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논평:
끝이 보이지 않는 세계경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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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영국 전당대회에서 보수당·자민당 연립정부는 큰 문제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었다. 연립정부는 재정 적자 감축을 목표로 삼았다. 심지어 재정부 장관인 조지 오스본은 재정 적자를 말소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각종 전망들을 보면, 연립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영국 경기가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은 줄고 목표 달성은 힘들어질 것이다. 경제 산출량 대비 적자가 목표 달성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경제가 빠진 끔찍한 악순환의 초기 국면과 유사하다. 현재 그리스는 정부 지출이 줄면서 경기가 하락했고, 그 결과 유럽연합과 IMF가 더 많은 긴축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는 더 악화됐고 전반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고통을 초래했다. (유럽연합에 노벨평화상을 안긴 재치 있는 노르웨이 국회의원들이 IMF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해 농담을 완성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세계경제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경제 현황 보고 기사의 제목을 ‘희망이 공포와 불확실성으로 바뀌다’로 잡았다.
2008년 발생한 금융 위기는 세계 자본주의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경제에 돈을 투입했기 때문에 세계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상황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또, 2010년부터 세계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그러나 이 회복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IMF는 최신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 선진 경제가 1.5퍼센트, 개발도상국이 5.6퍼센트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예측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지지부진할 것이다. 이른바 ‘신흥 시장 경제들’은 상황이 나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성장률도 하락할 것이다.
물론, 결정적으로 중요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2008년] 경기 불황에 대응해 국영은행들이 자금을 제공하는 6천4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경제는 급속히 회복됐고, 중국에 원재료와 첨단 자본재를 수출하는 나라들(전자의 경우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후자의 경우 독일과 한국)의 경제도 덩달아 회복됐다.
그러나 이제 중국 경제성장률도 하락하고 있다. IMF는 내년 중국 경제가 7.7퍼센트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것은 선진국 기준에서는 매우 높지만 2008년에 비해 30퍼센트 낮으며 1999년 이래 가장 저조한 성장률이다.
중국
북반구 나라 경제가 정체하면서 중국의 수출 의존 부분이 타격을 받고 있고, 경제학자들은 중국 총생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투자가 더는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브릭스 국가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거대 ‘신흥 시장’이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디커플링’[한 나라 경제가 다른 나라 또는 세계경제 흐름과 달리 독자적 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했고 이들이 자체 동력으로 세계경제를 이끌 것이란 섣부른 주장들은 공문구인 것으로 판명됐다. 중국뿐 아니라 다른 브릭스 국가들도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장애물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에 정부 재정적자를 먼저 줄여야 한다는 정치적 합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재정적자는 불황에 대처하면서 급속히 증가했다.
당면한 문제는 미국의 이른바 ‘재정 절벽’ 즉, 올해 말에 증세와 지출 삭감이 실행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의 4퍼센트가 줄어들 것이다. ‘재정 절벽’은 2011년 7월 미국 정부 부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오바마와 공화당이 합의했던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금융 부분에 공급해, 정치 엘리트들이 재정적자 해소에 몰두하면서 형성된 공백을 메우려 시도했다. 현재까지 6조 2천만 파운드[1경 9백91조 원]가 여기에 쓰였다.
그러나 엄청난 민간 부채가 쌓이면서 위기가 촉발됐기 때문에 추가로 공급된 돈들은 쓰이지 않을 수 있다. 많은 악성부채를 가진 은행들은 대출하지 않으려 하고, 빚더미에 올라선 기업과 가계는 돈을 새로 빌리려 하지 않는다.
IMF 수석 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랑샤는 ‘잃어버린 10년’이 도래할 것을 우려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가 말했듯이 “세계경제는 대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