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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 선정에 맞서 저항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
“구조조정이 아니라 정부와 대학의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과 부실한 교육 환경을 강요해 온 대학 당국 때문에 학생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31일 ‘부실’ 대학으로 선정된 국민대 이아혜 씨(‘부실’대학선정 철회 및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국민대 대책위(가) 연락 간사)와 세종대 이정익 씨(함께하는 학생공동체 힐링세종 활동가)를 만났다.

부실대 선정 이후, 학생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아혜 한마디로 학생들은 멘붕이 됐죠. ‘어렵게 공부해서 대학에 왔고, 빚져 가면서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녔는데, 부실대 선정이 되다니’ 하고 분노했고, 참담했어요. 특히나 취업 준비생은 타격이 컸어요.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살하고 싶다’는 글까지 올라왔고, 편입 이야기도 많았죠. 학생들은 그동안 제대로 투자하지 않은 학교에 누적된 불만이 있었는데, 이번 부실대 선정을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 나왔어요.

이정익 [세종대에서] 부실대 선정은 비리재단 3년의 연장선상에 있었어요. 비리재단이 복귀하고 나서 학내에서 정말 끊임없이 일들이 있었는데, 부실대 선정까지 되자 “아, 이것도 또 오는구나” 했죠. 특히 취업준비생들이 “안 그래도 취업이 어려운데”,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 다녔는데, 이게 뭐냐”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두 대학의 실제 교육 여건은 어떻습니까?

이정익 비리재단 복귀 이후 가장 뚜렷한 건 등록금 상승이었어요. 우리 학교가 서울 시내 유일하게 3백만 원 초반대의 등록금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5퍼센트, 4.5퍼센트 가파르게 올랐죠. 지난해 전국적인 등록금 인하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 학교는 고작 1천 원을 내렸습니다.

이정익 세종대 ‘힐링세종’ 활동가

그리고 학내 엄청난 상업 시설이 들어왔어요. 학생회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전부 상업 시설이에요. 푸드코트, 파리바게트, 까페베네, 편의점, 피씨방, 심지어 애플 물류센터까지 있어요.

우리 학교에서 제일 큰 건물인 광개토관 13층은 원래 큰 강의실을 만들기로 했는데, 지금은 호텔이 됐고요, 도서관 지하 휴게 공간과 공대 건물의 강의실 하나를 밀어 버리고 까페를 만들었어요.

지금 기숙사를 짓고 있는데, 여기 지하 1층과 1층도 죄다 상업시설이 들어올 거라고 해요. 세종대에 3천 석의 대형 홀이 있는데, 여기는 학생들에겐 빌려 주지도 않으면서 매주 기업 행사들을 해요. 심지어 지난해엔 다단계 업체 행사를 하는 것도 봤어요. 이게 다 3년 동안 벌어진 일들이죠.

또 하나는 생협 없애기 프로젝트인데요, 이렇게 불도저처럼 상업화를 하려니까 생협이 눈엣가시였던 거죠. 특히 생협은 비리 이사장이었던 주명건(현 명예 이사)이 유일하게 자기 사람을 앉힐 수 없는, 즉 임명권이 없는 곳이었거든요.

게다가 생협은 1990년대 학내에서 운동을 했던 선배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학생들이랑 농활도 같이 가고, 실제로 지난해 천막 농성, 세종호텔 앞 집회 등 여러 투쟁에 함께했죠. 지지난해와 지난해 진보 총학생회 후보도 전부 생협에서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더더욱 생협을 없애고 싶었겠죠.

주명건이 지난해 퇴임한 총장에게 “나는 재벌이 될 거다. 세종 그룹, 계열사를 만드는 게 나의 꿈이다”고 말했으니 말 다했죠.

이번 ‘부실’대 선정도 이런 것의 연장선상에 있었어요. 등록금 인하율, 장학금 지급율, 전임교원 확충률 등 거의 모든 지표가 문제였어요.

이아혜 국민대 대책위 연락 간사

이아혜 우리 학교가 이번 부실대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취업률과 전임교원 확보율 때문이었어요. 특히 국민대는 전임교원 확보율은 서울시 대학 중 최하위예요. 얼마 전 〈중앙일보〉 평가에서는 전체 1백40개 4년제 대학 중 1백 위를 했더라고요. 이 문제는 정말 학생들이 절박하게 느끼는 문제예요.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강사 노조가 주도해서 ‘수강인원 줄이기(전임교원 확충, 대형강의 축소) 서명 운동’을 했는데, 학생 9천여 명이 서명했어요. 학교에 전달했는데 학교가 무시로 일관했죠.

