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드라기의 ‘바주카포’는 위기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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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반자본주의 주간지 〈노동자 연대〉 편집자인 파노스 가르가나스가 유로를 구하기 위한 유럽정부들의 최근 대책을 분석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월 6일 유로존을 지탱하기 위해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다.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는 ‘유로는 되돌릴 수 없다’고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고 했다. 그리스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신문은 드라기를 슈퍼맨으로 그린 만평과 함께 “유로화가 날아가고 있다”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주요 산업국들을 대표하는 OECD 총재 앙헬 구리아는 “이번 조치는 유로화 위기에 맞선 바주카포”라고 했다.
지난 3년 동안 비슷한 선언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전에 발사된 어떤 ‘바주카포’도 유로화 위기를 막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새 채권매입프로그램에 따라 ECB는 채권시장에 개입해 회원국이 발행한 단기부채를 매입할 것이다. 하지만 이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긴축을 강요하는 협약에 서명해야 한다.
이 계획은 그리스같이 가난한 국가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이 국가들은 이미 협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그리스는 채권시장에서 새로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채권매입프로그램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 수준으로 강등되는 것을 의미하는 이 협약에 서명하는 것은 두 정부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
이 채권매입프로그램은 차입 비용이 통제를 벗어나 급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이다. 시장이 이 약속을 신뢰하는 동안 드라기는 유로존 정부들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마저 분열을 낳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은 채권매입프로그램을 반대한다. ECB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찍어낸 화폐들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까 우려한다.
드라기는 이미 ECB가 유럽 은행들로부터 예치금으로 받은 8천억 유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유로화를 발행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예치금이 많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벌어질 문제를 보여 준다. 올 초 ECB가 내놓은 주요 대책은 장기대출프로그램이었다. 드라기는 유럽 은행들이 ECB로부터 최대 3년 동안 매우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분열
1조 유로가 대출돼 차입 비용 상승 없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채권을 살 수 있는 자금이 넘쳐 났다. 하지만 은행들은 채권을 구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페인과 이탈리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동안 이 자금은 ECB에 예치금으로 머물러 있었다. 악순환이다. 그리고 새로운 ECB의 대책들이 나올 때마다 유로존 전체에서 더욱 악독한 긴축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증권시장은 드라기의 대책에 환호를 보낼지 모르지만 유럽 노동자들은 긴축에 맞선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탈리아노총(CGIL) 대변인은 9월 8일 그리스 도시 테살로니키에서 벌어진 대중집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노동자들이 9월 15일 마드리드, 9월 28일 로마, 9월 29일 독일 전역, 10월 20일 런던에서 투쟁을 벌일 것이다.”
테살로니키의 긴축 반대 시위는 대성공이었다.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우리는 ‘연금, 학교, 병원을 망치고 있는 긴축을 막기 위해 우리는 파업과 시위를 벌일 것이다’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시위는 파시즘에 반대하는 측면도 있었다. 파시스트 황금새벽당 지지율이 거의 10퍼센트에 이른다는 최근 여론조사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3개 정당 모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세에 공공연하게 의존하고 있고, 이것이 파시스트가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당들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면서 긴축에 반대하는 좌파들이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급진좌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지지율이 보수 신민당을 앞질렀고 공산당 지지율이 연립정부의 일부인 민주좌파를 넘어섰다.
우리가 소속된 안타르시아[혁명적 반자본주의연합] 역시 6월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우리는 연립정부를 끌어내리기 위해 투쟁할 것이고 황금새벽당이 좌파의 성장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