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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오위다오 분쟁:
미‍·‍일 지배자도, 중국 지배자도 편들 수 없다

지금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에서 중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순시선, 함정 들이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대치하는 모습은 동아시아 전체에 심각한 긴장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이 섬들에 대해 양측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들은 모두 합당한가? 중국 지배자들은 역사적 근거를 통해 이 지역이 자국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1895년 자신들이 먼저 이 섬을 일본 영토로 편입시켰기 때문에, 댜오위다오는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1879년 일본이 류큐 왕국(지금의 오키나와)을 강제로 복속시키기 전에는 댜오위다오는 일본과 중국을 가르는 경계가 아니었다. 1879년 이전까지 이곳은 중국과 조공-책봉 관계였던 류큐 왕국과 타이완을 가르는 경계에 위치한 섬들이었다.

이 섬들이 당시에 류큐 왕국에 속하느냐, 타이완의 “부속도서”였느냐가 쟁점일 수 있으나, 적어도 동아시아가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 강제로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기 전, 즉 부르주아지의 만국공법(국제법) 체계에 휘말리기 전까지는 양 지역 지배자들에게 그게 지금처럼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일본의 침략

따라서 오늘날 댜오위다오를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 일본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근대 제국주의 국가로 발돋움에 성공한 데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는 본격적으로 대륙 진출과 해양 확장을 추진하면서, 그 길목에 있는 섬들을 우선 ‘처리’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댜오위다오는 일본의 섬으로 일방적으로 선포됐을 뿐이다. 1895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일본 정부는 댜오위다오를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그 이후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청국과 맺은 시모노세키 조약에서 “타이완과 그 모든 부속도서”를 할양받았다. 그리고 일본이 타이완과 주변 섬들의 지배권을 확립하는 과정은 대만 현지인 수만 명이 학살당한 유혈 낭자한 과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타이완 강탈과 더불어 댜오위다오도 민족적 수치의 상징이 된 것이다.

일본이 영유권을 제기하는 핵심 근거는 이른바 “무주지 선점의 원칙”이다. 즉, 주인 없는 땅은 깃발을 먼저 꽂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이다.

이는 당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는 여러 명분 중에 하나였다. 문명개화론과 더불어 무주지 선점의 원칙은 제국주의 지배를 합리적 행위로 포장하는 데 중요했다. ‘주인 없는 땅’에 깃발 꽂고 자국의 영토라고 우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서구 열강이 그런 논리로 차지한 땅엔 대체로 선주민이 수 대에 걸쳐 터전을 잡고 있었다.)

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 건 2차세계대전 종전 후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를 점령한 미국 제국주의 때문이었다. 원칙대로라면, 과거 일본이 부당하게 차지한 영토는 일본이 포기하게 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미국은 오키나와 제도를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를 위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로 간주했다. 그래서 무려 1972년까지 오키나와를 직접 지배하면서 이곳을 주일 미군의 집결지로 바꿔 놨다. 당연히 댜오위다오는 오키나와 제도의 일부로 규정해 미국이 지배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섬 5곳 중 일부 섬들을 미군 사격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나중에 오키나와를 일본 정부에 반환하면서 댜오위다오도 일본에게 반환됐다.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

일본 남서제도의 자위대와 주일 미군 배치 현황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이 지역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관련이 깊다. [클릭해서 크게 보기] ⓒ김인수, 김영익

그런데 지금 이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건 비단 이런 역사적 상흔 때문만이 아니다. 이 지역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지하 자원 문제, 중국과 일본 등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의 획정 문제 등이 걸려 있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근의 분쟁은 중국과 미국 간의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이 격화하면서, 이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중국의 부상과 해양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은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조처들을 강화하고 있다. 그중에서 오키나와를 포함한 일본 남서 제도에서의 군사적 조처들은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2010년 신방위대강에서 “동적 방위”로의 전환을 천명하면서 평화헌법에 구애받지 않는 “‘싸우는 자위대’로의 변모”를 선포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기존 안보협력을 강화하며 남서 제도의 이시가키, 미야코, 요나구니 섬 등에 자위대를 증강하거나 새로 배치하고 있다. 대만에서 겨우 1백 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요나구니 섬까지 일본 자위대가 촘촘한 방어선을 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오키나와에 미 해병대의 신형 수직 이착륙기 오스프리를 배치하려 하고, MD 체제의 핵심인 X밴드 레이더를 일본 남부에 추가 배치하기로 일본과 합의하는 등 일본 규슈에서 일본 최남단의 요나구니 섬까지 이르는 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일본과 미국은 이 도서 방어선을 후방에서 뒷받침해 줄 괌 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즉 미국과 일본의 최근 군사 동향을 보면, 일본 남서 제도를 중국을 견제할 지정학적 요충지로 바라보는 미일 양국 지배자들의 시각이 보인다.