게다가 올해 등록금 1.9퍼센트 인하하면서 강의를 약 1백60개를 없앴어요. 공대 기초학부 수업은 2백40~2백80명이 듣고요, 조형대 1학년 수업은 3백 명이 들어요. 전공 수업도 기본이 70명이죠. 수업에 5분만 늦게 들어와도 자리가 없어요. 밖에서 의자를 끌고 들어와야 하죠. 교수님들도 첫 강의 오리엔테이션마다 “아니, 이건 30명 수업인데 왜 60명이 와서 앉아 있느냐”고 말해요. 수강신청을 못 해서 졸업을 못 한 사례도 있죠.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은커녕 겨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거죠.

등록금 인하율도 문제였어요. 세종대만큼은 아니지만, 올해 우리 학교가 등록금을 1.9퍼센트 내렸거든요. 총장 스스로가 인터뷰에서 “5퍼센트 내리라고 했는데, 얼마 안 내려서 찍힌 거다”고 얘기했죠.

그 외에도 장학금 지급률, 시간 강사 임금 단가도 거의 최하위예요.

학교 당국은 어떤 해결책을 내놓고 있습니까?

이정익 학교에서 대응책을 내놨어요. 취업 관련해서는 도서관에 취업센터를 설치하고, 4학년을 대상으로 교수들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해요. 그리고 지난해에 저희가 천막 농성을 하면서 따낸 ‘장학금 30억과 복지 기금 5억 원’이 올해 지표에 안 들어 갔는데, 내년에는 이게 지표에 잡힐 테니 장학금 지급률이 오를 것이라고 했죠. 전임교원도 걸린 만큼 딱 보충하겠다고 해요.

9월 10일 ‘부실’대학 선정에 항의하며 민주광장을 점거한 국민대 학생들 ⓒ이아혜

그러나 이런 조처들은 진정으로 교육 여건을 개선한다기보다는 형식적인 것들이에요. 이렇게 하면 내년에 부실대 선정에서는 벗어날지 몰라도 비리재단이나 여러 가지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이 안 될 거예요.

이아혜 학교는 취업 준비생 3백 명을 집중 관리하고, 전임 교원 77명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꼼수들이 드러나고 있어요.

취업률을 올리겠다면서 ‘중소기업 잡셰어링 제도’를 만들었는데, 일단 학생들을 중소기업에 넣고 보자는 거예요. 수업 시간마다 교수들이 들어와서 “중소기업도 경력이 된다”, “눈높이를 낮춰라” 하고 얘기해요. 학생들의 미래와 진로는 안중에도 없고, 취업률을 높이는 수단으로만 삼는 거죠.

심지어 예술 대학 학생들은, 밖에서 공연이나 전시를 하면 취업으로 인정이 된다는 것 때문에, 엄청난 사비를 들여서 밖에서 졸업전시회나 공연을 해야만 하죠.

전임교원도 77명 늘리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해도 사실 사립대 평균보다 한참 밑이에요. 턱없이 부족한 거죠. 게다가 그중에 70퍼센트를 비정년트랙(비정규직)으로 뽑는대요.

심지어 학교가 얼마 전에는 전체 학생들에게 ARS 전화로 학교에 5천 원을 기부하라는 문자를 보냈어요. 학생들이 수업을 듣다가 일제히 이 문자를 받은 거죠. 국민대는 총장 스스로 말하듯이 “재정이 탄탄한 대학”이에요. 쌓아 둔 적립금이 많죠. 그런데 학생들에게 5천 원씩 내라는 거예요.

이건 평가 지표에서 기부금 비율을 올리기 위한 꼼수인데요, 사실 기부금이 평가 지표에 들어가는 이유는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라는 건데, 물론 평가 지표 자체가 문제지만, 어쨌든 그 비율을 높이겠다고 학생들한테 5천 원씩 ARS로 받겠다는 발상인 거죠. 학생들이 이것 때문에 분노하고 있어요.

이렇듯이 정부의 부실대 선정 정책은 실제로 부실한 대학 환경을 바꾸기는커녕, 대학들이 꼼수를 부리게 하고 있어요. 몇 가지 지표만 올리면 되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정부의 부실대 정책은 무엇이 문제입니까?

이정익 일단 지표에 문제가 많아요. 진짜 중요한 법인 지표는 반영 비율이 적고, 취업률이나 재학생 충원율은 높아요. 이 정책은 재단이 부패하고 부실한 대학들을 잡아내는 게 아니에요.

이아혜 저도 동감해요. 취업률과 충원율로 평가하면 이미 서열화된 학벌 사회에서 하위권 대학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하죠. 게다가 취업률이 낮다고 부실대 선정하면 더 취업 안 되고, 충원율이 낮다고 부실대 선정하면 학생들이 더 원서를 안 써요.

그러면서 애꿎은 학내 구성원들만 고통 받아요. 자존감이 깎이고 취업은 더 안 되죠. 심지어 지난해 원광대처럼 취업률을 높이려고 학내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자기 학과가 없어지는 일을 당하기도 해요. 지금 국민대도 슬슬 학내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사실 청년실업은 정부의 책임이잖아요? 자기가 약속한 일자리 창출 약속만 지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될 텐데, 그런 건 하지도 않고 엉뚱하게 책임을 서열 체제에서 억압받는 하위권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거예요.

