북 결의안에 합의하는 식으로 공격에 굴복했다. 그러자 잠시 우파의 시도가 먹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런 반동은 금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선거 결과에 잠시 실망했겠지만,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갔다.

언론 파업 노동자들은 총선 이후 투쟁의 강도를 더 높이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총선 투표도 못 하고 점거에 들어갔던 한일병원 노동자들은 굳건한 점거를 유지해 통쾌한 승리를 쟁취했다.

이 와중에 이명박과 박근혜가 타격을 받으며 집권당의 분열 위기가 다시 고조된 것이다. 따라서 진보적 의제로 대중투쟁을 건설하며 우파의 분열과 위기를 더 가속화시켜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정치적 양극화와 통합진보당의 성장은 진보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이런 기대에 부응해 진보의 대안을 발전시키려면, 우파의 ‘엑스맨’ 구실을 하는 민주당을 단호하게 비판하며 독립적 태도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터진 비리를 두고 “두 번째 밀물이 밀려 온다”고 한탄했다. 이번에는 그 밀물이 ‘이명박근혜’를 쓸어버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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