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까지 흔들리자 공포에 빠진 지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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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에서 경제 규모가 넷째로 큰 스페인 정부가 유럽연합에 8백10억 파운드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앞서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요청이 있었다.
스페인 정부가 마침내 외국의 도움 없이는 불안한 은행 시스템을 구제할 방도가 없다고 인정하면서 요청에 나섰던 것이다. 정부 차입 이자율이 터무니없이 높아지면서 스페인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여 있었다.
스페인에 자금이 투여된다고 해서 25퍼센트에 달하는 실업자들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임금과 연금 삭감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 자금은 은행들을 위한 구명줄이며 유로존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 주는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스페인과 여러 나라들이 직면한 문제들은 재발하고 말 것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긴급회동에서 보듯이 경제 위기는 실로 심각한 지경이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확산됐을 때 스페인 경제학자와 정치인 들은 자국 은행들의 악성 부채 비율이 낮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심지어 최대 상업은행인 산탄데르 은행은 휘청거리는 일부 영국 은행들을 인수하면서 자금을 탕진했다.
더욱이 스페인 은행들은 자국에서도 건설과 부동산 부문의 버블에 직면했고 저리의 신용으로 이를 감당하고 있었다. 이 버블이 터지자 악성 부채와 팔리지 않는 부동산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세계경제 성장은 대부분 신용 덕분이었다.
자본주의 체제가 호황이라면 이윤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고 부채 부담은 늘어만 갔다.
회복을 알리는 징조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최근 고용 수치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중국의 성장은 둔화되고 유럽은 진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의 지배자들은 스페인 은행 구제금융이 스페인 국가 구제금융의 서막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은행 구제금융으로 국가 부채는 더한층 늘어날 것이고 서막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은 한층 더 커질 것이다.
스페인 국가 부도는 IMF와 유럽의 구제 기금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들 때문에 유럽의 지배자들은 여러 대비책들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그들이 유일하게 합의한 것은 공공부문과 노동자 계급을 공격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급함
그러나 이러한 ‘정책’조차 그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유럽 지배자들이 애호하는 긴축 조처 대부분은 이미 스페인에서 시행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위기는 그치지 않고 있으며 긴축은 이제 아래로부터 일어난 반격을 받고 있다.
스페인 구제금융에 다급하게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배자들이 그리스 총선 결과를 두려워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합의된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하는 그리스 정치인들이 만만치 않은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보였다.
긴축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의 득표율을 제고할 연이은 대중 투쟁들은 이제 지배자들에게 제2의 공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