당연히 중국 지배자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중국 본토에서 태평양으로 나아가려면 이 남서 제도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번 매코맥 교수가 지적했듯이, 중국 지배자들은 남서 제도의 군사 기지들을 자신들의 태평양 진출을 가로막는 ‘만리장성’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의 지정학적 위치상, 유사시 미국이 중국 본토를 타격할 핵심 전진기지 구실을 할 곳도 바로 여기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은 일본 정부의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처를 그저 소유권 이전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댜오위다오에서 일본의 실효적 지배가 강화되는 것은 바로 자신들을 잠재적으로 괴롭힐 ‘만리장성’이 강화되는 것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지역을 둘러싼 충돌과 갈등도 사실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의 일부다. 미국과 일본 지배자들의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대해 중국 지배자들이 맞대응하면서 동아시아 전역에서 긴장이 쌓이고 갈등이 빈번해지는 것이다.

제국주의 간 격돌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미‍·‍일 지배자들의 행태뿐 아니라,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는 중국 지배자들의 행위도 결코 지지할 수 없다.

오늘날 중국은 더는 과거 일본에게 짓밟히던 반(半)식민지 국가가 아니다. 지금의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며,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최근 군사력을 급격히 증강하는 제국주의 국가다. 중국은 세계에서 군비 증강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이며,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과 항공모함 배치 등으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나섰다.

게다가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를 비롯한 여러 소수 민족들의 민족자결권을 무시하며 이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댜오위다오에서 중국과 일본(미국)의 갈등에서 양 지배자들 중에 어느 한편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중국 제국주의가 댜오위다오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이것이 저항적 민족주의의 승리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국주의 경쟁의 격화를 의미할 뿐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중국과 일본(미국) 중 어느 한쪽 지배자들의 편이 아니라, 양쪽 지배자들 모두에 맞서야 한다.

중국 내의 반일 시위는 어떻게 볼 것인가

반면 중국 각지에서 터져 나온 반일 시위는 그 성격이 매우 복잡하고 모순적이다.

물론 이 시위대가 주장하는 댜오위다오의 실지 회복 요구를 지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족 민족주의와 더불어 과거 식민지 경험과 고통에 대한 분노도 깔려 있고, 또한 일본 파나소닉과 혼다 등 다국적 기업의 착취에 대한 정당한 불만도 섞여 있다.

자신들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자국 지배자들을 바라보는 반일 시위대의 감정도 복잡한 것 같다. 일부 시위에서 마오쩌둥 초상화가 등장한 것을 보면 말이다.

이 때문에 중국 지배자들의 대응도 제각각이었다. 광둥성의 일부 기업주들처럼 한때 반일 시위 흐름에 편승하려 한 자들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이 시위의 잠재적 위험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보는 듯하다. 특히 파나소닉 공장 등이 현지 노동자들에게 습격당한 것은 중국 지배자들에게도 불길한 징조다. 중국은 그동안 다국적 기업들과의 협력으로 고도 성장을 구가해 왔는데, 노동자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외받고 있다고 분노를 표출한 것이니 말이다. 이미 산둥성 캐논 공장 등 일부 일본 다국적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반일 구호와 함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오늘은 일본 기업과 일본인 관리자들이 분노의 대상이지만, 내일은 중국 기업과 중국 관리자들에게 분노가 쏟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벌어진 반일 시위는 시간이 갈수록 자국 지배자들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전환되곤 했다. 그래서 지금 중국 지배자들이 이 시위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며 금지 조처를 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