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도 민영화 20년:
재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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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철도 민영화 20년을 즈음해, 기업들이 이윤을 챙기는 동안 대중이 더 많은 돈을 내며 악화된 서비스를 받아야 했던 과정을 폭로한다.
에섹스의 첼므스포드에 사는 노동자가 철도를 이용해 런던으로 출퇴근할 경우 한 달에 3만 4천8백70파운드[약 60만 원], 1년이면 3천5백40파운드[약 6백만 원]가 든다. 리버풀에 사는 노동자가 맨체스터를 출퇴근 하는 경우도 그 비용이 1년에 2천8백 파운드[약 4백80만 원]가 든다. [이 거리는 서울역에서 수원역 사이보다 짧은데 현재 서울역과 수원역을 오가는 요금은 1년에 80여만 원 정도다.]
지금 영국 통근자들은 소득의 15퍼센트 정도를 통근비용으로 쓰고 있다. 영국 철도는 전 세계에서 요금이 가장 높고 유럽에서 가장 혼잡하다. 주로 만성적인 투자 부족, 괴상한 철도 운영 방식, 엄청나게 뽑아내는 이윤 때문이다.
이것은 20년 전 효율성을 높일 거라며 실시된 민영화에서 시작됐다.
1993년 1월 19일 존 메이저 수상이 이끌던 보수당 정부는 영국철도청이 보유했던 자산 매각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켜 철도가 사기업 손아귀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보조금
영국철도청 자산은 65억 파운드[약 11조 원]에 달했다. 보수당은 그 자산을 19억 파운드[약 3조 2천1백50억 원]에 팔아 치웠다. 당시 야당이던 노동당은 민영화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지적하며 재국유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1997년에 집권한 노동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게다가 노동당은 보수당과 마찬가지로 철도에 대한 정부 지출 제한 정책을 고수해 철도에 투자할 돈이 말라 버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철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은 민영화 이후 두 배로 늘어 2009~10년에 54억 파운드에 달했다. 요금도 물가인상률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하지만 이 돈의 대부분은 이윤에 따라 철도 노선을 운영하는 사기업들에 갔다. 여기에는 직접 보조금도 포함된다.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지난해 영국 정부는 철도 기업들에게 4억 9천만 파운드(약 8천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해 사기업들이 이루지 못한 수익을 보장해 줬다.
지난해 6월 철도 개선 보고서는 이렇게 말했다. “비용이 늘어난 핵심 이유로는 정부 대차대조표에 ‘네트워크레일’ 적자를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지급한 높은 이자, 노후한 선로 시스템으로 발생한 비용들, 철도 관련 기업들에 대한 이윤 보장,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금 등이 있다. 이 비용은 민영화 이후 총 1백10억 파운드(약 18조 6천억 원), 해마다 12억 파운드(약 2조 원)에 이른다.”
전체 철도 네트워크에 대한 계획이 없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는 사기업들은 합리적으로 투자 계획이나 철도 차량 개선 계획을 내놓을 수 없다.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맥널티 보고서도 이 문제들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더 많은 분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해마다 12억 파운드[2조 894억 원]를 아낄 수 있는 명백한 대안, 재국유화는 다른 철도 사기업들이 재국유화 대신 “비용절감”을 하면 된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하지만 철로 유지·보수를 감독하기 위해 설립됐던 사기업 ‘레일트렉’은 사실상 ‘네트워크레일’로 재국유화됐다.
생명을 삼키며 달리는 열차
2002년 당시 철도를 운영하던 사기업 ‘레일트렉’이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포터스 바’에서 일곱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기업 ‘자르비스’는 처음에는 누군가 고의로 선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고 나중에 파산했다. 민영화됐던 선로 유지 업무를 국유화 하면서 설립된 ‘네트워크레일’이 안전보건상의 실수를 시인하는 데 9년이 걸렸다. 그 2년 전 해트필드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 네 명이 죽었다. ‘레일트렉’은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안전기록지조차 보관하지 않았다.
돈벌이에 눈이 먼 사장들
올해 요금은 9.2퍼센트 인상된다. 철도기업 사장들은 자기 주머니를 챙기고 있다. ‘퍼스트그룹’ 사장 팀 오툴은 지난해 자신의 임금을 동결하는 ‘쇼’를 했다. 하지만 그는 배당으로 1백만 파운드를 챙겼다. ‘세르코’의 크리스토퍼 하이만은 배당, 임금, 보너스를 합쳐 4백만 파운드를 가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