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즘, 송두율, 일심회 …:
역사를 통해 보는 좌파 마녀사냥
〈노동자 연대〉 구독
8월 28일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무실과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통합진보당 활동가 3명을 체포했다.
박근혜 정권은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활동가들에게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씌우려 한다. 국가보안법을 빼 들어 쟁점을 흐리고 정치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왜 지금의 마녀사냥에 맞서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관련 기사들을 재게재한다.
자본주의 역사 내내 마녀사냥은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미국 매카시즘 시대에 로젠버그 부부 사건이 있다. 올해는 로젠버그 부부가 처형당한 지 60년 되는 해다.
로젠버그 부부는 핵폭탄의 “비밀”을 몰래 훔쳐서 옛 소련에 건네줬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사형 당했다.
로젠버그 사건이 일어난 1950년대 초는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주도한 반공주의 마녀사냥이 절정에 달한 때였다. 이 “적색 공포”(Red Scare)의 표적은 공산당원과 지지자 수천 명, 수많은 노동운동가, 공민권 운동가, 반전 운동가 들이었다. 매카시즘 속에 미국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은 ‘적국 소련을 돕는 이적행위’로 공격당했다. 로젠버그 부부도 대공황기의 빈곤과 파시즘의 성장을 보며 급진화한 공산당원이었다.
1949년 소련이 핵폭탄 실험에 성공하자 이 마녀사냥 광기는 극에 달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전쟁에 뛰어들자 로젠버그 부부를 기소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정치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소련을 사회주의라고 착각하고 지지한 좌파 활동가들은 마녀사냥의 그럴듯한 먹이감이 됐다.
검사들은 반공 전문가로 ‘전향’한 옛 공산당원들을 증언대에 세워 로젠버그 부부의 ‘간첩질’을 입증하려 했다.
이것이 바로 매카시즘의 논리였다. 네가 살려면 동료를 밀고하라. 그리고 계속 밀고하라. 로젠버그 부부는 매카시즘의 논리를 거부했다. 혐의를 시인하고 고백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는 법무장관의 마지막 제안에 그들은 이렇게 답변했다.
“정의는 최고가를 부르는 입찰자에게 팔리는 싸구려 보석이 아니다. 우리가 처형당하면, 무고한 사람이 살해되는 것이고 이것은 미국 정부의 수치가 될 것이다.”
당시 미국 공산당은 로젠버그 부부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다. 소련 간첩 행위를 했다고 의심받던 공산당은 소련 지배자들을 곤란하게 할 만한 행동을 일절 꺼렸다.
광기
이런 마녀사냥은 10년 전 한국에서도 있었다. 37년 만에 고국을 방문한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한 수사 정국은 광기 자체였다.
수사 기관은 변호인도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송 교수를 조사했고 조서를 그의 진술대로 작성하지도 않았다. 보수언론들은 조서를 한층 과장해 기정사실로 만들고 거물급 간첩 사건으로 부풀렸다.
검찰은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입당 사실을 인정하자 악랄하게 전향을 요구했다. 이런 괴롭힘에 시달리다 못한 송 교수가 노동당을 탈당하고 “대한민국의 법을 지키며 살 것”이라고 약속까지 했는데도 검찰은 만족하지 않았다. 전향을 ‘충분한 수준’으로 입증하라며 ‘북한 고위층 관련 정보와 대남 공작 정보를 진술’하라고 윽박질렀다.
노무현 정부가 송두율 교수를 공격한 것은 단순히 송두율 개인의 머릿속을 뒤지고 그를 굴복시키려는 것만이 아니었다.
당시 반전 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한 정부는 우파에 기대 진보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려 했다.
그런데 자유주의자들과 진보진영 일부는 송 교수의 북한 노동당 가입 사실이 알려지자 송 교수를 방어하는 데 머뭇거렸다. 방어하기는커녕 송 교수에게 준법서약, 독일 국적 포기, 노동당 가입 대국민 사과 등을 하라고 강요했다. 나중에 송 교수의 간첩 혐의는 모두 무죄로 밝혀졌다.
7년 전 ‘일심회’ 사건의 본질 역시 공안당국과 우익의 마녀사냥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북한 핵실험 국면에서 국내에서 희생양을 찾고, 평택 미군기지 반대 운동이나 막 꿈틀대던 한미FTA 반대 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국가보안법을 꺼내들었다.
우익들은 사소한 사실들을 부풀리고 왜곡해 ‘북의 지령’, ‘간첩’ 행위 운운하며 공포를 부추기려 했다. 그러나 결국 재판에서 간첩단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안타깝게도 당시 민주노동당 내 일부 세력은 마녀사냥 당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당에서 쫓아내려고까지 했다.