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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의 두 얼굴

최근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유럽에서 급진 좌파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동시에 파시즘도 성장하고 있다. 이 글은 파시즘이 성장하는 배경과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절대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never again)”라는 구호는 나치가 저지른 홀로코스트의 잔학성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처음 제기됐다. 그 후 이 구호는 반(反)파시즘 운동을 이끌어 온 원칙이 됐다.

우리 거리에 골수 나치 활동가들이 나타날 경우 우리에겐 그들을 막을 의무가 있다. 역사는 우리가 파시즘 운동이 성장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이미 경고했다.

영국 파시스트 단체 EDL의 깡패들 - 파시스트들은 거리와 투표를 둘 다 이용한다. 이들을 거리에서 박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나치가 가두 시위를 할 때는 맞불 시위를 벌여서 그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나치의 야욕은 가두 정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컨대 영국의 EDL(영국수호동맹)의 고참 회원들은 새로운 극우 정당(영국자유당) 창설을 도왔다.

그들은 한편으로 소수 민족과 좌파를 공격하려고 가두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려 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자신의 증오 메시지를 주류 정치에 널리 퍼뜨리려 하므로 자기가 “합법적” 정당처럼 보이길 바란다.

이러한 이중 전략은 파시즘의 전형적인 전술이다. 일반적인 인종차별적 극우 운동들과 파시즘을 구분짓는 특징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전술이다.

러시아 혁명가인 레온 트로츠키는 1930년대에 파시즘을 분석했다. 트로츠키는 주로 이탈리아와 독일의 파시즘 운동을 살펴 봤지만, 그의 분석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다른 반동 분자들과 구분되는 파시스트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투쟁들에 직접 개입하려고 대중 운동을 구축하는 데 힘쓴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동적 대중 운동은 하층 중간계급에 — 소상인, 자영업자, 하급 전문직 들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프티부르주아’라 부르는 계층 — 기반을 둔다.

파시즘의 대중 운동은 폭력을 사용해서 소수 민족, 좌파, 노동자 들한테 공포를 심는다. 그러나 이들의 목표는 단순히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 이상이다.

파시스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과 대중 운동을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 하고, 그 뒤에는 민주주의와 노동자 권력의 요소를 깡그리 박살내려 한다. 파시스트는 노동자들이 사장들한테서 받아 낸 모든 것을 모조리 되돌려 놓으려 한다.

베니토 무솔리니가 만든 원조 파시즘 정당인 이탈리아의 민족파쇼당이 바로 그러한 사례다. 이탈리아 파시즘은 제1차세계대전 뒤의 혼란을 틈타 권력을 장악했다. 무솔리니는 참전 군인을 모아 사회주의자와 노조원 폭행을 일삼는 폭력단을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파시스트들은 짐짓 “점잖은” 얼굴로 꾸미고서 지배계급한테 자신이 위기에 휩싸인 나라를 구할 해결사라고 자처한다.

이 전략은 성공했다. 이탈리아 지배자들은 무솔리니한테 1922년에 권력을 넘겨 줬다. 파시스트들은 곧바로 이탈리아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투쟁적인 노동자 운동을 박살내는 일에 착수했다.

그러나 오늘날 파시스트들은 양차 세계대전 사이 기간에 이용한 전술을 쉽사리 되풀이하지 못한다. 지금 그들은 히틀러, 무솔리니, 인종 학살을 지지한다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한다. 대신에 그들은 암호 같은 말들, 다시 말해 “인종” 대신 “문화”와 같은 말들을 즐겨 쓴다.

선구

이 전략은 프랑스의 파시스트 조직인 국민전선이 선구적으로 사용했다. 국민전선은 지난달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18퍼센트를 득표하며 3위를 했다.

더욱이 주류 정당들이 인종주의와 이슬람 혐오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지난해 2월 5일, EDL이 러튼에서 반(反)이슬람 시위를 벌이던 바로 그날 다문화주의를 공격하고 소수 민족을 희생양 삼는 연설을 했다.

최근에는 주로 영국국민당(BNP) 때문에 선거에서 파시즘의 위험이 심각했다. BNP는 나치 단체를 건설하는 데 몰두해 왔다.

BNP는 10년 전 선거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이후 BNP는 수년 동안 더 많은 지방의회 의원을 배출했고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2석을 얻었다.

그러나 그 후 BNP의 선거 전략은 반파시즘 활동가, 사회주의자, 노조원 들이 이끈 단호하고 가차없는 반대 운동 덕분에 산산조각 났다.

