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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대량 강제 폐교 위협:
농어촌에서는 아이를 기르지도 마라?

“연초에도 학교 해당 주소지가 아닌 학부모들의 내년 입학 문의 전화가 몇 번 있었어요.”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전교생 62명의 아담한 능북초등학교 교무실에서 9년째 일하는 김은혜 행정실무사의 이야기다.

능북초등학교는 몇 년 전만 해도 학생 수가 5학급에 불과해 통폐합 위기에 처한 학교였다. 그러나 이 학교는 이제 자발적인 입학 행렬이 늘고 있다. 이렇게 입소문이 난 데는 무엇보다 남한강을 끼고 있는 여유로운 자연 환경과, 소규모 학교의 특성상 교사와 학생 간 접촉 기회가 많아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성이 눈에 띠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규모 학교를 줄이려는 교과부와는 사뭇 다르게 학부모들은 오히려 학생 수가 작은 학교를 찾아다니고 있다.

교과부는 5월 17일 개정안에서 학급 당 학생 수를 최소 20명으로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이에 따라 무려 전국 3천여 학교가 폐교 대상이 됐다.

정부는 “적정한 규모의 학교 육성을 촉진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상 소규모 학교들을 통폐합해 경제적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경제적 셈법

이에 반대하는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 있다. 전교조는 집회 등 반대 행동을 계획하고 있고 전국 8개의 교육청도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개정안에 따라 50퍼센트가 넘는 학교가 통폐합 위기에 처한 강원·전남 등의 지역 교육청과 교원 단체들이 법 개정 저지에 나서고 있다.

교과부의 강제적 학교통폐합 시도는 여러 가지 경제적 셈법을 고려한 ‘꼼수’다.

첫째,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이 이뤄지면 그동안 지급됐던 소규모 학교 살리기 예산이 경감된다. 지역 교육청들도 현재 예산부족으로 소규모 학교 살리기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인데, 이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은 이제는 교육당국마저 소규모 학교를 지원할 의사가 없음을 뜻하는 것밖에 안 된다.

둘째, 학교 비정규직을 손쉽게 구조조정 하려는 것이다. 소규모 학교일수록 행정 업무를 도울 학교 비정규직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필자가 취재한 능북초등학교의 경우에도 학교 내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았는데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사실상 전국적으로 학교 비정규직을 고사시키려는 것과 다름없다.

셋째, 전교조가 제시한 “교원 법정 정원 확보와 학급 당 학생 수 감축” 의제를 한 발 앞서 무너뜨리려는 시도다.

교육 강국인 핀란드는 교사 1인당 학생수가 2004년 기준 초등학교 12.7명, 중학교 10명, 고등학교 16.2명으로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도 정부는 돈 몇 푼 아끼려고 교육을 뒷전에 두려는 것이다.

작은 학교들이 강제 통폐합되면 농·산·어촌과 부도심 지역의 교육이 파탄 날 것이다. 또한, 학교를 터전으로 하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과 생계 위협을 가하고, 학교를 구심점으로 운영되는 지역 사회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최근 전교조가 밝혔듯이 “경제적 이익”만을 고려해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아이를 기르지도 말고 살지도 말라고 강요”하는 교과부 정책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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