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심화와 함께 불거지는 고통전가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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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상향한 것에 대해 보수언론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은 믿을 것이 못된다. 이들은 2008년 위기 직전까지 서브프라임 등의 파생금융상품에 높은 신용등급을 매겨 위기를 키우는 데 한몫한 바 있다.
신용등급 상향과는 반대로 한국 경제는 세계경제의 침체에 따라 위기가 심화하며 경제성장률이 3퍼센트 아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성장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은 지난 3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8월에도 6.2퍼센트 감소하는 등 계속 추락 중이다.
게다가 수백조 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은 주택가격 하락과 경기 침체로 부실화하면서 금융권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이미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 시동을 걸고 있다. 수출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큰 타격을 입은 조선·해운·건설·금융업계에서는 대규모 해고와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고, 하반기 들어 GS칼텍스·KCC·한국GM·르노삼성 등에서도 각각 수백 명씩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가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 때문에 “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나선 것은 말뿐인 ‘경제민주화’조차 부담스러운 한국 지배자들의 위기 의식을 보여 준다.
이명박 정부도 하반기 경기부양책을 내놨지만, 이는 평범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원천징수 근로소득세액 10퍼센트 인하’ 같은 조삼모사 정책으로 노동자·민중을 더 쥐어짜고 재벌들에게 더 퍼 주려는 것임이 드러났다.
한편, 경제 위기가 심화될 것이 분명해지자 고통분담론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통합진보당 전 대표 유시민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더 많은 부를 고루 나눠 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감내할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본심을 드러냈다.
결국, 그는 노동자들에게 고통분담을 설득하고 투쟁의 발목을 잡기 위해 진보정당에 눈을 돌렸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유럽 위기와 한국 IMF 위기 때 드러났듯이, 고통분담론은 노동자·민중에게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고 거대 기업과 금융기관들을 살리자는 것이다.
게다가 고통을 분담하자며 유럽·미국 정부 등이 밀어붙인 강력한 긴축정책은 위기를 해결하는 대안이기는커녕 경제성장률을 더욱 떨어뜨리며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맹목적인 이윤 추구로 이번 위기를 낳은 체제와 지배자들에 맞서 싸우며, 임금·일자리·복지를 확대시켜야 노동자·민중의 삶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