2010년에는 BNP의 아성이었던 이스트 런던의 바킹에서 BNP 지방의원 12명이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에는 스토크온트렌트에서 BNP가 전멸했다. 올해는 번리에 단 하나 남아 있는 의석마저 잃었다.

EDL 또한 좌절을 맛봤다. EDL이 동원한 무뢰한들이 지난해 이스트 런던의 타워 햄릿에서 박살이 났다. EDL 깡패로부터 무슬림 공동체를 지키고자 수천 명이 나섰기 때문이다. EDL은 거기에 한 발자국도 들어오지 못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대규모 파시스트 집회는 ‘조그만 벌레들이 스스로 힘센 용의 일부라고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썼다. 그러나 대규모 반파시즘 맞불 시위는 그 과정을 막을 수 있다.

맞불 시위는 골수 파시스트들을 고립시켜 그들을 인종차별적 편견에 사로잡힌 무수한 꼴통들과 떼어 놓는다.

이것은 파시스트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그들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반파시즘 시위는 광범하고 강한 결속을 바탕으로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파시스트들한테 한 방 먹일 때마다 그들은 두 가지 원천에서 힘을 끌어내 회복할 수 있다.

첫째 원천은 국가다. 국가는 파시즘에 맞닥뜨렸을 때 중립적인 구실을 하지 않는다. 특히 경찰은 항상 나치의 행진에 대해서는 기꺼이 편의를 봐주지만 반파시즘 시위대에 대해서는 괴롭힘을 일삼고 사기를 꺾으려 든다.

역사에서 경찰은 이런 짓을 거듭거듭 벌여 왔다. 1936년 영국의 이스트 런던에서 벌어진 “케이블가(街) 전투” 당시 경찰은 반파시즘 시위대를 공격했다.

경찰은 반파시즘 시위대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며 오스왈드 모슬리가 이끄는 검은셔츠단한테 길을 터 주려 했다.

파시스트들에게 힘을 주는 또 다른 원천은 자본주의다. 지금 이 체제는 세계적 위기를 맞고 있다. 각국 정부들은 삭감안을 밀어붙이고 무슬림, 이주민, 기타 소수 민족을 비난하고 있다.

1930년대에는 비슷한 조건에서 파시즘 정당이 수월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파시스트 쥐새끼들은 자본주의 위기, 삭감 정책, 인종주의라는 시궁창에서 기어 나온다.

쥐들을 없애려면 쥐들이 번식하는 시궁창을 쓸어버려야 한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파시즘에 맞서 벌이는 싸움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맞서는 더 커다란 싸움의 일부가 돼야 한다.

왜 파시스트들은 긴축을 반대하는가

김영익

유럽에서 파시스트들은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대중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연립정부에 참여한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긴축 정책에 반대해, 결국 연립정부가 붕괴했다. 그리스 황금새벽당, 프랑스 국민전선 등 최근 선거에서 큰 성공을 거둔 파시즘 정당들 모두 긴축 정책을 강도 높게 공격했다.

그러나 이들이 긴축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는 급진 좌파들과 완전히 다르다. 파시스트의 계급적 토대는 하층 중간계급에 있다. 이들은 경제 위기 때 정부의 긴축 정책에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하층 중간계급은 위로부터 은행과 거대 독점기업 들에 짓밟히고, 다른 한편으로 아래로부터 노동조합과 조직 노동계급의 압력에 시달린다. 그래서 파시즘 운동은 노동계급에 적대적이면서도 대자본가들에게도 적대적일 수 있다. 집권하기 전까지 독일 나치는 ‘반자본주의적’ 미사여구를 사용하면서 ‘사악한 유대인들이 배후에 있는’ 금융자본과 공산주의를 모두 비난해 인기를 모았다.

오늘날 프랑스 국민전선은 은행을 구제하고자 긴축정책을 주도하는 유럽연합을 비난한다. 그리고 유로화 대신에 프랑화를 부활하자고 민족주의에 호소하고 있다. 그리스 황금새벽당도 유로존 탈퇴를 주장한다.

그러나 파시스트가 추구하는 정책이 민중의 고통을 해결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1932년 히틀러는 대자본가들과 타협하고 나서야 그들의 지지를 받아 집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치 정권의 경기부양책은 엄청난 수준의 재(再)무장 정책이었고, 이 과정에서 나치는 다수 민중의 희생을 강요하고 인종 청소와 대량 학살로 유럽 전체를 공포로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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