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2005년, ‘X파일’에 나온 삼성 ‘떡값 검사’를 폭로한 ‘죄’다.
당시 폭로된 ‘X파일’은 한국 사회의 정·경·언·관 유착과 부패·비리의 실타래를 보여 줬다.
노회찬 의원은 용기있게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해 삼성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런데 검찰은 ‘떡값 검사’와 온갖 비리를 저지른 삼성 회장 이건희 등은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되레 이를 폭로한 노회찬 의원과 MBC 기자를 기소했다. 도둑놈은 놔두고 도둑을 신고한 사람을 체포한 격이다. 그런데 이제 대법원은 노회찬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런 식으로 ‘X파일’ 수사를 이끌었던 황교안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다음날에 노회찬 의원은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법과 질서’라는 게 정의롭기는커녕 부조리로 가득 차 있음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 줄 수는 없다.
이번 판결을 앞두고 국회의원 1백59명이 최종 판결을 미뤄 달라고 탄원까지 했는데도,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낸 노회찬 의원을 끝내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줄줄이 검찰에 계류돼 있는 진보 의원들의 앞날도 예고하고 있다.
현재 통합진보당 6명 국회의원 중 4명이 사법처리와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여 있다.
김선동 의원은 얼마 전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새누리당의 한미FTA 날치기 통과를 최루탄을 뿌리며 온몸으로 막은 ‘죄’다. 김미희 의원은 2백50만 원 벌금형(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총선에서 땅 4평(9백90만 원)의 재산신고를 실수로 누락한 ‘죄’다. 오병윤 의원은 2010년 민주노동당 탄압과 압수수색을 거부한 ‘죄’로 기소돼 있다. 이석기 의원도 5개월간 진행된 검찰의 먼지털기식 수사 끝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 중이다.
김재연·이석기 의원은 2월 임시 국회를 앞두고 또다시 새누리당의 ‘의원 자격 심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 검찰은 이정희 후보가 ‘국민세금 27억 원을 먹튀했다’는 황당한 혐의에 대해 직접 수사에 나선다고 한다. 박근혜 저격수 노릇을 한 것에 대한 보복일 것이다.
저들의 의도는 명백하다. 노동자와 억압받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국회에서 파내겠다는 것이다.
또한 진보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성 권력을 감시하고 그들의 치부를 폭로하는 걸 막으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파 정부 당선과 새누리당 과반 국회 상황에서 온갖 개악들을 더 손쉽게 밀어붙일 수 있다는 속셈일 것이다.
이런 우파의 공격에 진보진영은 단결해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현재 진보진영 내부의 분열상과 정치적·감정적 반목이 우파의 공격을 더 용이하게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진보 내에서 정치적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주류정당과 부패 우파, 검찰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종북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진보진영 내에서 광범한 연대와 아래로부터 방어 운동을 건설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