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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 인터뷰 ①:
“벌써 58명이 죽은 지금, 이제는 정말 응답할 때”

주류 언론이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에만 눈이 팔려있는 동안 수많은 젊은 노동자들이 반도체 공장에서 꽃다운 나이에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권리를 지키고 끔찍한 실태를 고발하려고 5년 넘게 싸워 온 유가족과 활동가 들은 최근 작지만 소중한 성과를 거뒀다. 헌신적인 활동으로 이에 크게 기여해 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 동지를 인터뷰했다.

똑같은 죽음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올해만 벌써 네 명의 삼성 노동자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는데, 알고 봤더니 우리가 몰랐던 두 분이 또 있었거든요.

안타깝게도 고 이경희 님이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폐암에 걸려 사망했고요,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고 박효순 님도 있어요. 악성 림프종으로 2년 동안 굉장히 고생하다가 지난 8월, 28세의 나이에 돌아가셨거든요.

ⓒ이윤선

사람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에요. 그 숫자가 이미 58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세상이 참…. 방에 이렇게 누으면, 젊어서 돌아가신 그 분들 모습이 떠오르고. 용서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가 많습니다.

9월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협력업체 노동자가 또 백혈병에 걸렸어요. 이 분은 삼성반도체 15라인 클린룸 안에서 일했는데, 그 15라인은 최신 라인이었거든요. 자동화된다고 해도 위험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걸 보여 주는 상징적인 피해자가 또 나타난 거죠.

용인에 있는 삼성반도체 납품업체에선 집단 발병이 발생했어요.

굉장히 작은 영세업체들이 반도체 도금 업무를 하는데 도금은 더 위험하거든요. 그래서 이게 하청으로 넘겨졌고, 그 하청 노동자들이 한 20여 명 근무하던 곳에서 4~50대 여성 노동자들 다섯 명이 암인 거예요. 네 분이 유방암이고, 한 분이 폐암으로 사망하셨어요.

그런데 이 분들 하시는 얘기가, 자기네는 환기가 요만큼도 안 된다는 거야.

이 분들, 납땜도 하고 고온에서 납을 녹이고 다시 입히는 작업을 하시거든요. 이 과정에서 온갖 유기용제들, 화학물질들을 쓰는데, 그것 때문에 구토, 어지럼증 같은 게 심해지고. 정말 쓰러질 뻔한 경험도 많이 했고, 손끝 허물이 다 벗겨지고 그랬다는 거예요.

납땜할 땐 연기가 나요. 거기 그 연기가 자욱하대요. 그런데 삼성이 보안 문제 때문에 환기를 다 막아놨다는 거예요. 세상에, 끔찍하죠.

그런 데서 암이 많이 발병하는 거죠. 위험이 하청업체로 전가되고 심화되고. 그런데도 삼성이 요즘 하는 얘기가, 자기네는 협력업체 일에 전혀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구요.

삼성의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꿋꿋이 진실을 알리고 투쟁해 온 노동자·활동가들 덕분에 “세계 일류 기업” 삼성의 추악한 맨 얼굴이 드러나고 있다. ⓒ이미진

가증스런

삼성과 언론의 더티 플레이는 정말 신물이 나요. ‘삼성과 백혈병 피해자의 대화’라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는 정말 많이 분노했어요. 반올림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도, 보도가 나왔거든요.

갑자기 대화니 보상이니 하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튀어나온 게,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에 있거든요. 삼성 백혈병 산재 인정 관련해서. 저희가 1심에서 일부 이기고 일부 졌는데, 지금 1심 때보다 증거가 더 보강되고 우리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삼성이 ‘판결 없이 조정과 대화로 이 문제를 풀어보자’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거예요. 소송에서 공식적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을까 봐,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죠.

우리는 그동안 산재 인정하라고 달려 왔는데, 그걸 한꺼번에 ‘보상 프레임’으로, 우리가 마치 삼성에게 보상해 달라고 달려온 것처럼 하면 안 되죠. 물론 삼성은 보상을 해야지. 하지만 이건 완전 순서가 잘못된 거잖아.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해도 모자란 판국에 갑자기 우리도 모르는 대화라니요. 죽은 자들더러 떡고물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취급 당하는 것 같거든요.

아니, 정말 생떼같은 목숨들을 다 잃었는데, ‘반올림이 보상을 요구하고 자기들도 그것을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흘리는 건 너무하잖아요. 용서할 수 없는 행위야.

거기다가, 삼성이 왜 언론플레이를 했냐 하면, 다음날 삼성전자 최우수 부사장이 국정감사장에 나왔잖아요. 거기서 ‘이미 대화 시작했다’ 하는 식으로 깔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국감은 실망스러웠어요. 새누리당 의원들은 피해자들에게 한마디도 묻지 않고, 야당 의원들도 삼성 부사장에게 ‘앞으로 잘 좀 해보세요’ 하는 정도의 얘기했으니까. 그래도 피해자 두 분이 정말 어렵게 나갔고 이게 수년간 문제가 돼 왔는데, 의원들에게서 분노가 전혀 느껴지질 않는거야. 심상정 의원 정도만 세게 발언했죠.

지금 반올림의 투쟁 슬로건이 ‘응답하라’예요. 정말, 응답해야 돼요. 이미 얼마나 많은 피해 노동자들이 죽으면서 억울함을 고발했는데, 이게 얼마나 반복됐는데.

최초 산재 신청자 고 황유미 씨(삼성 백혈병 사망자) 이후로 벌써 1백50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나타났고, 벌써 58명이 돌아가셨어요. 이런 상황에서, 국회든 대선 후보들이든 이제 정말 응답할 때다, 제대로 행동을 보일 때다 생각하거든요.

얼마 전에 안철수 후보가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 씨를 만났어요. 저는 다른 대선 후보들도 당연히 우릴 만나러 와야지, 이렇게 생각했어요. 재벌개혁, 경제민주화하겠다면서요. 그러면 당연히 해야지.

물론, 대선 후보들의 한 번의 행보나 정치권의 관심 한 두번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은, 피해 노동자나 이 분들의 싸움을 지지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라고 봐요. 우리가 힘을 모아야 정치권도 관심을 갖고, 사법부도 무시하지 못할 거고.

피해자들이 삼성 측의 회유·협박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 산업재해 인정을 위해 여기까지 왔던 겁니다. 그런 싸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처음 이 문제가 제기됐을 때, 여러 사람들이 ‘과연 그게 가능한 얘기냐’ 하면서 회의적으로 봤어요. 그런데 계속해서 싸우니까 달라졌어요. 심지어 학계나 의학 전문가들도 시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투쟁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죠.

우리는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인정받고, 재발방지 대책을 실질적으로 마련을 하고, 내부적으로 감시·견제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인정받기 위해 싸우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이런 우리 싸움에 지지를 보내 줬으면 합니다.

2012년 반달공동행동

응답하라, 2012!

미션 하나, “사람 찾기 함께해요”

반도체 작업환경을 진술하거나, 제보해 주실 분을 찾습니다.

반올림 이종란 010-8799-1302, 장안석 010-9002-8563

미션 둘, “탄원서에 함께해요”

직업병 인정을 촉구하는 탄원서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힘을 주세요!

까페 cafe.daum.net/samsunglabor, 팩스 02-324-8632,

이메일 sharp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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