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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에 오르는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의 생각》(이하 《생각》)이 출간 즉시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책에서 안철수는 이미 제시했던 복지, 정의, 평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 구체적인 살을 붙였고, 뜨거운 사회 현안들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안 원장이 뭘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박근혜의 말을 의식한 듯 책 제목도 안철수의 “생각”이다.

안철수는 “정치 현실에 대한 실망”과 변화 열망이 자신에 대한 기대로 모아졌다며 이런 열망에 호응하고 있다.

《생각》에서 안철수는 이명박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특히 정부가 민심을 거슬러 막무가내로 추진해 온 친재벌 정책들과 그 결과들(제주 해군기지 건설, 용산 참사, 한미FTA 등)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다시금 시작된 안철수 돌풍에 박근혜도 위협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동시에 안철수는 민주통합당에도 선을 그었다. 지난 민주당 정권은 “서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도록” 하지 못 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안철수가 《생각》에서 밝힌 것들이 정작 최근 민주당이 내놓는 정책들과 비슷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절충

대표적으로 순환출자 금지나 출자총액제한 등 재벌개혁을 하겠다며 내놓는 정책들이 그렇다. 제주 해군기지도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게 문제지, 해군기지 자체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미FTA에 대해서도 비민주적인 절차가 문제였고, 일단 발효가 된 이상 재재협상을 하자고 한다.

민주당보다 온건해 보이는 것들도 있는데, 예컨대 한국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면서 대학서열체제는 건드리지 않는 용두사미격 대책들을 내 놨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서울대 폐지론이 나오는데 말이다.

안철수의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전략적 조합”이 박근혜의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있어서도 안철수는 민주당보다도 못해 보인다. 예컨대, 문재인 등은 립서비스라도 부자 증세를 말한다.

그런데 안철수는 예컨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 “국가도 건강보험 재정을 늘리고, 각 가정도 형편에 맞게 약간씩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대기업에 대해서 법인세 자체도 아니고 실효세율(실제 조세부담률)만 높이자고 말하고 있다.

또, 안철수는 “재벌체제의 경쟁력은 살리되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든가 ‘규제 철폐는 좋은데 감시는 강화’해야 한다는 등 규제완화와 경쟁력 논리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같은 약점을 갖고 있다. 이런 관점은 특히 지금과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 시기에 복지 확대 과제와 모순을 낳을 수 있다.

요컨대, 안철수의 《생각》은 민주당의 ‘생각’과 별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안철수가 민주당의 러브콜을 무작정 미루는 데 내세울 명분이 더 적어질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과 손을 잡는다면, 기성 정치 바깥에서 안철수를 지지했던 사람들 속에서는 실망감이 자라날 수 있다. 안철수는 지금부터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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