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없는 아테네를 만들자!” 1월 19일 아테네에서 파시스트 정당인 황금새벽당에 맞서 행진한 2만 5천 명의 반파시즘 시위대 중 한 명인 고등학생 크리스틴 팔리오다키스가 외친 말이다.

이번 시위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반파시즘 시위였다. 아테네 각지에서, 머나먼 북부의 테살로니키 주와 남부의 트리폴리 주에 있는 여러 도시들에서 온 대표단이 시위에 참가했다.

교사, 보건의료 노동자, 지방 공무원, 교수, 학생 들이 함께 행진했다. 이들 대부분이 긴축에 맞선 투쟁에 오랫동안 참가한 투사들이다.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파키스탄, 수단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족도 시위에 함께했다. 그들은 서구 제국주의가 불러온 가난과 파괴에 쫓겨 그리스에서 새 삶을 일구러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리스에서 저임금 노동, 경찰의 괴롭힘, 인종차별주의적 폭력의 피해를 받고 있다.

이들은 종종 고립되고 침묵을 강요당하지만, 이날만큼은 자랑스럽게 행진했다. 공산당을 제외한 모든 좌파 정당이 이 시위를 지지했다.

시위대는 아테네 중심가 오모니아 광장에 집결했다. 오모니아 광장에 있는 문 닫은 상점, 노점상, 구걸하는 사람들은 그리스가 맞이한 경제 재앙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영국 반파시즘연합에서 온 소규모의 대표단이 앞장선 시위 대열은 그리스 의회 건물 앞 신타그마 광장으로 행진했다.

행진과 뮤직 페스티벌이 저녁 늦게까지 계속됐다. 흥겨운 인종차별 반대의 장이었다. 최루탄, 시위 진압용 플라스틱 탄환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은 골목으로 기어 들어갔다.

‘아프리카인 여성단체 연합’의 일원인 로레타 매컬리가 말한 것처럼, “오늘 거리는 우리의 것”이었다.

이날 가장 감동적인 광경은 시위대가 셰흐자드 루크맨의 관과 가족 곁을 행진하는 모습이었다.

셰흐자드는 스물일곱 살의 파키스탄계 이주노동자였다. 그는 1월 17일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가 칼에 찔려 숨졌다.

살인 용의자 두 명이 구속됐는데, 그들은 황금새벽당 지지자들이다. 경찰은 가해자 중 한 명의 집에서 살해 흉기, 황금새벽당 리플릿 꾸러미를 찾았다. 벽에는 황금새벽당 지도자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셰흐자드의 친구 라파캇 알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셰흐자드는 열심히 일하는 온화한 사람이었어요. 이런 공격이 이제 좀 끝났으면 좋겠어요. 내 친구뿐 아니라 모든 이주민들에게 정의가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그리스 파키스탄인 공동체에서 온 자비에드 아슬람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황금새벽당이 셰흐자드를 죽였어요. 우리는 그들을 막아야 해요.”

2012년 6월, 황금새벽당은 지지율 7퍼센트를 기록하며 총선에서 18석을 얻었다. 그 이후로 황금새벽당은 수많은 폭력을 자행했다.

그들이 자행하는 공격의 절대 다수는 이민자들에 대한 공격인데, 이런 공격은 신고되지도, 기록에 남지도 않는다. 아테네 경찰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기록조차 하지 않는다.

한 난민 단체는 황금새벽당이 의석을 차지한 후 인종차별주의적 공격이 7백 퍼센트나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나치돌격대

황금새벽당은 1980년대 초 니콜라스 미차로리아코스에 의해 창립됐다. 그는 이 당을 만들 때, 히틀러의 나치돌격대를 모델로 삼았다. 황금새벽당은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구축하고 반대자들을 쳐부수려고 선거와 거리 행동 모두를 사용할 준비가 된 정통 파시스트 정당이다.

황금새벽당은 경제 위기가 낳은 절망을 이용해 선거에서 지지를 늘려왔다. 대규모 실업, 상상을 초월하는 사회복지 삭감과 저임금은 사람들을 비탄의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리스인 15퍼센트가 “생필품”도 살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행진한 하리스와 니코스 마코폴로스 부부는 이런 상황을 잘 보여 준다.

하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위기가 우리 가족을 박살내고 있어요. 우리 부부는 1년 넘게 실업자 신세예요. 살림이 정말 쪼들려요.

“돈이 없어서 시댁의 좁은 아파트에서 신세를 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 식구가 방에 들어가면서 시누이 둘이 부엌에서 자게 됐어요. 사는 게 이게 뭔가요?

“우리는 이게 이주노동자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슬프게도 많은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를 욕해요.”

황금새벽당은 이 상황을 이용해 그리스인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을 싸움 붙이려 한다. 황금새벽당 당원들은 빈민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소와 혈액은행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 시설은 그리스인만 이용할 수 있다. 황금새벽당은 기업들이 이주노동자를 해고하고 “그리스인” 노동자를 고용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심지어 황금새벽당 당원들이 몇몇 동네에서 이주민들을 쫓아내는 캠페인을 벌인 사례도 여러 번 있다. 좌파가 그들에게 도전하지 않는다면, 이런 식의 지역사회 활동으로 파시스트가 성장할 것이다.

그리스 국가는 인종차별주의에 기름을 끼얹는 짓을 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만 6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체포됐고 4천 명이 재판도 없이 출입국관리소에 갇혔다.

아테네에서 있었던 시위는 파시즘에 맞선 투쟁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다. 동시에 그리스 노동자들은 긴축에 맞설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 줬다. 이런 투쟁만이 파시즘이라는 절망의 정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