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고 오락가락하는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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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승자는 문재인이 될 것이다. 경선 주자들 중에는 노무현은커녕 그의 비서실장을 뛰어넘을 인물도 없었다.
결국 ‘국민참여경선’으로 바람을 일으키면 박근혜 대세론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던 민주당 지도부의 계획은 실패했다. 선거인단 투표율은 60퍼센트도 안 되고 이전투구 속에 날계란이 날아다니는 지저분한 장면만 재연됐다. 누가 보기에도 이 경선은 누가 안철수의 파트너가 될 것이냐를 가리는 “예선전”에 지나지 않았다. 진정한 내용적 혁신이나 쇄신없이 경선 흥행이라는 요행만 바라다 망한 것이다.
흥행 실패의 최대 원인은 민주당 그 자체에 있다. 광범한 반박근혜 정서에도 선뜻 민주당에게 손이 가지 않는 까닭은 그들이 집권 10년 동안 저지른 개악과 배신이 노동자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하면서 바로 이 민주당의 과거에 깊숙히 연루돼 있고 결코 그 책임에서 면제될 수 없는 인물이다.
문재인은 지금도 참여정부를 옹호하고 정당화한다. 그는 “참여정부는 총체적으로 성공한 정권”이라고 평가하며 “다만, 부분적으로 양극화, 비정규직, 부동산, 신자유주의 문제에 소홀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제국주의 점령을 도운 이라크 파병이나, 복지국가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한미FTA 추진, 비정규직 대량 양산 등이 ‘부분적’ 잘못이었다는 것이다.
‘노무현을 넘어서겠다’는 말과 달리 그는 노무현의 핵심적인 잘못을 덮는 데 급급하다.
이라크 파병은 ‘미국의 대북 압박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한미FTA는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었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을 만들고는 “법대로만 했으면” 비정규직이 줄었을 것이라고 우긴다.
제주 해군기지도 처음에는 ‘군함이 잠시 머무르는 기항지’로 계획됐다며 노무현 정부의 잘못은 아니라고 둘러댄다. 핵폐기장 반대 투쟁이 벌어진 부안에서 경찰이 휘두른 무자비한 폭력은 기억에도 없다는 듯 ‘결국 주민 의견에 따랐다’며 자화자찬한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 당시 경찰이 현대차 노조를 사찰한 것을 두고도 “산업경제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대형사업장 노사협상과 노조 파업예측 보고”라고 변명한다.
“사람이 우선이다” 하는 그의 정책 공약도 앞뒤가 안 맞는다.
‘탈핵’ 선언을 했지만 50년 뒤를(!) 목표로 삼겠다는 것이나, ‘핵발전소 수출은 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지지자들조차 낯 뜨거워한 슬로건 “대한민국 남자”를 내세우며 특전사 경력을 자랑하고 TV 방송에서 격파 시범까지 하며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한 것도 비웃음만 사고 철회됐다.
그러나 “우리[참여정부]는 김영삼 정부보다 오히려 국방비 증가율이 더 높았다”고 자랑한 것을 보면 단순한 해프닝은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문재인은 잘못된 과거를 벗어나 혁신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오락가락하며 믿음을 주지 못하는 민주당과 딱 어울리는 인물인 것이다.
사실 총선 이후 친노와 구 민주당계를 대표하는 이해찬과 박지원이 야합해서 지도부를 장악했을 때 민주당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는 더 약해졌다. 이 담합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배신과 개악을 이끈 장본인들이 소수 개혁파들의 비판을 봉쇄하고 당의 주도권을 장악한 사건이었다.
당시에 문재인은 이를 두고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라고 정당화했다. ‘이해찬·박지원·문재인’ 트리오가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그래도 진보와 개혁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에게서 완전히 눈을 돌릴 수 없는 까닭은 박근혜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데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리멸렬한 민주당과 문재인이 계속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계속 불신과 냉소를 일으킬 수 있고, 이것이 바로 박근혜의 가장 큰 버팀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