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을 돌아보며:
제국주의 ─ 동아시아에서 고조된 긴장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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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간 동아시아에서는 긴장과 갈등이 증대했지만, 특히 2012년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일대에서 주변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크게 겪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는 오늘날 중국이 수십 년간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통해서 미국 패권의 잠재적 도전자로 떠오른 것과 관련 있다. 경제성장 덕분에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은 수년 전부터 급격히 커졌다. 2000년대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크게 늘었고, 중국 경제는 아시아 국가들의 외화 획득 원천과 시장으로서 미국을 대체할 정도로 커졌다.
자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보장하려는 중국 지배자들의 외교적·군사적 노력도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에 위협이 됐다. 예컨대 중국이 남중국해 무역로 보호를 위해 해군력을 증강하는 것은 미국의 해상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 지배자들은 전통적으로 유라시아에서 자신의 패권을 위협할 경쟁국의 부상을 경계해 왔는데, 지금 중국이 바로 그런 국가다.
게다가 세계경제 위기 속에 미국과 중국은 무역과 환율을 둘러싸고 심각한 경제적 갈등을 벌이기 시작했다. 즉, 지정학적 경쟁과 경제적 경쟁이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1기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부터 중국의 부상을 겨냥해 역량을 재배치해 왔다. 즉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과잉 확장”돼 있는 군대의 규모를 조정하고 외교적·군사적 힘을 부분적으로 아시아 태평양으로 이동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려 한 것이다.
특히 중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동중국해, 남중국해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에도 매우 중요한 해상 무역로며, 주변국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긴장하는 주변 국가들에 보호막을 제공하며 동맹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이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2012년에 나타난 여러 분쟁의 바탕이 됐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MD 체제를 구축하는 등 일본, 한국, 호주 등 기존 동맹국들을 긴밀히 묶어 뒀다. 그리고 인도와 군사 협력 수준을 높이려 애쓰며 필리핀, 베트남 등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로 나아갔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견제하려고 이 국가들의 기지를 이용하고, 현지 연합 훈련으로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 지배자들도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맞섰다. 중국은 4월 22~27일 서해에서 러시아와 함께 최초의 공식 연합 해상훈련을 하는 등 다양한 대응을 펼쳤다. 항공모함을 진수하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군비를 증강했다.
이처럼 점차 고조하던 중미 갈등은 결국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심각한 영유권 분쟁을 촉발시켰다. 4월 초 남중국해 황옌다오(스카보러 섬)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해상감시선들이 어업 감시와 단속을 놓고 2개월간 대치했다.
화약고
이 대치는 미국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더 악화했다. 한참 해상 대치 중인 4월 16~27일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함께 대규모 해상 훈련을 했다.
여름에는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 일본이 심각한 갈등을 일으켰다. 이 긴장이 결정적으로 고조된 것은 9월 10일 일본 정부의 댜오위다오 국유화 발표였다. 만주사변이 일어난 국치일을 코앞에 두고 이 소식을 접한 중국인들은 격분했다. 전국 각지에서 반일 시위가 분출했다.
중국 정부는 댜오위다오를 영해기선이라고 발표했고, 지금까지도 일본과 중국은 댜오위다오 주변 해상과 공중에서 빈번하게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은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한결같이 일본을 지지했다.
이런 갈등은 한반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오바마 정권은 전임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적극 활용했다. 한미일 지배자들이 북한을 빌미 삼아 호전적 조처들을 취하자, 이에 압박받은 북한 지배자들은 올해 두 차례 로켓 발사로 대응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 때문에 동아시아의 불안정이 커졌고, 동아시아 곳곳에서 긴장이 높아졌다. 이런 과정을 거듭하면서 동아시아는 점차 ‘화약고’가 되고 있다. 심각한 세계경제 위기에도 이 지역은 매우 높은 속도로 군비가 증가하고 있다.
내년에도 미국 경제는 크게 나아질 기미가 없다. 미국 지배자들은 자국 경제를 회생시키려고 중국 지배자들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하지만, 중국도 경제성장률이 점차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유로존 위기 등 세계경제 전체가 다시 심각한 위기로 갈 상황에서 이 두 국가가 ‘나눠 먹을 파이’가 점차 줄어드는 형세다.
따라서 내년에도 중미 관계에서 지정학적 경쟁과 경제적 경쟁이 결합하는 양상은 더 발전할 듯하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려고 동맹 관계 구축과 이간질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곳곳에서 미국과 마찰을 빚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주변국 지배자들의 야심도 동아시아 불안정 증대에 일조할 것이다. 특히 일본과 인도 같은 지역 강대국들도 외교 책략과 군비 증강으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이런 움직임들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의 국가 관계는 예전보다 훨씬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 지역의 앞날에는 영유권 분쟁, MD 구축과 맞대응 등 여러 불씨가 놓여 있다. 그래서 지배자들의 각축전 속에 돌발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점차 커질 것이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동아시아 불안정의 뿌리인 제국주의와 그 갈등의 양상을 자세히 추적하며, 2013년에도 반제국주의 운동 건설의 과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