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승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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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봉제를 도입하고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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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호봉제, 교육감 직접고용, 교육공무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도심 집회와 하루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 상시적 차별로 고통받아 왔다.
이것은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다. 그동안 정부는 마땅히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해 비정규직을 대폭 늘려 왔다. 학교 내 비정규직 비율이 25퍼센트에 이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40퍼센트 이상이 학교비정규직일 정도로, 학교는 비정규직 확산의 온상이 됐다.
또한 정부는 정규직 교사-기간제 교사-시간제 강사, 정규직 영양교사-영양사-조리사-조리원처럼 노동자들을 줄 세우고, 그 속에서 학교비정규직에게 ‘잡무 담당’, ‘보조 인력’이라는 인격적 모멸을 안겨 줬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교과부장관 이주호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1조 8천2백38억 원이 들어 “큰 부담”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부자 감세에 90조 원, 4대강 사업에 60조 원, 국방비에 매년 30조 원을 퍼부으면서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돈이 아깝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우선순위가 평범한 사람들을 돌보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과부는 ‘국립학교에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자가 교과부장관’이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진보교육감을 제외한 10여 곳의 교육감 들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교섭 요구조차 무시하는 교과부가 2014년까지 학교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며 마치 대단한 양보라도 한 양 발표한 것도 역겹다. 이미 1월에 노동부가 2012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으니, 교과부 발표는 이를 2년이나 늦추겠다는 말일 뿐이다. 게다가 호봉제 같은 실질적 처우 개선도 빠져 있다. 경쟁교육과 전교조 탄압에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면하는 이주호는 퇴진해야 마땅하다.
노동자 무시와 탄압으로 일관하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말할 필요도 없고, 민주당의 미덥지 않은 태도도 문제다. 〈민중의 소리〉 보도를 보면, 민주당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약속한 공무직 전환 입법을 미루기로 새누리당과 합의”했다.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에 명운을 걸겠다”며 교육 공무직 전환 법안 처리를 거듭 약속해 온 문재인은 책임을 져야 한다. 사실 비정규직 확대와 탄압에 공조해 온 민주당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일관되게 나서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리한 조건
따라서 노동자들의 독립적인 투쟁이 중요하다. 11월 3일 도심 시위와 11월 9일 하루 파업을 강력하게 조직해야 한다. 현재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이 투쟁 조직에 매진하고 있는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바라는 사회적 여론과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위기가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물론 전국 5천여 학교에 몇 명씩 흩어져 있는 노동자들이 학교 측의 탄압을 무릅쓰고 투쟁과 파업에 나서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난 2년간 노조가 급속히 성장해 간부들이 부족한 것도 어려움인 듯하다.
따라서 사회적 연대를 건설해 현장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고무하고, 예상되는 탄압에 대응해야 한다. 2백여 교육 관련 노조와 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는 ‘2013 교육연대’와 민주노총 등 노동·사회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는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만들기 공동행동’이 그런 구실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교조의 연대가 중요하다. 교사들은 학교장의 탄압으로부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방어하기에 상대적으로 더 나은 조건에 있다. 함께 일하는 정규직 교사가 자신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것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든든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최근 정부가 교원 정원 기준을 삭제하며 교사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는데, 학교비정규직과 연대해 정부에 맞설 때 정규직 교사도 힘있게 싸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교조가 학교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겠다고 밝히고 11월 3일 집회도 함께 준비하는 것은 반갑고 고무적이다. 전교조는 학교 현장에서 탄압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방어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비정규직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고, 자신들의 학교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등의 활동을 조직해야 한다.
11월 3일 학교비정규직노동자대회에 함께하자. 투쟁의 전진을 위해 연대와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