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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져가는 유로존 위기 ― 반자본주의 대안을 건설하자:
고장 난 자본주의는 고칠 수도 없다

유로존 위기의 파장이 세계경제 전체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리스뿐 아니라 스페인도 구제금융 위기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우선, 현재 유로존 위기는 2008년 시작한 세계적 대불황의 연속이다. 그때부터 유로존 국가들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이 부실해진 금융을 살리려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파업하고 있는 스페인 공공부문 노동자들 ⓒ사진 출처 ccoodegranada2 (플리커)

그래서 위기가 금융위기에서 재정위기로 전화했다. 유로존 국가들은 구멍난 재정을 메우려 긴축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 때문에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정착된 유로존 국가들 사이의 경제 구조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유로존 ‘중심’ 국가인 독일은 유로존 ‘주변’ 국가들에 대한 수출로 벌어들인 여유 자금을 다시 ‘주변’ 국가들에게 싸게 빌려줬다. 이 돈은 주로 건설·부동산·관광업 등에 투자돼 거품이 계속 커졌다.

이런 구조는 경제 위기가 일어나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남유럽의 ‘주변’ 국가들은 수출을 늘려 빚을 갚기 힘들고, 돈을 더 빌릴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이 과정에서 남유럽에 엄청난 돈을 빌려 준 ‘중심’ 국가들의 은행들도 함께 수렁에 빠져 들었다.

정치 위기

이 상황에서 유럽 지배자들은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위기 이후 긴축 정책으로 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졌지만 경제는 오히려 악화됐다.

최근 유로존 위기를 촉발한 것이 그리스 총선 결과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사실 그리스는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국가파산 상태였다.

그런데 그리스 총선 결과로 더는 이전 방식으로 불만을 관리하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밝히 드러났다. 2008년 겨울부터 시작된 급진적인 학생들의 투쟁과 2년간 17차례나 진행된 총파업을 통해 급진화된 노동자들은 더는 긴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그리스가 통제가능하다는 ‘시장의 확신’이 사라졌고 불안이 상황을 압도하게 됐다.

IMF와 OECD 같은 경제기구들은 서둘러 암울한 경제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유럽계 자본이 이탈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실물부분에서도 유럽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조선·선박업 등이 영향을 받고 있다. 유럽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침체가 더 심화하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다.

유로존 위기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자본주의는 고장 났고 지배자들이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크루그만 등은 독일이 다른 국가들에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성장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루비니 교수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독자적인 환율정책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이 모든 방안들은 수렁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 더욱더 노동자들을 쥐어짜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기존 지배자들의 정책이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유럽 전역에 극우와 급진좌파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위기의 근원인 자본주의 자체를 뛰어넘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그리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디폴트, 유로존 탈퇴, 은행과 주요 산업의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정치양극화를 낳은 가장 큰 배경은 바로 급진적인 청년과 노동자 들의 투쟁이었다. 그리고 이 투쟁들을 통해서만 급진적 대안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유로존처럼 긴밀하게 연결된 지역에서 한 국가에서 발생한 노동자 투쟁은 금방 전체 유로존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경제 위기가 빠르게 번져갔듯이 말이다.

유로존의 상황은 한국의 노동자와 투사 들에게도 많은 영감과 자신감,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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