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한 오바마가 한반도 평화에 눈을 뜰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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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국내에서 이번에는 북핵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얘기들이 나온다.
물론 이런 주장들은 2008년 오바마가 처음 당선했을 때 비한다면, 그리 강력하지는 않다. 오바마 1기 정권이 한반도 문제에서 전임 부시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집권 초부터 기존의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오바마의 “악의적 무시”에 북한 지배자들은 반발했고, 이들은 2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대응했다.
오바마와 이명박의 대북 강경 정책은 실제 무력 충돌로도 이어졌다. 오바마 정권 하에서 한반도에 긴장이 쌓인 결과, 2009년 서해교전과 2010년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가 일어났다.
그럼에도 오바마 2기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얘기들은 여전히 나온다. 김연철 교수는 미국 대통령들이 재선하면 외교에 ‘눈을 뜨고’, 외교 안보 라인이 교체돼 기대할 만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오바마 정부가 “동맹국의 입장을 중시하는 외교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평화의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착각은 금물이다. 미국에게 대북 정책은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더 큰 전략의 일부다. 오바마 정권은 앞으로도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외교적·군사적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올해 동아시아에서 댜오위다오(센카쿠)를 비롯한 여러 분쟁을 촉발시켰고, 앞으로도 이런 분쟁은 더욱 잦아질 수 있다. 리처드 아미티지 등 미국 외교 전문가들이 동중국해에서 “중일 간에 군사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백악관에 보고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아시아 영유권 분쟁은 중국과 미국 등이 동아시아 바다의 제해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댜오위다오 분쟁이 확산되면 고스란히 서해의 긴장 고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엇보다 미국 지배자들에게 북한 위협론은 한국과 일본 등을 대중국 포위망으로 묶어 두는 데 여전히 좋은 카드다. 오바마는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도 미일동맹을 다잡는 데 이것을 악용했다.
따라서 오바마 2기 정권에서 이런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은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개발해 국제적인 의무를 따르지 않는 북한 정권이 가혹한 선택에 직면하도록 할 것”이라고 이전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오바마는 대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에게 더 많은 방위비 부담, MD 참가, 무기 수입 등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조만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할 미군 4만 명 중에 상당수가 한국에 배치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조처들이 북한의 반발을 불러 한반도의 불안정을 더욱 키울 건 분명하다.
일부 자유주의자들은 대선에서 문재인 혹은 안철수가 당선하면, 오바마와 협력해 한반도 평화 실현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재인과 안철수 모두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박근혜와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당선도 하기 전에 NLL과 제주 해군기지, 해외 파병 문제에서 실망스런 모습만 보여 주는 두 후보에게 미국과 친미 우파를 거스르는 태도를 기대하긴 어렵다.
따라서 연임에 성공한 오바마가 개과천선하거나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 제국주의를 잘 타이를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 제국주의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연대를 건설하는 데 집중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