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평가:
해준 것도 없고 이젠 약속도 하지 않는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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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사회주의자이자 《두 개의 미국》(책갈피)의 저자인 조너선 닐이 그가 왜 투표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8천4백만 명 중 한 명으로 남았는지 설명한다.
롬니가 낙선했다. 좋은 일이다. 다행이다. 나는 미국인이니, 오바마를 찍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당선한 것은 다행이다.
모순이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내가 오바마를 찍었다면 오바마가 당선한 지금 나 자신에게 그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내다보지 못하게 하는 거짓말 말이다.
크고 작은 기업체의 사장·관리자 들은 롬니가 당선하길 바랐다. 그들이 진 것은 좋은 일이다. ‘점거하라’ 시위가 그들을 공격했을 때, 오바마가 부자들을 공공연하게 방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들은 오바마를 싫어한다.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여전히 기업의 입맛대로다. 오바마 4년 동안 불평등은 점점 심해졌다. 일반 가정의 소득이 5퍼센트 줄었다. 부자들은 더 부유해졌다. 실업률은 부시 때보다 더 높아졌다.
사람들이 집을 잃어갈 때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수백만 건에 달하는 법정 소송에서 은행은 법원에 조작된 서류를 제출했다. 집을 잃은 사람들 중 아무도 집을 되찾지 못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가 어떤 조처를 취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대외 정책에서 롬니와 오바마는 아무 차이가 없다. 나는 7일 아침 당선 수락 연설을 귀기울여 들었는데, 오바마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그는 정책을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오바마와 민주당은 저항 운동의 발목을 잡았다. 반전운동은 스스로 운동을 접었다. 60퍼센트대의 미국인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최대한 빨리 철수하는 것을 지지하는데도 말이다. 자유주의자들의 말만 들었다면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오바마는 기후 변화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2009년 백악관에서 있었던 회의에서 오바마는 미국의 주요한 환경운동단체를 설득해서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기후 변화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게 했다.
롬니가 당선했다면 활동가들에게 상황이 더 나빴을 것이다. 롬니가 당선했다면 자유주의자들과 좌파들의 사기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를 믿는 것도 운동의 발목을 잡기는 마찬가지다.
팍팍한
오바마 임기 동안 사람들의 삶이 더 팍팍해진 터라 이번 선거는 롬니에게 유리했다. 하지만 그는 부자인 게 너무 뻔해서 졌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투표권이 있는 미국인 2억 6백만 명 중에 6천2백만 명이 오바마에게, 6천만 명이 롬니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8천4백만 명의 등록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범죄자이거나 시민권이 없는 3천만 명은 투표에 참여할 권리도 없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50세 이하에서, 대졸자 중에서, 연소득 5만 달러(약 5천4백만 원) 이하 층위에서, 히스패닉 계에서, 노동계급에서 다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투표한 사람들보다 좌파적인 경향이 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의 국민의료보험, 큰 정부, 복지국가 등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 중 오바마를 지지한 사람이 롬니를 지지한 사람보다 두 배나 된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바라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의 두 배다.
이런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건 그들이 멍청해서나 현실에 무관심해서가 아니다. 투표권이 없거나, 정치인은 아무도 그들을 도와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투쟁의 현장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사람과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