진짜 필요한 건 정부의 지원과 제대로 된 규제인데, 오히려 교육부는 책임을 완전히 방기하고 있어요. 저는 이 문제가 비단 이번에 선정된 대학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정부의 정책은 전체 대학을 구조조정하려는 것의 일환이죠. 이 정책은 대학을 기형적으로 만들고 학문을 고사시키는 정책이에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조처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아혜 정부의 부실대 선정 정책은 당장 중단돼야 해요. 그리고 오히려 재단의 통제를 강화해야죠. ‘부실한 대학은 퇴출되는 게 맞다’, ‘한국에 대학이 너무 많다’는 얘기들이 많아요. 그런데 고등교육에 많이 진학하는 것이 문제인가요? 더 많이 배우려고 하는 것이, 사회에 나가서 좀더 나은 대우를 받으려고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가는 것이 문제인가요?

진정한 문제는 교육 비용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재단이 비리를 저지르고 아무런 투자를 안 해도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 게 문제죠. 저는 재단이 너무 부실해서 투자를 할 수도 없고, 그냥 학생들 등록금 받으면서 학위를 주는 진짜 부실대는 정부가 국립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단이 대학에 손을 떼게 하고, 학내 구성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을 져야죠. 그러기 위해서 전면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해요. 우리 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정부 지원이 가장 낮아요.

그리고 학교에게도 이번에 문제가 된 지표들과 또한 이번에 불거진 여러 교육 문제들을 해결하라고 해야 해요. 학교도 쌓아 적립금으로 교육 투자를 늘려서 명목 등록금도 낮추고, 교원도 훨씬 많이, 그리고 정규직으로 뽑아야 해요.

특히나 지난해 국민대가 학자금 대출로 인한 신용 불량자가 가장 많은 대학으로 선정됐는데, 학교는 오히려 법으로 정해진, 등록금의 10퍼센트 그중 30퍼센트 이상을 면학 장학금에 써야 한다는 것조차 지키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장학금을 줘도 성적 장학금으로 돌려서 경쟁을 강화시키죠. 이런 문제도 당장 해결돼야 해요.

이정익 저도 동의해요. 사립대 전체 감사가 필요하죠. 그래서 비리재단, 족벌 경영하는 재단들을 전부 규제해야 해요.

세종대에서도 일단 비리재단을 몰아내야 해요. 그리고 비리재단 복귀 이후 과도하게 올린 등록금, 미지급된 장학금 등을 모두 학생에게 반환해야죠. 학내 상업화 계획도 중단해야 해요.

향후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이아혜 부실 대학 선정 이후에 학생들이 학내 집회를 열고 총장실을 점거했어요. 9월에는 법대에서 총회가 성사되기도 했죠. 법대가 취업률이 낮아서 구조조정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거든요. 학생들이 불안감이 컸어요.

최근엔 학생 6백50명이 전체 비상 학생 총회를 발의했어요. 10월 25일에 총회가 열릴 예정이죠.

지금 총학생회는 학교 답변을 기다려 보자는 이유로 발의된 총회 소집을 거부하고 있어요. 회칙을 어기고 있는 거죠. 그러나 지난 9월 총장과 전체 학생 간담회 이후 학교는 진전된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아요. 학생들도 만족하고 있지 않고요. 게다가 학교가 이후 엄청난 꼼수들을 부리면서 이후 문제를 더 일으키고 있죠.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총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총회에서 우리의 요구안을 결정하고 학교에 제출할 거예요. 그리고 학교가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이후 투쟁을 이어갈 겁니다.

이정익 사실 세종대는 비대위가 너무 학교 친화적이어서 학생들이 불만을 모으는 구심점이 없었어요. 심지어 학교의 부실하기 짝이 없는 대응책을 비대위가 공동 연서명을 해서 학교 전체에 붙일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하반기에는 ‘힐링세종’이 그런 구실을 해보려고 해요. 등록금, 장학금, 비리재단 문제 등을 가지고 학교가 무엇이 문제인지 폭로하고, 불만을 모아야죠.

이아혜 그리고 부실대 선정된 대학의 학생들과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여러 학생 단체들을 모아서 공동 대응 기구를 구성하려고 해요. 현재 힐링세종과 송호대 총학생회, 노동자연대학생그룹이 함께 발의해 ‘부실대 선정과 대학 구조조정 문제 공동 대응을 위한 학생 단체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있어요.

이 문제는 올해 한 번 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정부는 이런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려고 하고, 따라서 우리도 지속적 대응이 필요하죠. 여러 단위들이 함께 공동 성명서, 기자회견, 대선 후보들에게 질의하기 등을 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런 활동을 통해 정부의 정책에 항의도 하고 또 각 대학들의 상황을 공유하며 서로 배우는 기회가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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