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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종북’ ─ 마녀사냥의 빌미

  8월 28일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무실과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통합진보당 활동가 3명을 체포했다.
박근혜 정권은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활동가들에게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씌우려 한다. 국가보안법을 빼 들어 쟁점을 흐리고 정치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왜 지금의 마녀사냥에 맞서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관련 기사들을 재게재한다.

‘종북’ 마녀사냥의 중요한 명분은 북한의 존재다. 북한 사회는 정치범수용소와 심각한 기아가 존재하고 3대 세습이 벌어지는 나라고, 따라서 북한 체제는 남한 자본주의보다 후진적이고 흉측한 체제이며 이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체제가 남한보다 후진적인 왕정이나 봉건 사회인 것은 아니다.

북한 관료들이 세계 자본주의·제국주의 체제의 압력을 받아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관료적 국가자본주의라고 분석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

착취와 억압을 유지하려고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아 온 남한 지배자들의 행태는 북한 지배자들의 행태와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남한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는 4·19혁명과 1987년 6월 항쟁 등 민중의 저항으로 그나마 전진한 것이었다.

우익들은 걸핏하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난하지만, 남한 지배자들이 대대로 부와 권력을 물려주는 것은 모른 체한다. 삼성 이건희가 아들 이재용에게 그룹을 물려주려고 온갖 탈법을 자행해도 눈감아 주면서 말이다.

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자녀에게 물려줄 것은 고달픈 삶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남한과 북한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처럼 남한과 북한은 본질적으로 어느 한 쪽이 더 못하지도 낫지도 않은 똑같이 착취적이고 억압적인 사회다.

더구나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를 남한 자주파에 그대로 투영해 북한 관료와 동일시하는 우익들과 일부 진보진영의 태도는 완전히 잘못이다.

기층

북한 관료 집단은 민중을 억압하고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지배계급이다. 반면, 자주파는 지금껏 국가 탄압을 견디며 남한 지배계급에 맞서 싸운 남한 진보운동의 일부다. 1980년대 남한의 대중운동이 떠오른 상황에서 성장한 자주파는 피억압 민중의 정서에 민감하고 기층에 뿌리내린 세력이다.

북한 관료 집단과 남한 자주파가 스탈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공유한다는 사실만으로 둘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이데올로기 전에 그 둘이 기반을 두고 있는 사회세력이 다르다는 점을 봐야 한다.

남한의 주체주의자들이 국가보안법의 제물이 되는 것도 그들이 ‘간첩’이어서가 아니다. 남한 피착취·피억압 계급 운동의 일부기 때문이다.

자주파는 남한의 피억압 민중에 기반을 두고 있어 그 다수는 북한 정부의 입장과 정책을 단순히 지지할 수만은 없다. 많은 사례 중 하나로, 통일 뒤에도 주한미군이 역할 규정을 바꿔 계속 주둔해도 된다는 북한 정부의 입장을 자주파의 다수는 지지하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정책이나 같은 개념으로 보이는 것도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조선일보〉는 통합진보당의 슬로건 중 하나인 “코리아 연방”이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 연방”과 비슷하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이름은 비슷해 보여도 둘은 다르다. 통합진보당이 제시한 “코리아 연방” 개념에는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나 ‘교원·공무원의 노동3권 완전한 보장’과 같은 요구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북한 지배자들이 자신의 통일 정책으로 제시한 ‘고려 연방’에는 이와 비슷한 개념도 들어 있지 않다.

물론 우리는 북한을 사회주의로 보는 자주파 동지들의 관점 등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 체제를 보는 이런 혼란된 생각은 비판하고 토론할 문제지 탄압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종북’ 마녀사냥에 조금치도 동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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