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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아동을 수갑채워 쫓아 낸 경찰과 출입국 사무소:
당장 한국으로 데려와서 피해를 보상하라!

지난 10월 4일, 고등학교에 다니던 17세 몽골 청소년이 시비에 휘말린 친구들의 싸움을 말리다 경찰에 연행돼, 불법 구금을 당하고, 심지어 출입국 사무소에 넘겨져 단 3일 만에 추방됐다.

몽골로 돌아가는 친구의 환송회를 하던 중, 한 무리의 한국 청소년들이 ‘몽골 새끼’라며 모욕을 준 것이 발단이 돼 벌어진 싸움이었다.

한국 청소년들이 ‘이 청소년은 오히려 싸움을 말렸다’고 증언했지만 경찰은 듣지 않았다. 경찰은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몽골 청소년들을 붙잡으려고 이 청소년을 볼모로 이용했다. 경찰은 이 사소한 싸움의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며 새벽까지 몽골 청소년들을 심문했고, 이 학생에게는 통역을 강요하고 밤새 잠도 재우지 않았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불법체류자’라며 수갑을 채워 서울출입국사무소로 보내 버렸다. 이 청소년이 한국에서 8살부터 지금까지 10년을 살아 왔고, 다음 날 학교에 가야 하는 학생이며, 게다가 미성년인 점은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벌어진 일은 더 가관이다. 출입국 사무소 측은 이 소년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추방동의서에 서명을 강요했고, 보호자의 면회도 거부한 채 수갑을 채워 수용시설인 ‘화성외국인보호소’로 보냈다.

결국, 이 소년은 출국을 원치 않았지만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가 비행기에 태워졌다. 정부가 ‘한국에는 인종차별 범죄는 없다’고 뻔뻔하게 말하지만, 이 사건의 전 과정은 바로 경찰과 출입국사무소가 ‘인종차별’ 공범임을 보여 준다.

인종차별

이 소년은 몽골어 글자를 몰라 현지에서 학교에도 다닐 수가 없고, 하루아침에 가족과 떨어져 이제는 낯설기만 한 몽골에서 적응해야 하는 처지가 돼 버렸다. 이 모든 일이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벌어진 일이다.

뒤늦게 사건이 알려진 후, 11월 13일 이주운동단체들은 이 소년을 다시 한국으로 데려오고 모든 피해를 보상하고, 이주 아동의 권리를 보장할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법무부의 답변은 ‘적법성에 문제가 없다’는 한마디뿐이다.

사실, 이런 비인간적 일은 수년 전까지는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사회적 비난에 부딪혀 최근에는 적어도 학교를 다니는 미성년 이주민에 대해서는 함부로 추방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젠 그런 ‘관례’조차 버젓이 무시하고 있다. 2007~2009년 동안 ‘청주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주 아동 48명이 추방됐다.

이 사건은 경찰과 출입국 직원 몇몇의 잘못된 대처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 동안 이주노동자, 결혼 이민자, 난민 등 모든 이주민의 권리가 계속 후퇴해 온 맥락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런 후퇴는 최근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권리가 박탈되고, 이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시아계 이주민의 영주권·국적 취득을 훨씬 어렵게 만드는 국적법 ‘개정’(‘영주권 전치제도’ 도입)이 추진되면서 절정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국적법 ‘개정안’에는 난민과 이주노동자가 영주권을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막는 극도의 차별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금 이주운동 진영 내에는 이 모든 개악들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항의 운동의 확대가 빼앗긴 이주민들의 권리를 쟁취할 유일한 방법이다. 이 소년을 다시 한국으로 데려오라는 항의 운동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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