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하는 그리스:
좌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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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반자본주의 주간지 〈노동자 연대〉 편집자 파노스 가르가나스가 총선을 앞둔 그리스의 상황에 대해 말한다.
그리스 선거 운동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두 가지 중대한 사건이 낡은 지배 정당들의 선거 전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스페인 위기가 악화하고 신나치의 도발에 대중이 분노하는 상황은 보수정당인 신민주당과 신노동당류 정당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당(이하 사회당)의 선거 대책을 혼란에 빠뜨렸다.
두 정당의 지도자들 모두 “유로냐 드라크마냐”를 핵심 선거 쟁점으로 삼았다. 두 지배 정당의 핵심 선거 전략은 좌파를 “드라크마 당”으로 그리는 것이었다. 드라크마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하기 이전에 쓰던 통화다.
두 정당은 긴축 반대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드라크마화로 돌아가면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경제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애초부터 잘못됐다. 그리스 경제는 5년 연속 후퇴했다. 실업이 세 배로 늘었고 임금은 25~35퍼센트 삭감됐다.
이 모든 일, 문자 그대로 경제적 재앙이 바로 신민주당과 사회당 집권 시절에 벌어졌다. 그래서 두 당의 지도자들은 지난 4월 유럽연합과 합의한 긴축 조건을 재협상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신민주당 대표 안토니스 사마라스와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대표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는 프랑스 대선 이후 유럽에 “기후 변화”가 일어났다고 둘러댔다. 이들은 대중한테 자신들의 공약이 신뢰할 만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애쓰고 있다.
유로본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긴축 조건을 완화할 여지도 많아졌다. 그러자 사마라스와 베니젤로스는 좌파의 대립적 방식이 아니라 노련하고 책임감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곤혹스러움
그러나 스페인 위기로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물 건너가 버렸다. 스페인 때문에 유로존이 더 깊은 곤경에 빠져들면서 그리스에 적용된 긴축 조건은 개선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될 전망이다.
신민주당 대표 사마라스의 처지가 특히 곤혹스러워졌다. 지난해 스페인에서 보수 우파 마리아노 라호이가 총리로 선출되자 사마라스는 우파 정당에게 위기를 더 잘 다룰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라호이를 떠받든 탓에 사마라스는 이제 민망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마라스는 선거 운동의 방향을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쪽으로 돌림으로써 이러한 난처함에서 벗어나려 한다. 사마라스는 “불법 체류자”를 범죄시하는 신나치 황금새벽당의 정치적 수사를 일부 차용해 황금새벽당 지지자들의 표를 끌어오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신나치의 도발을 두고 분노가 크게 일면서 이러한 술책도 커다란 반발에 부딪혔다.
황금새벽당은 궁지에 몰릴수록 더 노골적인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7일 황금새벽당의 대변인이 두 명의 여성 의원을 — 그리스공산당의 리아나 카넬리와 급진 좌파 연합인 시리자의 레나 두루 — 거칠게 폭행하는 장면이 TV로 생중계 됐다.
이 사건은 ‘인종주의와 파시즘 반대 연합’과 전국의 반인종주의 단체들이 소집한 반파쇼 시위 전야에 벌어졌다.
이 사건 탓에 시위는 매우 크고 분노에 찼으며, 그리스 전국과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선거 운동으로 정당의 야외 정치 집회가 드문 시기에 이번 시위는 대중의 반나치 기류를 또렷이 드러냈다.
이러한 모든 사건들 덕에 좌파 지지는 더욱 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자신감도 늘고 있다. 아테네 도심의 병원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지키고 시립 암센터들을 지키려고 파업을 벌였다. 그리스 과도 정부는 선거 운동 기간에 투쟁이 커지는 것을 피하려고 잠시나마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선거 막바지인 지금 여론조사는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비공식 소식통에 따르면 최종 여론조사에서 시리자가 선두에 있다고 한다.
그리스사회주의노동자당과 이 당이 속한 혁명적 반자본주의 연합인 안타르시아는 이러한 좌경화를 촉진한 투쟁들에서 핵심적 구실을 했다. 선거에서 안타르시아가 많은 표를 얻는다면 이러한 구실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르시아가 운동 조직자로 구실하는 것을 존중하는 많은 투사들이 신민주당의 집권을 저지하고자 시리자에 투표할 것이라는 점도 우리는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활동가들과 함께 협력해야 한다. 그러할 때 이번 일요일 선거에서 좌파가 거둘 승리는 사장들에 맞선 노동자들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